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버트 선교사 77주기… “한국의 독립·자주 위해 평생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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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대회 열려… 고종 황제 대미 특사로 나선 1905년 ‘워싱턴 의거’ 집중 조명

내한 140주년 맞아 사진전·기념비 건립 등 다양한 기념사업 추진

헐버트 박사 영정 사진. ©장요한 기자

헐버트 박사 77주기 추모대회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내 백주년기념교회 선교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추모대회는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가 주최하고 국가보훈부, 마포구청, 광복회, 독립유공자유지계승유족회,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YMCA, 한글학회 등이 후원했다.

올해 추모대회에서는 특히 1905년 일제의 을사늑약 강행을 막기 위해 고종 황제의 비밀 특사로 미국 워싱턴에 파견됐던 호머 헐버트 박사의 활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이와 함께 ‘1905년 을사늑약 저지를 위한 고종황제 대미특사 헐버트의 워싱턴 의거’라는 제목의 추모특집을 발간해 당시 헐버트 박사가 제국주의 열강 사이에서 대한제국의 국권을 지키기 위해 펼쳤던 외교 활동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행사는 김선아 홍보위원의 사회로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이어 권오진 목사(아현중앙교회 담임)의 기도, 최영 학술위원(헐버트학당)의 <사민필지> 머리말 낭독, 추모영상 시청, 추모식사와 추모사, 이형모 학자(전 재외동포신문 대표·역사학자)의 추모특집 해설, 내빈 인사말, 헐버트 아리랑 감상 등의 순서가 이어졌다. 이후 주요 내빈들의 헌화와 폐회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 헐버트 내한 140주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 추진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이 헐버트 박사 77주기 추모대회에서 추모대회사를 전하며 헐버트 박사의 업적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기념사업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장요한 기자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은 추모대회사를 통해 2026년이 헐버트 박사가 조선 땅에 첫발을 내디딘 지 14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올해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2026년 헐버트 박사께서 조선 땅에 첫발을 내디디신 지 140주년이 되는 매우 뜻깊은 해”라며 “기념사업회는 박사님의 위대한 업적과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리고 계승하기 위해 10개의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지난 3월 광화문 인근 한옥마을에 ‘헐버트 아리랑 전시관’을 개관했다. 이 전시관을 통해 헐버트 박사가 1896년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아리랑을 최초로 서양 오선보에 채보해 한국에 양악보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또 헐버트 박사가 140년 전 제물포에 도착한 날인 7월 5일을 기념해 지난 7월 7일 서울YMCA에서 ‘불후의 민족 은인 헐버트 박사 내한 14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헐버트 박사가 직접 태동시킨 서울YMCA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 학술대회에서는 ‘광통학으로 본 헐버트와 젊은 그들: 안중근, 윤동주’를 주제로 헐버트 박사가 당시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미친 영향과 정신적 유산을 조명했다.

현재 광화문 인근 한옥마을에서는 ‘고종의 밀사 조선을 담다-헐버트 사진전’도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는 헐버트 박사가 개화기 조선의 풍광과 문화유산, 당시 백성들의 삶을 기록한 희귀 사진 100점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동진 회장은 오는 10월 3일 개천절에는 헐버트 박사의 고향인 미국 버몬트주 뉴헤이븐(New Haven)에 ‘헐버트 기념비 및 흉상’을 제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 기념비에 대해 단순히 한 인물을 기리는 조형물이 아니라, 뉴잉글랜드와 버몬트가 간직해 온 인간 존엄과 정의, 자유를 중시하는 가치가 소년 헐버트에게 투영됐고, 그 정신이 훗날 한민족의 문명 진화와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하는 원동력이 됐음을 기리는 감사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념비 건립을 통해 미국 사회가 헐버트 박사라는 인물을 새롭게 기억하고 한미동맹의 역사적 기반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미동포들에게는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번 기념비에는 특별히 헐버트 박사를 한민족에게 보내준 미국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며 “이를 통해 한국인이 예를 숭상하고 은혜를 소중히 여기는 민족이라는 사실이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제 박사님은 단순히 한민족의 은인만이 아니다”며 “인종과 국가를 넘어 진정으로 인류애를 실천한 인간 존엄의 세계적 상징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박사님을 세계가 기억하는 인간 존엄의 챔피언으로 발돋움시켜야 한다. 이는 바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 헐버트 박사의 독립운동과 한미 관계 기여 조명

헐버트 박사 77주기 추모대회가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내 백주년기념교회 선교기념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참석자들이 헐버트 박사의 삶과 업적을 되새기며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장요한 기자

이날 추모사 순서에서는 이승우 서울지방보훈청장을 비롯해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의 추모사를 관계자가 대독했다.

먼저, 이승우 서울지방보훈청장은 추모사에서 헐버트 박사가 한국의 독립과 자주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 청장은 “먼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여 대한민국의 독립과 자주를 위해 평생을 바치신 헐버트 박사님의 영전에 깊은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

1886년 육영공원의 교사로 조선에 처음 온 헐버트 박사는 교육자이자 학자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을 교육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한글 교과서인 <사민필지>를 발간하는 등 당시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안목을 제시했다고 이 청장은 설명했다.

