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구약학회(회장 기민석 박사)가 23일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페르시아 시대의 역사와 구약성서의 형성’이라는 주제로 제132차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기민석 박사(회장, 침신대)가 사회를 본 개회예배에서는 하경택 박사(부회장, 장신대)가 기도했고, 박경수 박사(장신대 총장)가 설교했다. 이어 주제분과와 일반분과의 발표가 진행됐으며, 베른트 U. 쉬퍼(Bernd U. Schipper) 박사가 ‘페르시아 시대의 역사와 히브리 성경의 형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쉬퍼 박사는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연구하려면 성경에 묘사된 이스라엘과 고고학 자료, 성경 외부의 문헌 등을 통해 역사적으로 재구성하는 고대 이스라엘을 구분해야 한다. 성경은 신학적 목적을 지닌 문헌이므로, 성경의 서술을 현대의 역사 기록과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게르하르트 폰 라트와 마르틴 노트 등 학자들은 구전 전승을 통해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고고학 자료와 고대 근동 문헌에 관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성경 본문과 역사적 사실의 관계를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약성서의 많은 문헌은 기원전 7세기 후반부터 페르시아 시대를 거쳐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기까지 형성되고 편집됐다”며 “히브리 성경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려면 본문 자체뿐 아니라 해당 문헌이 형성된 역사적·사회적 환경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쉬퍼 박사는 바빌론으로 이주한 유다인들이 현지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간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빌론의 유다인들은 정착촌에서 농업과 상업에 종사했고, 일부는 행정 업무를 맡거나 재산과 노예를 소유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주변 문화와 접촉했고, 다른 집단과 혼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바빌론 지역의 유다인 정착촌과 관련된 문헌은 이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고 했다. 쉬퍼 박사는 “유다인 공동체의 삶을 이해하려면 성경의 기록만이 아니라 알야후두와 같은 정착촌에서 나온 문헌 등 성경 외부의 자료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이러한 자료는 유다인들이 바빌론 사회에서 어떤 경제활동을 했고, 현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집트 엘레판티네의 유다인 공동체 역시 페르시아 시대 야훼 신앙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쉬퍼 박사는 “엘레판티네에는 야후를 섬기는 성전이 있었으며, 이곳의 유다인들은 주변 사회와 교류하며 살아갔다. 다른 집단과의 혼인뿐 아니라 당시의 종교적 환경과 관련된 여러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러한 자료는 페르시아 시대의 야훼 신앙이 오늘날 생각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하나의 동일한 형태로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바빌론과 엘레판티네, 예루살렘, 그리심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야훼 신앙 공동체들이 서로 다른 정체성과 신앙적 입장을 지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쉬퍼 박사는 “페르시아 시대의 야훼 신앙 공동체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았다. 주변 문화와 교류하며 살아간 공동체가 있었던 반면, 다른 집단과의 구별과 분리를 강조한 공동체도 있었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해야 당시의 종교적 상황과 구약성서의 형성 과정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이는 구약성서 안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쉬퍼 박사는 에스라·느헤미야서와 룻기를 비교하며 “에스라·느헤미야서는 이방인과의 혼인을 경계하고 공동체의 구별을 강조하지만, 룻기는 모압 여인 룻을 다윗의 조상으로 제시한다. 두 문헌은 이방인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룻기를 신명기 23장의 이방인에 관한 규정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쉬퍼 박사는 “룻기는 모압 여인이라는 출신 배경을 지닌 인물이 이스라엘 공동체에 속하고 다윗의 계보에 포함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러한 점에서 룻기는 이방인과의 관계를 제한하는 관점과 다른 방향의 목소리를 구약성서 안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셉 이야기 역시 이집트에서 살아가는 인물의 삶과 정체성이라는 점에서 디아스포라의 맥락과 연결해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명기 26장 5절의 ‘떠돌아다니던 아람 사람’이라는 표현도 페르시아 시대의 역사적 맥락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쉬퍼 박사는 “이 구절을 이스라엘의 기원에 관한 아주 오래된 기억으로만 이해하기보다는 당시의 역사적 환경과 관련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집트와 바빌론 등지에서 활동했던 아람어 사용 공동체들의 존재와 그들의 삶도 이러한 해석을 검토할 때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쉬퍼 박사는 “페르시아 시대에는 다양한 야훼 신앙 공동체가 존재했으며, 이들은 주변 사회와의 관계와 자신들의 정체성을 서로 다르게 이해했다. 구약성서 안에 서로 다른 신학적 관점이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환경과 관련해 살펴볼 수 있다”며 “구약성서의 형성 과정을 연구할 때는 성경 본문뿐 아니라 고고학 자료와 성경 외부의 문헌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주제 및 일반 분과 발표자 및 주제, 그리고 주제발표 논찬자는 아래와 같다.
주제분과: △김성언 박사(장신대) 아론계 제사장과 사독계 제사장의 통합 △윤국영(기독인문학연구원) 그 많던 유다 인형 토우는 왜 돌아오지 않았는가-후기 철기시대, 유다에서 페르시아가 예후드로의 토우 격감을 통해 본 예후드의 종교-사회적 경계 재편 △허환구 박사(숭실대) 신명기 29~30장 모압 언약과 포로기 이후 공동체의 회복
일반분과1: △김흥현 박사(숭실대) 헤벨에서 헤벨 담론으로: 전환기의 불투명한 세계를 해석하는 철학신학적 지혜-AI시대와 검은 안식 △이수연 박사(한신대) 포로기 이후 솔로몬 전승의 선택과 재구성 △이일례(서울신대) 욥기 3장에 나타나는 욥의 ‘죽음 갈망’에 관한 이해
일반분과2: △정대준 박사(광신대) 왜 피부병인가?: 욥기 2:7의 서사적 긴장과 몸의 취약성 △한동구 박사(평택대) 페르시아 시대 후기 속죄제(하타아트)의 집중현상 연구: 언어학 및 역사적 관점에서 △이준혁 박사(목원대) 시온신학과 라기스의 공간 재조직: 통치와 제의가 만나는 성문 복합체
주제발표 논찬: 권지성 박사(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양인철 박사(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