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이식이 필요한 한 탈북민의 외침 "저 좀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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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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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가 탈북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탈북민끼리 신장을 주고 받는 일을 질병관리본부가 반대해서 기자회견까지 했으나, 해결되지 않아서 다시금 이식을 받아야 할 환자가 직접 탄원서를 보내온 것.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측은 "힘겨운 탈북민의 사연을 들어주고, 부디 환자가 수술을 받아 희망을 찾아온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음은 탄원서 전문이다.

[탄원서]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김정일의 폭압정치를 견디다 못해 2011년에 한국으로 넘어온 탈북자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둔 채 홀로 한국 땅을 밟았을 때, 외롭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더 나은 내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장이 망가지면서 끔찍한 고통이 다시 제 삶을 파고들었습니다.

신장의 기능을 모두 상실했기에 온 몸의 피를 뽑아내어 혈액투석기에 넣은 다음 불순물을 걸러내고 다시 몸 속으로 집어넣는 치료를 일주일에 세 번씩 5시간씩 평생을 한다고 합니다.

희망을 기대하며 밟은 한국 땅에서도 어김없이 저를 찾아와 제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불행을 견디기 힘들어 자포자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치료를 시작하면서 다니고 있던 식당일도 그만두게 되었고 저는 경제적인 고통까지 더해져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보던 한 언니가 저에게 신장을 기증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하나원에서 저와 한 방을 쓰며 친자매처럼 가까워진 하나언니였습니다.
나를 살리기 위해 살아서 신장 하나를 떼어주겠다는 언니의 말에 고마워서 감격의 눈물을 한없이 흘렸습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도움을 받아 모든 검사에 통과되어 11월 2일, 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이식수술을 받을 날만을 기다리며 건강을 되찾을 생각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수술 승인을 해주지 않아 모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저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난치병 환자입니다. 또한 저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신장이식은 이 고통스러운 삶을 벗어날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끔찍한 고통의 터널 가운데서 울부짖고 있을 때, 저에게 희망을 빛을 내밀어 준 하나언니가 있었기에 저도 보통 사람들처럼 웃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의 수술 승인 거부로 저는 고통스러운 병마의 고통 속에 다시 홀로 갇히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꿈꾼 것은 이것뿐입니다. 그저 건강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그런데 탈북자인 저에게 이런 꿈은 과분한 것이었을까요? 저는 이런 꿈을 꾸는 것조차 욕심인 것일까요? 탈북에 성공해 죽지 않고, 한국 땅을 밟았으니 한국에서는 죽은 듯이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요.

제가 바라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저 저를 사랑해서 가족도 아닌 저를 위해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하겠다는 하나 언니의 마음을 귀하게 봐주시고, 그 일이 가능하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입니다. 하나 언니의 신장을 이식받아 저도 하나 언니의 곁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며 받은 사랑에 보답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대한민국 만세!

2015년 11월 4일

탈북자 주명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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