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기독교계, 9월 총선 앞두고 정치권에 ‘종교 자유’ 공약 촉구

국제
중동·아프리카
다니엘 최 기자
press@cdaily.co.kr
이슬람 표심 우려하는 정당들 소극적 태도 일관 비무슬림 시민 차별 철폐 요구
©ChatGPT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모로코 기독교 단체들이 오는 9월 23일(이하 현지시각) 하원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향해 소수 종교인의 권리와 종교의 자유를 공식 선거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고 3일 보도했다. 이들은 종교의 자유가 개별 정치인의 성향에 기댈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정치 토론의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모로코 기독교인 조정위원회'와 '모로코 기독교인 연합' 등 주요 단체들은 각 정당에 신앙의 자유와 소수 종교인의 권리를 선거 및 정부 프로그램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독교인 조정위원회의 무스타파 수시 위원장은 무슬림이 절대다수인 국가 특성상 여러 정당이 표심을 잃을 것을 우려해 공개적인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독교인 연합의 아담 라바티 회장 역시 정치권에 관련 제안서를 전달했으나 책임 있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특권 속 자국민 기독교인 억압 외국인 신자와 극명한 대조

오는 9월 총선은 395명의 하원의원 전원을 선출해 차기 의회 다수당을 결정하는 주요 정치 일정이다. 하지만 모로코 헌법은 이슬람을 국교로 명시하고 국왕에게 최고 종교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어, 소수 종교의 권리 주장이 현실정치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기본 원칙으로 인정하면서도 이슬람에 헌법적 특권을 부여하는 모순이 모로코 국적 기독교인들에 대한 사회적 억압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 국적 기독교인들의 상황은 자국 내 거주하는 외국인 신자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당국은 외국인 거주자와 방문객을 위해 44개의 기독교 교회를 공식 허용하고 자유로운 예배를 보장하고 있다. 반면 자국민 기독교 단체가 새로운 교회를 설립하거나 기독교식 관혼상제를 치르는 것은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모로코 기독교 개종자들은 신앙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가족과 사회의 압박 속에 은밀히 개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 현행 형법이 기독교 개종 자체를 처벌하지는 않지만 무슬림의 신앙을 훼손하거나 타 종교로의 개종을 유도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 역시 모로코 기독교 시민들이 겪는 조직적인 차별과 종교 활동의 제약을 비판한 바 있다.

소수 종교 이익 넘어선 평등한 시민권 요구 선거 이후에도 캠페인 지속

CDI는 모로코 기독교 박해와 제도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기독교계의 움직임은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기독교인 조정위원회는 지난 2018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국가인권위원회와 면담을 갖고 기독교 시민의 권리 인정을 촉구하는 양해각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예배의 자유뿐만 아니라 결혼과 매장, 자녀 작명과 관련된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종교의 자유 문제가 특정 소수 집단의 이익을 넘어선 평등한 시민권 보장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모로코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념을 숨기지 않고 동등한 시민권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압도적인 이슬람 우위 사회에서 정당들이 선거 기간 중 기독교 개종자의 권리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정치권이 사적인 대화에는 응하면서도 공식 공약 채택에는 선을 긋는 현재의 상황은 모로코 내 종교 자유를 둘러싼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보여준다. 모로코 기독교계는 정당들이 선거 플랫폼을 이미 마무리하는 단계라 총선 전 공식적인 약속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지만, 선거 이후에도 정치권과 사회를 향한 평등권 쟁취 캠페인을 끈질기게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