특히 헐버트 박사는 고종 황제의 외교 특사로서 1905년 워싱턴과 1907년 헤이그에 두 차례 파견돼 국제사회에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알리고 대한민국 독립의 정당성을 호소하는 활동을 펼쳤다.

일제의 강제추거명령으로 미국으로 귀환한 이후에도 뉴욕타임스와 뉴욕헤럴드 등에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글을 게재하는 등 1945년 광복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승우 청장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하여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헐버트 박사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은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오래 남겨져 있다”며 “국가보훈부는 앞으로도 호머 헐버트 박사님과 같은 애국지사들의 고귀한 정신을 국민과 함께 기억하고 미래세대에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도 헐버트 박사의 삶과 한국에 대한 헌신을 조명했다.

스틸 대사는 헐버트 박사가 미국 버몬트주 출신으로 젊은 선교사이자 영어 교사로 23세의 나이에 한국에 도착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이 헐버트 박사에게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진정한 고향이자 평생을 바친 나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틸 대사는 헐버트 박사가 전 세계에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렸으며, 개인적으로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신념을 끝까지 지켰다고 했다.

헐버트 박사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는 점도 언급했다. 스틸 대사는 헐버트 박사가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고 선언하며 한국을 자신의 영원한 안식처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 “헐버트가 심은 씨앗, 오늘날 한미동맹으로 성장”

스틸 대사는 올해 미국이 건국 250주년을 맞는 가운데 헐버트 박사의 이야기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헐버트 박사가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한국에서 미국 대사로 일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헐버트 박사가 한미 관계의 초기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스틸 대사는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헐버트 박사가 한미 관계의 가장 초기 기반을 닦았으며, 그가 심은 씨앗이 오늘날 양국이 공유하는 강력한 동맹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미 관계가 정부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를 믿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관계를 구축해 온 과정이라는 점에서 헐버트 박사의 삶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스틸 대사는 “헐버트 박사는 ‘조선은 반드시 꽃을 피울 것’이라고 얘기하며 한국의 가능성과 미래를 믿었다”며 “오늘날 한국의 놀라운 성취와 세계 무대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보면서 우리는 그의 믿음이 얼마나 충실하게 실현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인복 서울YMCA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추모대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김 이사장은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를 잊지 마시고 계속해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들의 가정에 건강과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했다.

◆ 고종의 친서 원본 발굴 계기로 ‘워싱턴 의거’ 재조명

헐버트 박사 77주기 추모대회 주요 내빈들이 헐버트 박사의 헌신과 업적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장요한 기자

이번 추모대회에서는 헐버트 박사의 1905년 대미 특사 활동을 집중적으로 다룬 추모특집 발간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1905년 을사늑약 저지를 위한 고종황제 대미특사 헐버트의 워싱턴 의거’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이번 특집은 1905년 을사늑약 체결을 막기 위해 고종 황제가 미국에 헐버트 박사를 특사로 파견했던 과정과 당시 워싱턴에서 전개된 활동을 구체적으로 조명했다.

김동진 회장은 발간사에서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가 2020년부터 매년 추모대회 때마다 추모특집을 발행해 헐버트 박사의 특정 분야 업적을 재조명해 왔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4월 21일 김 회장이 미국 워싱턴의 의회도서관을 방문해 고종 황제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헐버트 특사를 통해 보낸 친서 원본을 새롭게 발굴하면서 1905년 을사늑약 저지를 위한 고종 황제의 대미 특사 파견과 헐버트 박사의 워싱턴 활동이 더욱 상세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77주기 추모대회에서는 헐버트 박사의 1905년 대미 특사 활동을 별도의 특집으로 발간했다.

김 회장은 학계는 물론 재야 역사학자들이 1905년 을사늑약 저지를 위해 고종 황제가 헐버트 박사를 대미 특사로 파견했던 사실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 이번 추모특집에 대해 의미 있는 평가를 해주기를 요청했다.

아울러 외국인이었던 헐버트 박사가 한국의 독립을 위해 펼친 활동을 우리 민족이 어떻게 평가하고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폭넓고 깊은 평가와 성찰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추모대회는 헐버트 박사가 교육자와 학자로서 한국 근대교육과 한글 보급에 기여한 활동뿐만 아니라 고종 황제의 외교 특사로서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한국의 독립과 자주를 위해 활동했던 역사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편,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2026년 헐버트 박사 내한 14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헐버트 박사 내한 140주년 기념 사진전’을 비롯해 미국 버몬트주 뉴헤이븐에 건립되는 헐버트 박사 기념비 사업이 오는 10월 3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9월에는 육영공원 개교 140주년 및 근대 교육 출발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며, 10월에는 헐버트 아리랑 채보 130주년을 기념하는 아리랑 페스티벌이 개최될 예정이다.

또 헐버트 박사의 ‘낙화’ 시비와 야외기념관 건립도 추진된다. 오는 12월 7일에는 헐버트 박사의 일대기를 다룬 ‘헐버트의 꿈 조선을 피어나리!’ 독후감 공모전이 예정돼 있으며, 헐버트 박사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도 추진된다. 이처럼 2026년 헐버트 박사 내한 140주년을 계기로 교육자와 학자, 외교가이자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그의 생애와 한국에 남긴 유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는 기념사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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