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미얀마 군부가 기독교인이 다수 거주하는 친주와 카친주의 교회를 잇달아 파괴하며 극심한 종교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10월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달 들어 장로교회를 폭격하고 침례교회를 불태우는 등 소수민족의 신앙 요람이자 생존의 피난처인 종교 시설을 무참히 짓밟으면서 국제 인도법을 위반했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인권 옹호 단체 세계기독연대(CSW)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2시 30분경 마궤 공군 기지에서 출격한 미얀마 군부 소속 전투기 두 대가 친주 민닷 일대에 두 차례의 무차별 공습을 단행했다. 전투기에서 투하된 네 발의 폭탄 중 하나가 현지 장로교회 구내를 직격해 교회 건물이 심하게 파손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민닷 지역은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끝없는 지상군 공세와 포격으로 수많은 주민이 고향을 등진 상태다.
공습의 상흔이 가시기도 전인 12일 오후 3시 30분경에는 카친주 바모 타운십 슈웨 삐 타 구역에서 미얀마 군부 제33 및 제88 경보병 사단 소속 병력이 흐팅난 카친 침례교회와 인근 민가에 무단으로 불을 질렀다. 기독교 인구가 다수인 카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무장 저항 단체 카친독립군(KIA)의 나우 부 대변인은 모마욱으로 향하는 도로 인근 마을에서 군인들이 교회에 방화한 사실을 현지 언론을 통해 공식 확인했다. 카친 침례교 협의회가 운영해 온 이 교회는 과거 미얀마 군부가 저항군과의 교전에서 참패한 뒤 보복성으로 방화를 저질렀던 뼈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다.
소수민족 기독교 탄압 및 보복성 종교 시설 파괴 만연
현재 바모 일대는 잃어버린 거점을 탈환하려는 미얀마 군부와 이를 방어하는 저항군 간의 피 모자라는 군사적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기독연대 측은 잇따른 교회 파괴가 단순한 전쟁 피해가 아니며 기독교인이 밀집한 친주와 카친주 등의 종교 시설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미얀마 군부의 치밀한 기독교 탄압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다수파인 버마족의 불교 민족주의를 통치 이데올로기로 삼고 있는 미얀마 군부가 인종과 종교를 노골적으로 엮어 표적 탄압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분쟁 지역의 교회는 단순한 예배당을 넘어 갈 곳을 잃은 난민들의 임시 대피소이자 학교, 구호품 분배소 역할을 수행하는 최후의 생명선이다. 머빈 토마스 세계기독연대 대표는 성명을 통해 민닷 장로교회와 바모 침례교회 파괴는 국제 인도법과 종교의 자유를 짓밟은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규탄 성명 등 수사적 차원에 머물지 말고 미얀마 군부의 항공유와 군사 장비 공급망을 실질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친 인권 감시단의 활동가인 제이콥 역시 미얀마 군부의 방화와 공습을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미얀마 군부와 동맹 민병대가 종교 지도자들을 불법적으로 구금하고 교회를 무인기(드론)로 타격하며 신성한 종교 시설을 군사 기지로 전용하는 등 카친주 내에서 종교적 권리 유린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불교 사원 등 타 종교 시설 무차별 공습 민간인 희생 급증
CP는 실제로 미얀마 군부의 종교 시설 징발 및 파괴는 일상화된 지 오래라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군부와 결탁한 샨니민족군이 인다우에 위치한 침례교회와 가톨릭교회 두 곳을 강제로 점거해 훈련소와 사무실로 탈바꿈시켜 현지 소수민족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달 초에는 군부 측이 모흐닌 타운십의 한 교회를 겨냥해 자폭 드론 공격을 감행하는 등 무자비한 기독교 박해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만행은 기독교 교회뿐만 아니라 불교 사원과 이슬람 모스크 등 타 종교 시설 전반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인권 감시 단체인 미얀마 위트니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미얀마 전역의 모스크, 수도원, 교회 등 종교 시설을 노린 공습만 300회 이상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0% 가까이가 미얀마 공군 주도로 자행되었으며 특히 샨주와 사가잉 지역의 피해가 가장 극심했다.
무차별적인 미얀마 군부의 공습은 돌이킬 수 없는 민간인 대형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사가잉 지역 먀웅 타운십에서는 명상 수련을 위해 불교 사원에 모여 있던 100여 명의 민간인 머리 위로 미얀마 군부의 무자비한 공습이 쏟아져 14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종교를 가리지 않는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폭격과 종교 시설 파괴가 극에 달하면서 무고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입을 촉구하는 절규가 빗발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