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앞서 '징후' 보였지만 가족 대부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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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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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전 한달 이내 의료기관 찾는 경우 25% 불과
▲생명의 다리에서 보는 ‘생명메시지’와 ‘SOS전화’ ©생명의전화

[기독일보=사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10명 중 9명 이상은 생전 주위에 미리 '신호'를 보내지만, 유가족의 10명 중 8명 이상은 이 같은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해 최악의 선택을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살하기 한달 이내에 정신과 진료를 위해 의료기관 등을 찾은 경우는 4명 중 1명에 불과했고, 오히려 신체적인 불편을 호소하며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한 경우가 더 많았다.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26일 자살 사망자 121명의 유가족(151명)을 면담해 이 같은 내용의 자살자 심리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자살사망자는 20대 이상의 나이로 2012~2015년 숨진 사람들로 정신건강증진센터, 경찰 혹은 유가족이 심리부검을 의뢰한 경우다. 구조화된 심리부검 조사도구를 통해 면담을 진행한 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관련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심리부검 결과 자살 사망자의 93.4%는 숨지기 전 주위에 언어, 행동, 정서 변화 등의 방법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거나 자살할 의도가 있음을 드러내는 '경고'를 보냈다.

죽음을 말이나 글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신체적인 불편함을 호소하고 수면 상태가 변하는 경우, 주위에 미안함을 표현하거나 대인 기피, 무기력 등의 감정상태 변화를 보이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가족의 81.0%는 이 같은 경고 신호를 모르고 있다가 심리부검 중에야 뒤늦게 알아차렸다. 경고를 경고로 인식하지 못하고 무겁지 않게 넘겼기 때문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 경고 신호에 대한 교육 등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주위에 이전과 다른 변화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건강증진센터(1577-0199), 정신의료기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권했다.

자살 사망자의 88.4%는 정신건강에 문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 중 우울장애가 74.8%로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사망 한 달 이내에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한 사망자는 4명 중 1명꼴인 25.1%에 불과했다.

오히려 복통 같은 신체적인 불편감이나 수면 곤란 등을 호소하며 대증적인 치료를 위해 1차 의료기관, 한의원에 방문했던 경우가 28.1%로 더 많았다.

또 자살 사망자의 28.1%는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로 사망한 가족이 있었다. 스스로도 한때 자살자의 유가족이었거나 가족이 자살 시도를 한 경험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자살 유가족에 대한 애도 개입이나 적극적인 심리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이 고인의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막연한 죄책감과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 건강한 애도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면담 후 유가족의 88.0%는 심리부검 이후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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