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신앙 간증서라고 하면 극심한 고난을 딛고 마침내 성공과 승리를 거머쥔 ‘극복의 서사’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신간 『내가 너와 함께한단다』는 이러한 뻔한 공식을 과감히 거부한다. 성공한 사람의 훈계나 모든 아픔을 완벽히 극복한 영웅의 메아리가 아니라, 여전히 넘어지고 울며 길을 잃기도 하는 한 연약한 사람이 지나온 ‘광야의 시간’을 덤덤히 고백하는 짙은 여운의 신앙 에세이다.
미화 없는 정직한 고백, 벼랑 끝에서 들려온 한마디
저자인 김규희 목사의 삶은 열여덟 살에 예수님을 만난 뒤에도 오랫동안 척박한 광야였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서 있던 대문 앞, 빵 한 개 값을 벌기 위해 새벽 3시 빈속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던 신문 배달 길, 구미의 상가 2층에 텐트를 치고 시작한 눈물의 개척교회 시절, 그리고 평생의 동역자였던 아내의 뼈를 깎는 암 투병과 사별까지. 책은 지우고 싶었던 아픈 기억들을 서둘러 ‘은혜’라는 포장지로 덮어버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던 소년과 청년, 그리고 남편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꺼내 놓는다.
이 지독한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게 한 것은 단 하나의 문장이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너와 함께한단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텅 빈 예배당, 캄캄한 아내의 병실에 이르기까지 늘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던 그 음성이 그를 붙들었다. 저자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고백한다. “내가 하나님을 붙들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 내가 놓아버리고 싶었던 순간에도 하나님께서 한 번도 나를 놓지 않으셨습니다.”
상처가 사명이 되고, 슬픔이 노래가 된 거리의 예배
이 책의 가장 가슴 먹먹한 대목은 아내의 마지막 시간을 기록한 6부다. 홈쇼핑에서 본 초록빛 손목시계를 갖고 싶어 하던 아내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던 날 “손목시계 반품해 줘. 이제 필요 없어”라고 툭 던지듯 말하는 장면에선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난다.
하지만 저자는 아내를 떠나보낸 뒤 슬픔에 완전히 잠식되는 대신, 기타 하나를 메고 선산시장으로 나가 거리 찬양을 시작한다. 텅 빈 예배당에서 홀로 울어본 자만이 우는 사람을 알아본다는 고백처럼, 그의 찢긴 상처는 시장 한복판에서 시작해 제주도, 일본, 온두라스 등 세계 각지의 선교 현장으로 뻗어가는 놀라운 사명의 씨앗이 되었다.
“당신이 잊어버린 기도, 하나님은 잊지 않으셨습니다”
고난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에게 “기도로 이겨 내세요”라는 말은 때론 잔인한 폭력이 된다. 이 책은 이겨내라고 등을 떠미는 대신, 당신이 홀로 울던 그 캄캄한 시간에도 누군가 곁에서 함께 울고 계셨다고 가만히 다독여 준다.
30년 전 무명 신학생 시절의 작은 기도를 잊지 않으시고, 마침내 강단에 세우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증언하는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꽉 막혔던 가슴에 깊은 위로가 차오른다. 지워버리고 싶은 아픈 과거 속에서 방황하는 분, 사역의 광야에서 지친 목회자,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고 슬픔에 잠긴 모든 이웃들에게 조용히 손에 쥐여주고 싶은 가장 따뜻한 ‘동행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