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 조사 재개…주병기 "무너진 정의 세울 것"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쿠팡을 상대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현장조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쿠팡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따른 후속 절차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지난 23일 현장조사를 멈춰달라는 쿠팡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쿠팡은 조사 시작 7일 전 사전 통지 의무를 공정위가 지키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 조사는 법원 판단을 기다리며 30일간 멈춰 있었다.

주 위원장은 29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나와 쿠팡 조사 재개 의향을 묻는 말에 “늦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대규모 유통업체가 입점업체들에게 불이익이 되는 거래를 강요했을 때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이) 그런 혐의가 있어서 조사를 나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0일간 조사가 정지됐다. 이렇게 정지된 조사 때문에 무너진 정의를 다시 세우는 노력을 끝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조사 사전 통지와 관련해서는 행정조사기본법보다 나중에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의 특수성을 짚었다. 주 위원장은 “대규모유통업법이 제정된 뒤 15년 동안 7일 전 공지를 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조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기각 판단을 내린 재판부를 향해서는 “판결문에도 경제적 약자들의 권익이라고 쓰여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수십만 소상공인의 권익으로 이뤄진 공익의 무게에 손을 들어준 것은 매우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사진=뉴시스]

미국 하원 등에서 나온 차별 주장에는 “경쟁당국의 국제 순위를 매기는 '글로벌 컴피티션 리뷰'(GCR)에서도 우리 경쟁당국은 계속 최우수 아니면 우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만큼 지난 수십 년간의 법 집행이 공정했고, 세계적인 경쟁질서를 선도하는 역할도 했다”고 설명했다.

배달앱 생태계를 두고는 “한국은 배달앱 시장이 크고 저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구조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배달비와 거래 수수료, 광고비를 모두 포함하면 매출의 4분의 1 정도라는 것인데, 과도한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시장은 독과점화가 심하게 진행됐고 경쟁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쟁을 최대한 활성화할 길을 만들어야 수수료도 낮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배달앱에 특화된 특별법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지목하며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버의 배민 인수 추진에 대해서도 “경쟁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엄정하게 심사해 그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새롭게 출범하는 공정위 중점조사기획단은 거대 플랫폼의 복합 위반 행위에 기민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주 위원장은 쿠팡과 네이버, 카카오, 배민 사건을 거론하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표시광고 문제, 끼워팔기 등 다양한 법 위반 행위가 결합된 복합적인 사건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사건을 잘 다루려면 특화된 조직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사 방해 행위에 관한 규정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묘하게 공정위 조사를 빠져나갈 방법이 없도록 기존 규정들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