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종교자유 옹호 기독교 활동가 2명 관련 형사 혐의 공개 거부

벨라루스 당국이 러시아로의 범죄인 인도가 추진되고 있는 기독교 종교자유 옹호 활동가 2명에 대한 형사 혐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국제 종교자유 감시단체 포럼18(Forum 18)이 밝혔다.

러시아 독립 언론 소타(Sota)는 이달 초 러시아 연방 수배자 명단 일부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명단에는 개신교 설교자 세르기 멜랴네츠와 기독교 인권단체 ‘크리스천 비전(Christian Vision)’ 공동 창립자인 정교회 신학자 나탈리아 바실레비치가 포함됐다.

두 사람에 대해서는 벨라루스 당국의 요청으로 러시아 연방 수배 명단에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범죄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 역시 자신들이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럼18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수배자 명단에 기재된 연락처로 벨라루스 당국에 문의했으나, 관계자들은 혐의 내용을 밝히거나 수사기관이 현재 해당 사건을 실제로 수사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럼18은 “수사관들은 이들이 어떤 형사 혐의를 받고 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또는 이들이 피의자인지 정식으로 기소된 상태인지에 대한 설명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종교·민족 문제 담당 차관급인 세르게이 게라시메냐 역시 포럼18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민스크 출신인 멜랴네츠는 2024년 벨라루스를 탈출했다. 그는 같은 해 3월 19일 민스크 시법원에서 기자 이고르 코르네이의 재판을 방청하며 기도와 지지를 보내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당국은 금지된 벨라루스 언론인협회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코르네이를 형법 361-1조에 따른 ‘극단주의 조직 가담’ 혐의로 기소했다.

멜랴네츠는 벨라루스를 탈출한 뒤 인권단체 비아스나(Viasna)에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인 이고르를 지지하고 기도하기 위해 법원에 갔다”며 “그가 혼자였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존재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에서 행정구금 13일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추가로 12일간 구금됐다. 석방된 뒤에는 가족과 함께 폴란드로 떠났다.

멜랴네츠는 2020년 이후 정부의 탄압을 받는 야권 인사들의 재판에 참석해 이들을 지지하고 기도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크리스천 비전과의 인터뷰에서 “감옥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었다”며 “편지를 쓸 수 있으면 편지를 쓰고, 물품을 전달할 수 있으면 전달했다. 하지만 더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법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탄압 때문에 법정에 서게 된 사람들이 누군가 자신들을 지지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멜랴네츠는 2021년 2월 당국이 민스크의 뉴라이프 복음교회를 강제 퇴거시킬 당시에도 교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당시 집행관들은 전동 그라인더로 교회 출입문 자물쇠를 절단했으며, 약 30명의 집행관과 경찰, 주택관리 당국 관계자들이 퇴거 집행에 참여했다.

멜랴네츠는 당시 포럼18에 “공식 문서를 구실로 교회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8월에도 뉴라이프교회 비아체슬라프 곤차렌코 목사와 함께 민스크 지역 경찰 구금시설 밖에서 기도했다. 당시 곤차렌코 목사는 당국에 의해 구금된 상태였다.

멜랴네츠는 경찰이 2024년 1월 자신의 부모를 불러 자신의 행방과 ‘극단주의 단체’와의 연계 의혹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질문 대부분은 나와 내가 해온 활동에 관한 것이었다”며 “당국은 가족과 내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나는 여전히 기독교적 양심이 이끄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천 비전의 활동을 조정해 온 바실레비치 역시 벨라루스를 떠난 상태다. 크리스천 비전은 2020년 설립된 단체로, 종교의 자유 침해 사례를 기록하고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벨라루스 국가보안위원회(KGB)는 이후 이 단체를 ‘극단주의’ 조직으로 지정했다.

비테브스크 지역 경찰은 지난 4월 벨라루스에서 형사 사건이 시작된 데 이어 러시아 당국에 바실레비치를 러시아 연방 수배 명단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 법무부는 이에 앞서 지난 3월 27일 크리스천 비전 관계자들이 설립한 ‘전쟁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Christians Against War)’ 프로젝트를 ‘외국대리인’으로 지정했다.

바실레비치는 해당 반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자신이 범죄 혐의를 받고 있거나 피의자로 지정됐다는 공식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포럼18에 밝혔다.

그는 지난 13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원칙적으로 놀랍지 않다”며 “예상했던 일이고, 별다른 감정도 들지 않는다”고 썼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2025년 4월 8일 크리스천 비전을 공식적으로 ‘극단주의’ 조직 명단에 추가했다. 앞서 같은 달 1일 KGB는 크리스천 비전과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채널 및 바실레비치와 나탈리아 하르코비치, 공동 창립자 드미트리 코르네옌코 등을 ‘극단주의’로 지정했다.

같은 달 오르샤 지역 경찰은 코르네옌코의 친척 3명의 주택을 압수수색하고, 수색 과정에서 가족 2명의 DNA 샘플을 확보했다. 코르네옌코는 2024년 7월 ‘극단주의 활동 지원’ 혐의로 비테브스크 지역 경찰의 수배 명단에 올랐다.

벨라루스 법원들은 2023년과 2024년 비테브스크와 그로드노 지역을 중심으로 크리스천 비전 웹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으며, 단체의 소셜미디어 채널도 ‘극단주의’로 지정했다.

포럼18은 멜랴네츠와 바실레비치가 체포되거나 벨라루스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카자흐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 입국할 경우 즉시 체포돼 벨라루스로 인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