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장기기증인 김기석 군의 아버지 김태현 씨 아들의 모교인 재현고에서 생명존중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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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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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고등학교에서 강연한 김태현 씨의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여러분을 만나니 500명의 아들을 만난 기분입니다"

[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 이하 본부)는 지난 9월 28일,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재현고등학교(이하 재현고)에서 생명존중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별히 이번 생명존중교육에는 지난 2011년,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故 김기석 군의 아버지 김태현 씨가 강사로 나섰다. 재현고가 故김기석 군의 모교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떠나고 처음으로 고등학교를 찾았습니다"

9월 28일 오후 3시, 재현고의 강당에는 생명존중교육을 듣기 위해 1학년 학생 500명이 모였다. 채플 시간을 통해 진행된 이번 교육에서 본부 김동엽 목사의 설교에 이어 특별한 주인공이 무대에 올랐다. 바로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기석 군의 아버지 김태현 씨였다. 그는 지난 2011년 아들을 떠나보내고 처음으로 아들의 모교인 재현고에 발걸음을 옮겼다.

강연을 위해 강단에 오른 김 씨는 아들 기석 군과 같은 또래인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들을 보자마자 아들을 만난 듯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들 기석 군이 남기고 간 생명과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전했다. 2011년 12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기석 군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 이후 김 씨는 평소 나누기를 좋아했던 아들 기석 군의 성품을 생각해 장기기증을 결심했고, 기석 군은 세상을 떠나며 6명의 생명을 살렸다. 김 씨는 아들 기석 군의 이야기를 통해 입시와 진로 문제로 인해 고민이 많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했다. 강의를 통해 김 씨는 "지금은 만질 수도 만날 수도 없지만, 아들의 마지막을 장기기증으로 다시 살린 것 같다."며 "여러분 모두는 부모에게 산소 같은 존재다. 여러분 자신 스스로가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자신 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뜻을 전했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재현고 학생들은 기석군이 전해 준 6개 장기를 상징하는 6다발의 카네이션을 김 씨에게 전달했고, 500명의 학생들이 두 팔을 벌려 크게 하트를 그리며 뜨거운 사랑을 전한 김 씨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재현고는 지난 2010년부터 본부를 초청해 생명존중교육을 실시했고, 지금까지 6회의 강연을 통해 3,15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명나눔의 소중함을 전했다. 이번 강연에 김태현 씨를 초청한 재현고의 교목인 주현철 목사는 "학생들이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선배 기석 군의 사연을 통해 진한 감동을 받았다."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신 기석 군의 아버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본부의 생명존중교육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예방하고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본부 이사장인 박진탁 목사는 "최근 도너패밀리(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가 직접 강연자로 나서 청소년들에게 생명나눔의 소중함을 전해주고 있어 매우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청소년들이 생명존중교육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하는 시간을 가지고 생명나눔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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