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세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가 ‘서울 평화선언’ 발표를 끝으로 닷새간의 일정을 마쳤다. NCCK·WCC·CCA 공동 주최로 열린 대회는 한반도 평화를 군축·비핵화로 연결하는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하지만 ‘평화’라는 복음적 가치를 정치 운동에 접목함으로써 정작 교회가 추구해야 할 복음의 가치를 흐렸다는 비판을 낳았다.
이번 에큐메니칼 평화대회의 총평은 마지막 날, 발표된 선언문에 모두 드러나 있다. 과제 또한 고조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끊어진 남북 채널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한반도에서의 적대적 무력시위를 즉각 중단하고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의 길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내용에 포함돼 있다. 요약하면 남과 북이 지금의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에 세계교회가 연대하겠다는 게 결론이다.
교회에서 주님의 평화를 화해·전쟁 종식이란 등식으로 연결하는 건 무리가 없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종전선언→군축→평화체제 같은 정치적 수단을 단계화해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런 정치적 사안에 대해 세계교회가 단순히 기도하는 수준을 넘어 연대해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건 대놓고 국가 사회 공동체, 보수 진보 간의 갈등을 일으키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선언문에 적시된 ‘종전’이란 단어는 우리의 안보와 직접 연결되는 매우 민감한 주제다. 미군 철수 등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한미연합방위체제와 유엔 사령부 해체를 염두에 뒀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좌파 성향 단체들의 단골 메뉴인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들고나온 건 단순한 의지 표현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 또는 내정 간섭으로 간주될 소지마저 있다.
그런데 이들의 요구조건에 정작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바로 북한의 비핵화 문제다. 한반도의 비핵화란 말로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적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데 무슨 수로 평화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평화를 앞세우면서 북한 주민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주목할 건 이들이 말하는 프로세스가 대부분 현재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는 점이다. 정부도 지난 3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평화선언’을 추진하고, 이를 토대로 평화협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6개월이 넘도록 북측이 미동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세계교회가 어떻게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지 지켜볼 일이다.
이번 평화대회의 핵심 가치는 ‘평화’를 치유와 화해로 연결된다. 그런데 정작 ‘평화’의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복음이 보이지 않는다. ‘평화’에 대한 개념이 에큐메니칼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이 서로 달라서일까.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걸 교회의 책임있는 자세, 선지적 역할이라 할 순 없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