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s) 전 하원의원 후보가 기독교 신앙과 생명윤리에 대한 견해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며 당을 상대로 100만 달러(약 13억원)가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성공회 신자인 데이비드 캄파날레 전 후보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대한 차별로 정치적 기회를 잃었다며 런던 중앙지방법원에 자유민주당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정치적 기회 상실로 100만 달러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캄파날레는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자유민주당 소속 지방의원을 지냈으며, 2017년부터 하원의원 후보로 승인된 인물이다. 그는 낙태 반대 등 생명윤리적 입장과 조력자살 반대 견해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 BBC 기자 출신인 캄파날레는 2021년 자유민주당 후보로 런던 남서부의 서턴·쳄 지역에 출마할 후보로 선정됐지만, 2023년 8월 후보직에서 배제됐다.
캄파날레가 법원에 제출한 손해배상 산정표에 따르면 그가 청구한 금액은 이자를 포함해 78만8,740.75파운드(약 107만6,000달러)에 이른다.
청구액에는 과거와 미래의 소득 손실을 비롯해 가중손해배상,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의원 연금 손실, 상담 비용, 정치적 자산 상실 등이 포함됐다.
자유민주당 측은 이미 평등법(Equality Act)에 따라 캄파날레의 종교를 이유로 직·간접적인 차별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그가 제기한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구체적인 배상액은 법원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자유민주당은 최근 법원에 제출한 반박 손해배상 산정표에서 캄파날레의 청구액이 “지나치게 부풀려졌으며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당 측 변호인들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액으로 1만4,000파운드(약 1만9,100달러)를 제시했으며, 가중손해배상과 소득 손실 등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배상액을 0파운드로 산정했다. 자유민주당 측이 제시한 전체 배상액은 약 2만2,800파운드(약 3만1,100달러)다.
캄파날레는 당내 활동가들이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조롱하고 모욕했으며, 후보직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일부 당원들은 그의 선거운동 지원을 거부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2022년 1월 열린 당 회의에서 약 30명이 자신의 신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예수처럼 순교를 즐기고 있느냐”고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선거운동 전단에서 자신의 이름이 제외됐으며,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있는 일부 선거구에는 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소송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 당시 캄파날레를 대신해 후보가 된 루크 테일러는 전화 통화에서 캄파날레에게 그의 종교적 견해는 당에서 아무런 영향력이 없으며,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표현한 이른바 “세속 정당”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테일러는 당내 후보 선출 과정에서 당초 3위를 차지했지만 캄파날레가 후보직에서 배제된 이후 서턴·쳄 지역에서 자유민주당 후보로 당선됐다. 그는 2024년 총선에서도 해당 지역 의석을 지켰으며, 이후 이 지역은 자유민주당의 강세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자유민주당 내부에서도 캄파날레 사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전 당 대표 팀 패런과 전 부대표 사이먼 휴스 등 당 중진들은 사건에 대한 외부 조사를 요구했다.
패런 전 대표는 캄파날레에 대한 당의 처우를 “명백한 차별”이라고 규정하며 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전 캔터베리 대주교 로완 윌리엄스도 자유민주당의 입장이 기독교인들이 당을 대표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손해배상 논쟁은 지난 4월 영국 왕립법원에서 앨런 존스 판사가 내린 명령에 따른 것이다. 소송에 피고로 포함된 서턴 지역 자유민주당과 런던 지역 조직, 잉글랜드 연방당 등 3개 조직은 캄파날레가 겪은 차별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 명령에는 캄파날레에 대한 보복성 행위와 계약 위반,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한 직·간접적 차별 등이 포함됐다.
캄파날레를 대리하는 아이 로(Ai Law)는 당시 자유민주당이 최소 25만파운드(약 33만7,250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변호사 앨러스데어 헨더슨은 당시 사건을 캄파날레의 ‘법적으로 보호되는 신념(protected beliefs)’에 대한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소송 자료에는 현재도 서턴·쳄 지역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테일러가 차별의 “주요 주동자” 가운데 한 명으로 여러 차례 언급돼 있다.
자유민주당은 책임을 인정하기 전 제출한 답변서에서 당의 정책과 종교적 견해가 충돌하는 후보를 후보직에서 배제할 권리가 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찰스 케네디와 셜리 윌리엄스 등 과거 자유민주당을 대표했던 저명한 기독교 정치인들의 시대가 끝났다는 입장도 밝혔다.
자유민주당 기독교 포럼은 이후 영국 평등인권위원회(EHRC)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포럼 측은 캄파날레에 대한 당의 처우가 외부 기관의 조사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실은 2022년 1월 캄파날레를 둘러싼 당내 민원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한 지역 당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사용된 주장들이 “근거가 없고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자유민주당 대변인은 반박 손해배상 산정표가 제출되기 전 당은 모든 종교를 가진 사람과 비종교인을 환영한다며, 서턴·쳄 인근 지역에 데이비 대표를 포함한 기독교인 하원의원 3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캄파날레는 자유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들 역시 법을 위반한 정당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소송을 지지한 시민고(CitizenGo) 후원자 1,514명을 비롯한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