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태약 수입, 절차 아닌 법령 정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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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약물 수입허가에 대한 법제처 법령해석의 왜곡을 규탄했다. 법제처가 ‘임신중지약물에 대한 수입품목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는지’를 묻는 식약처의 질의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인공임신중절의 허용범위와 절차까지 합법화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우려해 조기 차단에 나선 거다.

기자회견에서 태여연은 식약처와 법제처를 모두 겨냥해 명확한 법률 정비 없이 품목 허가만을 근거로 약물 유통과 처방아 선행될 경우 의료현장과 법체계 전체에 커다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니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부터 마련하라는 거다.

사실 이번 법제처의 법령해석은 약물 수입 가능 여부만 판단한 것일 뿐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약물 낙태 허용범위와 절차를 합법화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수입품목허가가 현행 모자보건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국한해 내린 판단이다.

문제는 법제처의 해석이 왜곡돼 실제 의료현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낙태 약물의 수입품목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법적 해석을 수입 낙태 약물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에 법적 제약이 사라진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

약물 낙태 시행에 따른 핵심적인 쟁점은 합법적 허용 주수와 사유, 미성년자 동의 절차, 허가주수를 초과한 사용의 법적 규제, 강제복용이나 대리수령·전매 방지 등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모두 이번 법령해석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다 보니 법제처 스스로도 “임신중단의 허용 주수·사유·절차 등 그 규율체계를 입법적으로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없는 입법 공백의 상태로 행정 절차만으로 임신중지약물 사용을 추진할 경우 의료현장의 혼란이 초래될 게 뻔하다. 낙태의 허용범위와 사유·절차, 미성년자 보호, 상담 및 숙려 절차, 불법유통과 강제복용 방지, 의료인의 책임 등 모든 것이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사항인 만큼 행정 절차의 해석이 아닌 국회의 입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게 태여연의 일관된 입장이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측도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과 그것이 옳다는 것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라며 “정교한 안전망과 사회적 합의 없이 약물 유통부터 행정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자칫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하고 여성과 태아를 정밀한 의료체계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낙태 약물 수입품목 허가에 관한 법제처의 절차적 판단이 약물 낙태를 허용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태아 생명을 소홀히 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계기가 될까 봐 걱정된다. 생명에 관한 가장 중대한 결정이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입법이 아니라, 간단한 행정적·기술적 절차로 내려지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도록 한국교회가 철저히 감시하고 반드시 막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