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티베트 접경 홍수·산사태로 최소 160명 사망… 한국인 9명 연락 두절

외국인 341명 등 수백 명 실종…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네팔 파견
네팔 홍수 재난 현장의 모습. ©현지 영상 캡처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 접경지역을 강타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최소 160명이 숨졌다. 주민과 관광객, 근로자 등 수백 명이 실종된 가운데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두절돼 인명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네팔 경찰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중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최소 15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41명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수백 명의 생사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중앙TV(CCTV)는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최소 3명이 숨지고 265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 규모가 잠정치라고 밝히고 지룽현 일대에 구조 인력을 투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관계 당국에 수색과 구조 작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 외국인 341명 포함 403명 실종

대규모 홍수는 이날 오전 8시37분께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발생했다. 네팔 경찰과 관광 당국은 외국인 341명을 포함해 모두 403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했다.

네팔인 실종자는 최소 6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28일 네팔 전통 명절인 자나이 푸르니마를 앞두고 라수와 지역의 고사인쿤다 호수를 방문하던 주민들로 알려졌다. 실종자 명단에는 경찰관 최소 28명도 포함됐다.

홍수는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여러 마을과 도로를 순식간에 덮쳤다. 수력발전소를 비롯한 주요 기반시설도 파괴되면서 일부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이 마비됐다.

수색·구조 작업은 유실된 도로와 교량,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네팔과 중국 당국은 구조 인력과 장비를 현장에 투입해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 작업을 벌였다.

◈ 한국인 9명 연락 두절…정부 대응팀 파견

한국 외교부는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에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직원 8명의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인 1명이 추가로 연락되지 않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연락 두절자는 모두 9명으로 늘었다.

당초 현지에 고립된 것으로 알려진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10명은 네팔인 등 외국인 직원 200여 명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이들은 모두 안전한 상태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와 소방청, 경찰청 관계자들로 구성된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을 27일 네팔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신속대응팀은 현지 당국과 협력해 연락이 끊긴 한국인들의 소재 파악과 수색·구조 작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주네팔 한국대사관과 현지 관계기관을 통해 피해 상황을 지속해서 파악하는 한편, 연락이 두절된 한국인들의 가족에게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 교량 19개·도로 40㎞ 유실…국제사회 지원 나서

이번 네팔 홍수로 여러 마을과 도로, 수력발전 시설이 파괴되면서 히말라야 일부 지역의 교통이 마비됐다. 네팔 당국은 차량용 교량 최소 19개와 도로 약 40㎞가 유실된 것으로 집계했다.

당국은 추가 홍수와 산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보테코시강과 트리슐리강, 나라야니강 인근 주민들에게 강둑에서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사스미트 포카렐 네팔 정부 대변인은 “인도와 중국에 구조 작업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와 통화하고 가능한 모든 형태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주와 영국, 유럽연합(EU), 핀란드, 프랑스, 노르웨이, 스위스도 공동성명을 내고 희생자와 피해 주민들에게 연대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각국은 자국민의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네팔 당국과 구조 지원 방안을 협의했다.

◈ 빙하 눈·바위 사태가 돌발 홍수 촉발한 듯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는 빙하에서 발생한 대규모 눈·바위 사태가 이번 돌발 홍수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센터는 네팔 쪽 빙하에서 쏟아진 눈과 바위가 보테코시강의 지류인 렌데콜라강을 일시적으로 막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자연적으로 형성된 둑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거대한 물살과 토사가 하류 지역을 덮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지역에서는 지난해 8월에도 고온의 영향으로 티베트의 빙하호가 범람해 9명이 숨졌다. 당시에도 네팔과 중국을 연결하는 교량을 비롯한 주요 기반시설이 파손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히말라야 지역의 온난화가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온 상승에 따른 빙하 융해와 불안정한 지반이 폭우와 맞물리면서 홍수와 산사태 등 극한 기후 재난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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