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뇌과학 시대, 인간 존엄·복음의 본질 되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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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한국복음주의신학회, ‘미래 첨단 사회의 신학과 목회’ 주제 제87차 발표회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학회 단체사진 모습.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인공지능(A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생명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이 산업과 경제를 넘어 인간의 인지, 의사결정, 도덕적 판단과 영적 영역까지 급격히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문명사적 전환기 속에서 기독교 신학과 목회가 지켜내야 할 본질과 대안을 모색하는 학술의 장이 열렸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정세훈)는 24일 서울 지구촌교회(담임 김형석 목사)에서 ‘제87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기논문발표회 주제 강연에는 신국원 총신대학교 명예교수와 엄주희 건국대학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각각 기술신학적 통찰과 신경법학·신학적 윤리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가 마주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미래 첨단 사회의 신학과 목회: 기독교 세계관적 반성’을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선 신국원 교수는 현대 기술이 단순한 실용적 도구를 넘어 인간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지배하는 환경이자 체계(system)로 군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망치나 안경 같은 도구는 주로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확장하지만, AI와 같은 첨단기술 장치는 우리의 기억과 생각 같은 정신적 역량을 대체한다”며 “복잡한 생성 과정을 자동화하여 숨긴 채 결과물만을 즉시 내어놓는 장치 패러다임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간의 능력을 ‘절단’내며, ‘경험의 멸종’에 대한 경고는 결코 쓸데없는 우려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신국원 교수.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이어 신 교수는 “AI는 성경을 분석하고 설교를 작성할 수 있지만 그 말씀에 순종할 수 없고, 사람처럼 이해하거나 감동을 받지도 못한다”라며 “유려한 기도문을 생성할 수 있어도 하나님과 소통하며 교제할 수 없고, 공감하는 언어를 만들어 낼 수는 있으나 희생적 사랑을 실천할 수는 없다. 최악의 경우엔 자동화된 기술이 가져온 치명적 문제인 비인간화의 폐해를 신앙 영역에까지 들여올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신 교수는 “성경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창조주에게 의존하게 하는 피조물적 본성으로 본다”며 “오늘날 기술주의는 하나님 없이도 기술을 통해 완전한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고 설파하지만, 세상의 궁극적인 문제는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죄이며, 참된 희망은 기술 진보가 아닌 하나님의 나라에 있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 신 교수는 “하나님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말씀이나 정보만 보내신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인간의 몸을 입고 역사 속으로 들어오셨다”면서 “교회는 정보 네트워크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이며, AI는 결코 슬픔 중에 있는 성도의 곁을 지키며 함께 눈물을 흘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목회의 본질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성도들의 삶 가운데 들어가 함께하는 성육신적 섬김과 인격적 형성에 있다”며 “교회가 단순히 편리한 종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비 공간으로 전락하면 기술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지만, 예배와 성찬, 대면적 교제 속에서 사랑과 책임을 몸으로 살아낸다면 기술이 결코 모방할 수 없는 하나님 나라의 ‘대항문화적 공동체’로서 복음을 가장 설득력 있게 증언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신국원 교수(맨중앙)와 엄주희 교수(맨 오른쪽).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기독교 윤리가 뇌과학을 만났을 때: 뇌과학·AI 시대의 헌법과 목회’를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엄주희 교수는 뇌과학과 AI의 융합이 몰고 온 신경환원주의와 결정론이 인간 존엄성과 법적·신학적 책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엄 교수는 조슈아 그린 등의 실험 연구를 인용하며, 도덕적 판단이 뇌의 자동적 감정 회로와 생화학적 반응에 불과하다는 뇌과학계 일각의 주장을 짚었다.

그는 “인간의 이성적 숙고가 뇌의 무의식적 감정을 사후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뇌과학적 발견은, 겉으로는 근대 법학과 윤리학의 전제를 위협하는 듯 보인다”면서도 “신학적 관점에서 이는 인간이 스스로의 지성과 능력으로 선악을 판단해 도덕적 완성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펠라기우스적 낙관주의’가 뇌의 자기기만에 불과함을 과학적으로 폭로해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우리가 완벽한 도덕 체계를 세울 수 있다는 율법주의적 오만을 내려놓고,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며 하나님의 뜻을 묻는 도덕적 겸손의 교육이 미래 목회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특히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등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발전과 관련해 헌법학적 쟁점으로 떠오른 ‘인지적 자유권(Cognitive Liberty)’을 강조했다. 엄 교수는 “BCI 기술은 뇌 신경회로에 직접 접속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알고리즘과 기술 자본이 인간의 마음에 침투해 생각과 의지를 감시하고 조작할 수 있는 위험을 낳고 있다”며 “외부의 간섭 없이 자신의 정신적 상태를 유지할 권리인 ‘인지적 자유권’과 ‘정신적 프라이버시’를 헌법적으로 수호하는 것은 ‘무릇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잠 4:23)는 성경적 명령을 현대 법규범으로 구체화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의식을 뇌의 물질적 신체와 분리해 컴퓨터에 업로드하려는 마인드 업로딩(Mind-Uploading) 사조에 대해서도 엄 교수는 “트랜스휴머니즘은 종교적 영혼을 미신이라 비판하면서도, 실상은 ‘정보’라는 이름의 새로운 비물질적 영혼을 만들어 육체와 분리하려는 고대 이원론의 낡은 오류로 회귀하고 있다”면서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인 인간은 데이터의 총합이 아니라 피와 살을 지닌 신체화된 존재이며, 칼 바르트가 정의했듯 인간은 분리될 수 없는 ‘자신의 몸의 영혼(soul of his body)’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주희 교수.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엄 교수는 식물인간 환자에게서도 잠재적 의식 활동이 관찰된 아드리안 오웬의 fMRI 연구를 거론하며 “합리적 사고와 자의식 같은 인지 능력이 결여되었다고 해서 인격체에서 배제하려는 줄리안 사불레스쿠 등의 공리주의적 잣대는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기능과 효용으로 차등화하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간의 가치는 내재적 능력이 아니라 우리를 언약 파트너로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관계적 지위에서 비롯된다”며 “중독 역시 단순한 윤리적 타락으로 단죄하기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묘사한 ‘의지가 죄에 묶여 피할 수 없는 상태(non posse non peccare)’로 보아야 한다. 교회는 응보적 처벌을 넘어 의학적 치료와 하나님의 은혜를 결합하는 치유 공동체이자, 취약한 생명을 끝까지 품어내는 환대의 요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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