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상향했지만 일반 주택담보대출 문턱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주택 구입을 앞둔 실수요자들은 한도 제한과 이자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놓였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5년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연 4.68~7.15%로 나타났다. 지난달 연 7.5%를 넘어섰던 금리 상단은 이달 들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7%대를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은행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당장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로서는 필요한 금액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대출을 받더라도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 기준금리 두 차례 연속 인상…주담대 금리도 상승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두 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은 물가 오름세의 확산을 막고 금융 안정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1월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은행도 향후 물가와 경기 흐름, 금융 안정 상황을 살피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금리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은행의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만큼 연내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차주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금리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48%로 전월의 연 4.36%보다 0.12%포인트 올랐다. 2023년 11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6%로 한 달 전보다 0.23%포인트 상승했다. 변동형 금리도 같은 기간 0.08%포인트 오른 연 4.35%로 집계됐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까지 오르면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3억원을 연 8% 금리로 30년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빌리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은 약 220만원이다. 같은 조건에서 금리가 연 4%일 때의 월 상환액인 약 143만원과 비교하면 매달 부담이 약 77만원 늘어난다.
◈ 가계대출 총량 확대에도 일반 주담대 제한 유지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높였다. 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청년과 실수요자의 대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당초 목표의 두 배 수준으로 조정했다.
은행권은 늘어난 대출 여력을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 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에 우선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이 체감할 만큼 대출 제한이 완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인 뒤 제한 조치를 유지했다. 우리은행도 영업점별 주택 관련 대출 취급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묶었다.
NH농협은행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재개한 데 이어 타행 대환대출과 모기지신용보증(MCG) 제한도 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늘리는 효과가 있는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 가입 제한을 계속 유지했다.
가계대출 총량 확대에 따라 은행권의 공급 여력은 이전보다 늘었지만, 금융회사별 대출 실적과 총량 관리 상황이 달라 모든 제한이 곧바로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어렵게 대출을 받더라도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실수요자의 이중고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확대로 공급 여력이 이전보다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대출 제한을 쉽게 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출금리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