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혐오표현 규제, 표현의 자유 위축과 역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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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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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국회세미나 열려
(오른쪽부터) 박성제 변호사, 권경선 교수, 사회자 홍완식 건국대 교수, 윤용근 국회의원, 김자훈 미국변호사, 왕승혜 연구위원. ©노형구 기자

최근 혐오표현 규제 법안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국가의 과도한 표현의 자유 통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는 윤용근 의원실이 주최하고 진평연이 주관한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세미나가 열렸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성제 변호사(법무법인 명광)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발간 자료와 결정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짚으며 혐오표현 개념의 모호성과 규제 만능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인권위는 혐오표현을 성별, 장애, 종교,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를 하거나 차별·폭력을 선동하여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어떤 표현이 규제 대상이 되는지 일반 국민이나 법률가조차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인권위가 혐오표현을 ‘모욕형’과 ‘선동형’으로 나누고, 그 범위를 글과 말뿐만 아니라 몸짓, 기호, 그림, 퍼포먼스까지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인권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다’라는 보건적 견해나 ‘동성애 아웃, 동성애로부터 우리 아이를 지켜야 합니다’라는 반대 집회의 피켓 문구조차 모두 혐오표현으로 분류된다”라며 “특정 사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나 학술적·보건적 견해 제시까지 혐오표현으로 규정할 경우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로운 토론과 공적 담론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싼 갈등을 대표적인 과잉 해석 사례로 꼽았다. 박 변호사는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에 대해 인권위는 ‘이슬람교라는 종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근본 원인’이라고 단정 지으며, 옥외광고물법상의 ‘인종차별적 내용’을 적용해 철거를 권고했다"라며 ”무슬림이 인종도 아니고 더 나아가 주민들의 비판이 이슬람의 반사회적 교리에 초점이 맞춰졌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위해 무리하게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대응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지만, 그것이 ‘표현의 자유’라는 또 다른 헌법적 가치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방식으로 실현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세 가지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첫째, 규제가 필요한 혐오표현의 범위를 명확하고 좁게 설정하여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며, 둘째, 국제인권규범의 국내 적용은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셋째, 차별금지법 등 관련 입법은 표현·종교·학문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토론을 맡은 이상현 교수(숭실대)는 국제 인권 규범의 해석적 한계와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신중한 입법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혐오표현 규제 대상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면 일반적인 감정 표현이나 종교적·학술적 논의마저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며 “형사 처벌과 같은 강제적 규제보다는 캠페인 등 제한적이고 신중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에선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규제 법안도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 영역)에 위배된다는 등 혐오표현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를 금지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세미나가 열리던 모습.©노형구 기자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권경선 한국외대 법학 교수는 최근 무더기로 발의된 혐오표현 규제법의 배경으로 ‘스타벅스 논란’과 ‘반중 시위’를 꼽았다. 권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특정 문구를 문제 삼아 스타벅스 불매 운동을 종용해 해당 기업에 막대한 적자를 안겼다”며 “또한 대림동 등에서 발생한 극단적인 반중 시위를 이재명 대통령이 범죄로 강경 규정하자, 이에 부응한 여당 의원들이 특정 국가 국민 모욕 시 최대 징역 5년에 처하는 등 강력한 규제 법안들을 잇달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방위적 법적 규제에 대해 권 교수는 심각한 부작용을 경고했다. 권 교수는 “국가가 특정 표현에 대해 ‘나쁘다’는 가치판단을 내리고 개입하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져, 결국 지배 권력이 반대파나 소수자의 정당한 권리 주장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할 우려가 크다”라며 “최근 가결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행정청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네이버나 카카오 등 정보통신망 플랫폼 내 의견을 원천 폐쇄할 수 있게 하여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그 대안으로 권 교수는 표현에 대한 가치판단을 배제하는 ‘미국식 최소 규제’와 ‘압력밸브(Pressure Valve) 이론’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물리적 폭력의 위험이 명백하고 임박했을 때만 국가 개입이 정당화되어야 한다”라며 “혐오표현을 강제로 금지하면 억눌린 분노가 지하로 숨어들어 더 극단적인 폭력으로 표출되므로, 공론의 장에서 불만을 배설하게 두는 것이 오히려 사회적 위험 행동의 김을 빼주는 밸브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에 따라 소수자들도 국가의 억압적 보호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대항 표현(Counter-speech)을 통한 담론 투쟁에 나서 내성을 기르는 것이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권 교수는 형법으로 혐오표현을 강경하게 규제 중인 독일의 실태를 언급하며 규제 만능주의에 일침을 가했다. 권 교수는 “독일은 강력한 혐오표현 규제에도 불구하고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혐오범죄와 정치적 동기를 가진 범죄는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며 증가하는 상황이다. 2026년 독일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혐오표현, 재물손괴, 폭행 등을 포괄하는 정치적 동기 범죄는 지난 10년간 2배 이상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한 해 관련 범죄만 85,837건이 보고되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라며 “2023년 이후 증오 범죄의 80% 이상이 외국인 혐오에서 비롯됐고, 반유대주의 범죄가 전년 대비 96%, 이슬람 혐오 범죄가 140% 폭증하는 등 실제 물리적 위해가 국가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교수는 “난민 문제나 경제 침체 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을 강력한 규제로 억압한 결과, 건전하게 배설할 통로가 막혀 결국 더욱 과격하고 거친 실질적 폭력으로 폭발하고 만 것”이라며 “국내의 혐오표현 규제 시도 역시 사회적 다양성을 위협하고 더 큰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권 교수의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왕승혜 연구위원(한국법제연구원)은 입법 절차에서의 헌법적 합치성을 강조하며 발제 내용에 공감을 표했다. 왕 연구위원은 프랑스의 플랫폼 규제 위헌 판결 사례를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 남용을 규제할 수는 있으나, 그에 결합되는 수단은 목적에 비추어 꼭 필요하고 적합하며 비례의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라며 “혐오표현 규제 문제를 개별 입법안 분석을 넘어 국가 안보적 차원과 거시적 담론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권 교수님의 제안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김자훈 미국변호사(표현의자유수호청년연대)의 발제와 배효성 연구위원(한국법제연구원)의 토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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