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26일 이천 은광교회에서 ‘종교개혁 정신과 AI 시대의 실천신학’을 주제로 ‘2026년 가을 학술제 및 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제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교회와 목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종교개혁 정신에 기초한 실천신학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주최하고 총동문회와 이천시기독교연합회가 공동주관했으며, 세뛰세 코리아가 후원했다.
정성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AI가 설교 준비와 교육, 교회 행정 및 돌봄에 활용될 수 있지만, 기술의 결과를 검토하고 책임지는 일은 목회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AI 활용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이웃에 대한 책임을 고려하고, 현장의 문제를 신학교육과 연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술제에서는 김선영·박종환·허준·한경균·박홍래·민건동·정재영·이승병·곽한영·김주선 등 10명의 발표자가 종교개혁 정신과 AI 시대의 목회, 예배, 교회 재정, 직업윤리, 선교 및 돌봄의 과제를 다뤘다.
‘오늘의 루터 종교개혁 정신: AI 시대의 실천신학적 접근’을 주제로 발제한 김선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회와교육 교수는 마르틴 루터가 인쇄술을 활용해 종교개혁의 메시지를 확산한 역사를 분석하고, 이를 AI 시대 한국교회의 목회와 연결했다.
김 교수는 루터가 인쇄술을 통해 성경과 신학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했지만, 종교개혁의 중심에는 인쇄 기술이 아닌 성경에 근거한 메시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루터가 팸플릿과 자국어 성경을 활용해 평신도들의 참여를 이끌었던 점에 주목하며, 한국교회 역시 목회자 중심의 신학 지식 전달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가 그럴듯한 말을 끝없이 만들어낼수록, 그리스도인은 ‘이 말이 성경의 진리와 일치하는가?’를 더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며 AI의 활용과 함께 성경에 기초한 판단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신도들이 성경을 읽고 해석하며 신학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신학자와 목회자, 평신도 사이의 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AI를 복음 전파와 교회 개혁을 위해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설교 준비에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목회자가 성경을 연구하고 신학적 판단을 수행하는 책임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I가 인간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업무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를 주제로 발제한 박종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예배학 교수는 AI가 기도문과 찬양, 설교문 등을 생성할 수 있지만 이를 실제 예배 행위와 동일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생성형 AI가 성경 본문 분석과 설교 개요 작성, 기도문 및 찬양 제작, 예배 순서 구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배는 종교적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응답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배의 의미를 몸과 기억, 시간, 관계,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했다. 인간은 몸을 통해 예배에 참여하고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을 기억하며, 반복되는 예배를 통해 기다림과 안식, 공동체적 삶을 배운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더 많은 기술을 사용하는 예배가 아니라, 더 깊이 인간을 형성하는 예배가 필요하다”며 AI 시대의 예배가 기술적 효율성보다 신앙인의 형성과 공동체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교회가 AI의 발전에 대응해 인간의 우월성을 증명하려 하기보다 예배가 인간의 신앙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재정·인간 존엄성·성경 해석의 책임 강조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교회 재정 문화와 목회적 과제: 헌코노미의 도래’를 주제로 발제한 허준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실천신학 교수는 경제환경의 변화가 교회 재정과 성도의 헌금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허 교수는 헌금(Offering)과 경제(Economy)를 결합한 ‘헌코노미(Hun-conomy)’ 개념을 제시하며 교회 재정을 성도의 경제적 여건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의뢰한 2025년 조사에서 담임목사 500명 가운데 34.3%가 코로나19 이전보다 교회 헌금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점에 주목했다. 또한 헌금이 줄었다고 답한 성도의 66.4%가 소득 감소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며, 헌금 감소를 개인의 신앙심 약화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재정 투명성은 수입과 지출의 총액을 알리는 수준을 넘어, 공동체가 재정 결정의 이유와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회가 분기별 재정 요약과 연간 결산을 공개하고, 헌금 관리 과정에서 수납·기록·승인의 역할을 가능한 범위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교회 규모와 지역, 성도의 연령 및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재정 운영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세대별 헌금 교육, 교회 간 재정 협력, 지역사회 중심 사역, 노년층 유산기부 모델의 검토 등을 제시했다.
‘AI 시대 인간 본질 탐구: 완벽함의 환상에서 훼손된 자들의 연대로’를 주제로 발제한 한경균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기독시민사회학 겸임교수는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생산성과 능력이 아닌 인간의 한계와 상호 돌봄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한 교수는 “AI 시대에 인간다움은 완벽함에 있지 않다”며 인간의 결핍과 약함을 제거해야 할 문제로만 이해하는 기술 중심의 인간관을 비판했다. 그는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독교적 인간 이해가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적 삶에 기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신학교육이 기술의 활용법을 가르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목회자의 인격과 윤리,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을 형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장애인 돌봄과 호스피스, 공동체적 실천을 신학교육과 연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구텐베르크에서 ChatGPT까지: 매체 혁명과 종교개혁 정신의 계승’을 주제로 발제한 박홍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동문회장은 인쇄술과 종교개혁의 관계를 검토하면서 AI가 성경 해석과 신학 지식의 전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박 박사는 종교개혁 당시 인쇄술이 성경의 보급과 신학 지식의 확산에 기여했던 것처럼 AI도 성경 연구와 목회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I의 응답을 신학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거나 성경의 권위와 동일시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도구이며 성경이 판단 기준이다”라며 성경의 최종 권위를 유지하면서 AI가 생성한 내용의 정확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I는 정보를, 공동체는 분별을 제공한다”며 교회가 AI를 활용한 성경 연구와 교육 과정에서 공동체적 검증과 목회자의 신학적 판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박사는 AI 리터러시 교육과 성경 교육의 연계, AI 활용 결과에 대한 검증,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교회 운영 방식 등을 제안했다. 특히 AI가 신학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성례와 교제, 섬김 등 공동체 안에서 이뤄지는 신앙생활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AI에 업무 맡길 수 있어도 책임까지 위임할 수 없어”
‘일상의 소명과 AI 자동화 시대의 직업 윤리’를 주제로 발제한 민건동 마을학연구소장은 AI 자동화로 노동의 형태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종교개혁의 소명론을 재해석하고 직업윤리의 방향을 제시했다.
