행위 없이는 구원 받지 못한다는 주장…"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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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서 이용주 교수 강연
숭실대 기독교학과 이용주 교수 ©숭실대DB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한국교회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해법을 논할 때 종종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구원'에 있어 '오직 믿음'이 너무 강조되어 어찌보면 '도덕적 헤이'에 빠졌으니 다시금 '실천'(행위)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이용주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는 조심스럽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30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종교 개혁 500주년, 숭실 개교 120주년, 기독교학대학원 설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신앙으로부터 행위에로’의 이행이 이미 루터의 신학 가운데에서 신앙의 필수불가결한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으며,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에 부합한 실천이 부족하다는 문제인식에 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다"고 지적하고, "행위가 없이는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으로 구원관의 전환이 일어나야만 한국교회가 그간 놓쳐 온 실천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제안들이 자주 들려온다"고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러한 비판과 대안 제시가 종교개혁의 칭의론에 대한 엄밀한 검토를 거친 것인지는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오직 은총’과 ‘오직 신앙’을 통해서 비로소 우리는 종교적인 방식이 아니라 세속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이웃 섬김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교수는 "한국교회 안에 여전히 민주주의, 경제정의, 생태문제, 소수자 문제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지나치게’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종교개혁의 칭의론에 대한 일련의 비판의 동기는 충분히 이해할만하다"고 말했지만, "그러한 실천의 부족의 원인을 종교개혁의 칭의론 자체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거꾸로 종교개혁 당시의 가톨릭교회의 행위 중심적 신앙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했던 종교개혁과 개신교회의 근간 자체를 뒤흔들고, 오히려 구원을 인간의 행위의 결과로 간주하는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실천을 강조하는) 그 같은 입장이야말로 루터와 종교개혁이 극복하고자 했던 바로 그 대상"이라 지적하고, "이럴 경우 구원이 지니는 은총으로서의 본질이 훼손되고, 개신교 신앙은 더 이상 개신교 신앙이 아니라 중세 가톨릭교회의 신앙행태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면서 "종교개혁의, 혹은 루터의 칭의론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루터의 은총론과 신앙론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며, 이는 실천이 부족한 한국교회 뿐만 아니라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 칭의론을 비판하는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해당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종교개혁의 근간을 이루는 ‘오직 은총’과 ‘오직 신앙’은 결코 그리스도인의 실천을 방해하거나 거세하지 않고, 오히려 ‘오직 은총’과 ‘오직 신앙’ 가운데 드러난 인간의 수동성에 대한 자각만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라는 감옥을 벗어나 그리스도 안에서 이웃을 구체적으로 섬기는 능동적 실천에 나서게 한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루터에게 있어서 이웃을 섬기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는 그리스도인 안에 신앙이 생동적으로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일한 자리였다"고 밝히고, "실천 가운데에서 신앙은 살아 있게 된다. ‘신앙으로부터 실천에로’는 종교개혁이 놓친 논점이 아니고, 루터가 가장 긴급하게 강조하고 있는 개신교 신앙의 핵심"이라 했다.

특별히 이 교수는 "그 신앙의 실천을 종교적 행위들 가운데에서가 아니라, 극히 인간적인 섬김의 행위들 가운데에 있는 것으로 제시하는 루터의 시도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칠 정도로 ‘세속적’인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고 말하고, "오직 은총에 대한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세속적 실천에 대한 관심의 회복이야 말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가 재발견해야 할 종교개혁의 유산"이라 이야기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이 교수의 강연 외에도 김회권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가 강연했으며, '현장 목회자와 평신도의 눈으로 보는 교회개혁의 현실'에 대해 높은뜻광성교회 이현미 목사와 이종철 집사, 최진호 청년이 실사례를 중심으로 한 강연을 전하기도 했다. 또 행사 전 기념예배에서는 이장호 목사(높은뜻광성교회)가 설교했으며, 이철 기독교학대학원장과 황준성 숭실대 총장은 각각 개회사와 축사를 전했다.

지난 30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는 '종교 개혁 500주년, 숭실 개교 120주년, 기독교학대학원 설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김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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