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스스로 앉지 못하거나 자주 넘어지는 등 운동 이상이 관찰되면 단순 발달지연이 아닌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의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척수성 근위축증은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이 질환은 생후 6개월 이전에 발병하는 제1형 외에도 생후 6~18개월에 시작하는 제2형과 생후 18개월 이후 발병하는 제3형이 전체 신규 환자의 약 40%를 차지한다. 5번 염색체의 SMN1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며, 정상 단백질을 10%가량 만드는 SMN2 유전자가 많을수록 발병 시기가 늦어져 제2·3형으로 이어진다.
제2·3형은 운동 기능의 점진적 상실이 특징이다. 치료받지 않은 제2형 환자는 서거나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야 하고, 10대 중반에는 혼자 앉기조차 힘들어진다. 치료제가 없던 시절 환자 240명을 관찰한 연구에서는 30% 이상이 만 25세 전에 사망했다. 독립 보행이 가능했던 제3형 역시 시간이 흐르며 보행 능력을 잃는다. 만 3세 이전 발병한 3A형 환자는 40년 뒤 22.0%만 걸을 수 있었다.
국내 환자 38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초기 증상 발현부터 확진까지 걸린 기간은 제1형 3.6개월, 제2형 14.3개월, 제3형 43.6개월이었다. 국내 분석 결과 진단 지연 중앙값은 19.6년에 달했고, 환자의 63%가 초기에 다른 병으로 잘못 진단받았다. 미국은 2018년 신생아 선별검사 권고 목록에 이를 포함했으나 국내 국가 신생아 선별검사에는 빠져 있다.
조안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제2·3형은 제1형보다 늦게 발병하고 진행 속도도 느리지만, 발병 이후 근위약과 근위축이 계속 진행돼 결국 걷기와 서기, 앉기 같은 운동 능력을 순차적으로 잃게 된다”며 “진단시에 걸을 수 있던 환자도 결국 상당수가 휠체어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 임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다 보니 선천성 근병증, 근디스트로피(LGMD),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등 다른 신경근육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경우 확진이 늦어지는 만큼 치료 시작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치료제가 도입된 이후 SMA의 자연 경과가 많이 달라져, 과거에 비해 생존율이 높아지고 중증도도 낮아지고 있다”며 “1형뿐 아니라 2·3형 역시 질환이 계속 진행되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2·3형 환자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기 진단과 함께 치료 지침의 개선과 치료 접근성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