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칼럼] 분단체제를 넘어 평화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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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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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핵집 목사(열림교회 담임목사, 기장평화운동분부 공동의장)

지난 2015년은 분단70년, 광복70년의 뜻 깊은 해였다.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카이로스의 해였다. 그러나 우리는 카이로스의 때(비상)를 맞이하지 못하고 여전히 크로노스의 시간(일상) 안에 갇혀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였다. 진정한 광복과 독립을 위해 분단의 역사를 넘어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했다. 하나님의 은혜의 때를 놓치고 남과 북은 여전히 분단의 굴레와 족쇄를 풀지 못하고 있다.

70이라는 숫자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7이라는 완전 숫자와 10이라는 충만 수가 결합된 숫자이기 때문이다.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이 바벨론의 포로로 잡혀가 절망과 고통 중에 있을 때 70년이 되는 해를 포로에서 돌아올 카이로스의 때라고 희망을 선포했다.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카이로스의 때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며 깊은 성찰을 했다. 왜 나라가 무너지고 성전이 불타고 백성들은 포로로 끌려갔는가?

포로기 70년은 암흑의 깊은 밑바닥에서 신학적인 성찰을 하는 기간이었다. 때로 절망적이고 고통스런 시간들이 삶의 깊이를 더하고 풍부하게 하는 것을 이스라엘의 모습에서 발견한다. 패배주의와 회의주의에 빠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열어 가시는 새로운 희망을 담금질하는 시간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성서의 대부분이 포로기와 후기의 이런 깊은 신학적 성찰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성서를 읽을 때 마다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과연 분단 70년 기간 동안 얼마나 깊은 신학적인 성찰과 신앙적인 성찰이 있었나? 우리의 삶을 갈라놓고 적개심과 미움으로 살아가게 하는 반 성서적인 분단체제를 운명으로 받아드리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여기에 어떻게 하나님의 카이로스의 사건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시대의 징조를 읽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자기 문제에 집착하는 한 카이로스의 때는 주어지지 않는다. 교회 부흥과 교회의 내적인 관심에 마음을 집중하는 사이에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상실하고 말았다. 분단체제는 단순히 국토만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삶을 갈라놓기 때문에 사탄적이다. 교회는 사탄의 힘에 무력하게 대응해 왔다. 너희는 그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외면했다. 그 결과 지금 우리 한반도는 분단체제는 더욱 고착화되고 평화의 길은 요원하게 보인다. 그러나 늦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때이다.

우리의 일상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삶을 벗어나 하나님이 이끄시는 경계를 넘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계시를 향할 때 하나님의 카이로스의 때는 우리를 향할 것이다. 분단체제를 넘어서지 않고는 우리에게 행복도 평화도 오지 않는다. 분단체제는 우리를 얽어매는 사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넘어 설 때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의 길에서 진정한 기쁨과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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