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진짜 같은 가짜’, 교회는 ‘가짜 같은 진짜’”

교회일반
교회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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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국기독교학술원 공개 세미나 열려
제67회 한국기독교학술원 공개 세미나가 열리는 모습. ©노형구 기자

제67회 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손인웅 목사) 공개 세미나가 ‘하나님 나라와 문화’라는 주제로 2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대중문화와 영화라는 구체적인 문화 영역을 통해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모색하는 발제들이 이어졌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길용 서울신대 부총장은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치데스터의 렌즈로 본 K-컬처와 한국 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부총장은 오랫동안 텍스트 중심의 교리 체계로 규정되어 온 전통적 종교 관점에서 벗어나, 데이비드 치데스터의 종교 이론을 매개로 K-컬처의 대표 격인 방탄소년단(BTS)과 한국 개신교회의 현실을 비교 분석했다.

이 부총장은 “1966년 비틀스의 선언이 전통 종교의 쇠퇴와 대중문화의 부상을 알린 예언적 사건이었다면, 60년이 흐른 현재 BTS와 아미 사이의 상호작용은 대중문화가 이미 실질적으로 종교를 대체하는 "대안적 영성"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이러한 현상은 치데스터가 제시한 대중문화의 3대 종교 작동 모델인 ‘교회-물신-포틀래치’의 메커니즘을 충실히 구현하는 것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스타디움과 디지털 플랫폼 위버스는 일상과 구별된 성소가 되고(교회 모델), 포토 카드와 응원봉은 스타의 아우라를 매개하는 성물이 되며(물신 모델), 좋아하는 스타의 음원 순위를 높이기 위한 자발적 소비 행위와 지구적 차원의 기부행위는 대가 없는 헌신적 나눔(포틀래치 모델)으로 기능한다”며 “비록 후기 자본주의의 상업적 플랫폼에 기반한 허구적 기획일지라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연대와 치유의 경험은 종교의 효능에 필적하는 ‘진짜 같은 가짜’의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한국 교회 역시 구역 모임과 셀(결속), 통성기도와 부흥회(불태움), 셔틀버스와 순례(이동), 안수와 헌금(매만짐) 등 강력한 신체적 촉각 기제를 작동해 왔으나, 점차 내면의 생명력을 잃은 채 대형 교회 중심의 폐쇄적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거룩한 초월을 담아야 할 제도 종교가 도리어 세속적 쇼 비즈니스를 모방하며, 기복신앙적 번영과 물질을 거래하는 조작적 기술로 변질되어 청년 세대에게 깊은 실존적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 교회는 대중문화를 세속적 타락으로만 규정하는 무지성적 정죄나 흥행 기법만을 빌리려는 얕은 실용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기존 개교회의 양적 성장과 외형 유지에 집중된 자원을 이제 지역 사회와 지구촌의 고통받는 약자들을 위해 공유하는 ‘자기 비움’과 ‘포틀래치적 헌신’을 통해 참된 ‘성스러움의 자리’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길용 교수. ©노형구 기자

이어 ‘우리가 기독교 영화학을 해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강진구 고신대 교수는 프란시스 쉐퍼의 ‘기독교 변증학’을 이론적 토대로 삼아 기독교 영화학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전개 전략을 제시했다.

강진구 교수는 “과거 할리우드 영화 시장을 감시와 비판의 대상으로만 여겨 자본에 주도권을 넘겨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한국 기독교계는 단순한 영화 소비의 선별을 넘어 영화 속에 흐르는 세계관을 분석하고 기독교적 가치를 담아내는 콘텐츠 제작에 이르는 통합적인 연구를 위해 ‘기독교 영화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마틴 루터의 ‘만인제사장주의’가 도전했던 것처럼, 성직자 중심의 사역에서 탈피하여 목회자와 평신도 전문가들이 사역의 동역자 의식을 갖고 함께 영화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강 교수는 현대문화 속에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기독교 세계관 전문가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이중 언어(bilingual)’ 능력을 꼽았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진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에 실패하며 그에 따라서 세상으로부터 격리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세상 사람들에게 접근할 때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신앙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기독교라는 안경을 끼고 작품에 찬성이나 반대를 밝히거나 메시지의 유무를 비판하기에 앞서서, 세상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도록 작품 자체가 말하려는 작가의 사상, 시대 상황, 예술성 등을 먼저 객관적으로 음미하는 ‘객관적 비평’을 시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상업주의의 극복과 기도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강 교수는 “영화가 예술인 동시에 산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기독교인은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여 선정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상업주의(commercialism)에 영합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며 “지성 안에서 이해시킬 뿐 아니라 비신앙인이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는 일은 성령의 역사를 간구하며 기도하는 것으로 가능해진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독교 영화학의 성립과 발전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기독교 대학 내에 ‘기독교 영화학’을 독립 학문 전공 또는 연계 전공으로 정립하는 것”이라며 “성경적 세계관으로 영화를 비평·창작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공자들을 교회 현장에 미디어 전문 교역자(Media Pastor)가 사역할 수 있도록 제도적 교육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논평으로 김미현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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