민 박사는 루터의 소명론이 성직과 세속 직업의 구분을 넘어 일상에서 수행하는 노동을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으로 이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AI가 업무의 일부를 대신하는 상황에서 직업을 통한 소명 의식과 노동의 의미가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화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노동자가 자신의 업무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AI 활용의 윤리적 기준으로 위임할 수 없는 책임, 효율보다 이웃, 안식과 한계, 전환의 정의 등 네 가지 원리를 제시했다.
그는 “AI는 탁월한 도구이지만 결산의 자리에 대신 설 수 없으며, 산출물에 서명하는 사람이 그 결과를 책임진다”며 AI가 생성한 결과를 인간이 검증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동화로 절약된 시간을 생산성 확대에만 사용하기보다 이웃과의 관계와 돌봄에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 박사는 교회가 직업별 소그룹과 일터 멘토링을 운영하고, 자동화로 고용 불안을 겪는 성도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교단과 신학교가 AI 활용에 따른 직업윤리와 노동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성형AI 시대의 종교와 인문학’을 주제로 발제한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는 생성형 AI의 발전이 인간의 지적 활동과 종교적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정 교수는 AI가 문장 작성과 정보처리, 번역과 요약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지만 인간의 의식과 감정, 관계 형성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경험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의 정보처리 능력과 인간의 인격적 공감을 구분해야 하며, AI가 생성하는 응답을 인간의 경험과 동일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협력하면서도 인간의 주체성을 잃지 않는 데 있다”며 AI가 제공하는 결과를 검토하고 활용 목적을 결정하는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고 밝혔다.
또한 AI의 발전이 사회적 불평등과 디지털 격차, 기술에 따른 권력 집중 등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종교와 인문학이 기술의 기능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누구를 위해 사용되며 그 혜택과 위험이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 세대 예배·디지털 선교·생명 돌봄의 역할 제시
‘AI 시대, 다음 세대를 위한 선교적 예배를 향하여’를 주제로 발제한 이승병 주안대학원대학교 선교학 교수는 AI 시대의 예배가 다음 세대를 신앙과 선교의 주체로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AI를 통해 성경 정보와 신학적 설명을 얻을 수 있지만, 이러한 정보가 신앙적 분별이나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예배가 종교적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앙인을 복음의 증인으로 형성하고 세상으로 파송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배는 콘텐츠 제공이 아니라 제자 형성의 실천이어야 한다”며 말씀과 성령, 공동체적 참여를 통해 다음 세대의 신앙과 삶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배에서 경험한 신앙이 일상에서의 선교와 증언으로 이어지고, 그 경험을 다시 예배 공동체와 나누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AI에게 작업은 맡길 수 있지만, 목회적 책임은 맡길 수 없다”며 AI가 자료 정리와 번역, 질문 생성 및 행정 등을 지원할 수 있지만 사람을 돌보고 신앙공동체를 형성하는 역할은 교회가 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타-미션: 디지털 노마드를 향한 AI 선교’를 주제로 발제한 곽한영 비전AI교육연구소장은 이동하며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와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교회가 없는 신앙인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 모델을 제시했다.
곽 박사는 『한국 교회 트렌드 2027』을 비롯한 국내외 조사 결과를 활용해 성도들이 신앙적 질문을 AI에 먼저 묻는 현상과 온라인 신앙생활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는 2026년 조사에서 성도 14%가 AI를 통한 신앙 상담을 경험했으며, 이 가운데 80%가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점을 언급하며 교회가 AI 활용에 대한 신학적 기준과 안내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과 국가를 이동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고정된 장소 중심의 목회 방식만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AI를 활용한 다국어 묵상 콘텐츠, 이동하는 성도를 위한 지역교회 연결, 프롬프트 분별 교육, 선교사 사역 지원, 워케이션 환대 선교 등 다섯 가지 실천 모델을 제안했다.
곽 박사는 “AI는 길을 열고, 사람은 함께 걷는다”며 AI를 복음 전달과 관계 형성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가 생성한 성경 해석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며, 온라인에서의 신앙적 접촉이 실제 교회 공동체와의 관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제안한 선교 모델이 기존 조사와 문헌 분석에 기초한 만큼, 실제 교회 현장에서 적용한 뒤 효과를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생명을 보듬는 AI 챗봇’을 주제로 발제한 김주선 생명문화라이프호프 사무총장은 AI 상담 챗봇이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전문 상담기관과 지역사회에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AI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잘못된 응답을 제공하거나 이용자가 실제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을 지연시킬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AI를 정서적 상담과 위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교회와 사회의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상담 챗봇을 치료나 상담의 대체 수단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챗봇이 위험 신호를 감지하면 전문 상담기관과 실제 상담자에게 연결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자의 동의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교회는 그 다리의 건너편에서 기다리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며 AI가 위기에 놓인 사람을 발견하는 통로가 될 수 있지만, 실제 돌봄은 사람과 공동체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회가 위기 상담을 위한 연락체계를 구축하고, AI 활용 지침과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교역자와 소그룹 지도자들이 위기 상황에서 전문기관에 연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교단 차원의 AI 상담 및 생명 돌봄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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