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제네바 불어 성경’ 한국에 기증

위그노 가문이 박해 속 지켜온 1678년 성경…한불수교 140주년 맞아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에 전달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에 기증된 불어 성경(1678년). ©뉴시스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 개신교의 역사적 유산인 17세기 ‘제네바 불어 성경’이 한국에 기증됐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재단은 프랑스연합개신교회(EPUdF)가 프랑스 개신교 조상인 위그노 뒤몽 가문이 대대로 보존해 온 1678년산 ‘제네바 불어 성경’을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에 기증했다고 6일 밝혔다.

기증식은 지난달 30일 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피브-릴프랑스연합개신교회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은 답례로 이사장 이영훈 목사 명의의 감사패와 최초의 한글 성경으로 알려진 ‘예수성교전서’ 영인본을 전달했다.

위그노 박해 역사 담긴 1678년 성경

기증된 성경은 1588년에 발간된 베자의 불어 성경 개정본 계열로, 제네바 도서관과 미국 성경박물관 등에도 동일본이 소장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성경은 프랑스 종교개혁과 위그노 박해의 흔적을 간직한 유물로 평가된다.

위그노 전쟁에서 전사한 안투안 뒤몽의 후손들이 제네바로 망명하는 과정에서 구입한 뒤, 낭트칙령 철회 이후 이어진 박해 속에서도 가문의 장남에게 대대로 물려주며 숨겨 보존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군사들의 개신교인 색출에 대비해 ‘성경(Bible)’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앞뒤 서문과 색인 페이지가 빠져 있는 점도 종교 박해의 흔적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소개됐다.

이 성경은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제네바와 쥐라, 라 레파라, 파리, 서울 등 3개국 8곳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역사·선교 교류 더욱 공고해지길”

엠마뉘엘 세이볼트 전 프랑스연합개신교회 총회장은 기증식에서 “프랑스 개신교 신앙의 중심인 이 성경이 한국교회에 전달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를 계기로 양국의 역사와 선교적 교류가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소장자이자 기증자인 피에르 몽쟁 교수는 가톨릭 신자로, 오랜 세월 이어진 박해와 침묵 속에서도 살아남은 성경을 한국에 기증하는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공포와 침묵, 망각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이 성경을 한국 개신교 박물관에 기증하는 일이 평화와 일치, 복음에 대한 충성을 나타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은 이번 기증을 계기로 프랑스 개신교와 위그노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를 보존하고, 한국교회가 프랑스 개신교의 신앙 유산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몽펠리에서 첫 위그노 역사·선교포럼도 열려

기증식 이후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에서는 ‘제1회 위그노 역사·선교포럼’도 진행됐다.

포럼에서는 위그노의 역사를 현대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다시 살피고, 그 신앙과 선교적 의미를 오늘의 교회와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손달익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이사는 “여러 세대에 걸쳐 성경을 지켜온 마음과 정성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까지 안전하게 전해질 수 있도록 보존과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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