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여파로 현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건설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고, 데이터센터 밀집지인 텍사스주에서는 신규 승인 중단을 내건 지나 히노호사 후보가 주지사에 당선됐다. 법무법인 율촌은 보고서에서 미국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전력망 확충 비용 규제 입법 논의가 넓어질 것으로 짚었다. 현지 건설 지연과 비용 부담을 마주한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와 통신망을 갖춘 해외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산업계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SK그룹은 2035년까지 15GW 조성을 목표로 세우고 2029년 울산 등지에 5GW 시설을 열 계획이다. GS그룹은 동해시 북평제2일반산업단지에 총 2.4GW 규모를 구상 중이며, 네이버는 엔비디아·브룩필드와 손잡고 내년 상반기 55㎿ 가동을 시작해 2028년 200㎿까지 늘릴 방침이다.
정부와 국회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이 우리가 AI 분야에서 패권을 목표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가AI전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의 AI 투자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고 있다”며 “한국이 지금의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를 멈추거나 늦춰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2027년도 예산안을 올해 추가경정예산보다 24.5% 늘어난 29조6476억원으로 편성했으며, 내년 3월 AIDC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만 전력 공급망과 용수 확보, 주민 반발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한국은 반도체 공급망과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춰 글로벌 투자처로서 매력적”이라면서도 “단순히 미국의 반사이익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주민 반대에 따른 인허가 지연과 전력·용수 문제를 적극 해결해 투자 여건을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