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한 미국 기독교 대학의 캠퍼스를 디지털 공간에 보존해 졸업생들이 앞으로도 학교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팔로스하이츠에 위치한 트리니티 크리스천 칼리지(Trinity Christian College)의 캠퍼스를 가상공간으로 구현하는 주인공은 에전츠 이노베이션스(Egents Innovations)를 설립한 애슐리 나와오콜로와 샬롬 나와오콜로 부부다.
부부가 제작한 가상 캠퍼스의 이름은 스페인어로 ‘당신은 견딘다’는 의미의 ‘페르두라스(Perduras)’다. 공식 웹사이트는 오는 10월 4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될 예정이다.
두 사람은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보낸 이메일에서 “학교가 문을 닫으면 물리적인 공간도 함께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캠퍼스가 매각되고 건물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서 그곳은 그 공간이 형성한 사람들에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페르두라스는 이러한 생각에 대한 직접적인 답”이라며 “사람도, 장소도, 공동체와 자신을 형성한 공간 사이의 연결도 건물의 벽을 넘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페르두라스라는 이름은 애슐리 나와오콜로가 노스웨스턴 칼리지 재학 당시 트리니티 크리스천 칼리지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스페인에서 한 학기를 보낸 경험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부부는 “우리가 영원한 것을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물리적 건축물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을 만들어 건물이 사라져도 그 안에 담긴 역사가 함께 사라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65년 역사 뒤로하고 문 닫은 대학
트리니티 크리스천 칼리지는 지난해 11월 재정난을 이유로 2025~2026학년도를 끝으로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재학생은 약 1,000명에 달했으며, 학교는 65년 넘게 운영돼 왔다.
당시 장인 대통령인 제닌 모지(Jeanine Mozie)는 “상당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이사회가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랑하는 학교를 지속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고 밝혔다.
학교 폐교 소식은 나와오콜로 부부에게 단순한 뉴스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애슐리의 트리니티 크리스천 칼리지 해외연수 경험뿐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가 졸업한 웨스트마 칼리지(Westmar College)도 1990년대 폐교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그녀의 아버지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자신이 다녔던 학교를 보여주거나 돌아갈 물리적인 장소를 잃었다”며 “트리니티가 폐교를 발표했을 때 같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이 공동체에 닥치고 있다는 것을 즉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자원을 사용해 트리니티의 유산과 역사가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부르심을 느꼈다”며 학교 측에 보존 계획을 제안했고, 지난 4월 공식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캠퍼스 전체 촬영에 20만 걸음
부부는 트리니티 크리스천 칼리지가 운영을 종료하기 전 마지막 몇 달 동안 두 차례 캠퍼스를 방문해 60에이커(약 24만㎡) 규모의 캠퍼스 전체를 촬영했다.
전문 드론 조종사인 애슐리는 드론을 이용해 건물 외관을 촬영했고, 샬롬은 학교 내 18개 건물을 직접 걸으며 내부 공간을 촬영했다.
이들은 “학교가 매각된 뒤에는 다시 방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수할 여지가 없었다”며 “20년 후 어떤 세부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여겨질지 알 수 없었기에 모든 방과 구석, 복도를 촬영해야 했다”고 밝혔다.
부부가 캠퍼스를 기록하기 위해 함께 걸은 거리는 약 20만 걸음에 달하며, 고해상도 이미지 자료만 100GB 이상 확보했다.
“이전 프로젝트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에전츠 이노베이션스는 2020년부터 병원과 대학 등을 대상으로 이용자가 직접 둘러볼 수 있는 가상 투어를 제작해 왔다. 지난해에는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서 노숙 위기에 처한 참전용사들에게 작은 주택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베테런스 커뮤니티 프로젝트 빌리지의 가상 투어도 제작했다.
그러나 트리니티 크리스천 칼리지 프로젝트는 이전 작업과는 “범주와 규모 면에서 근본적으로 달랐다”고 부부는 설명했다.
기존 프로젝트는 현재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시설을 가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트리니티 프로젝트는 폐교가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학교와 그곳에서 형성된 공동체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한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캠퍼스에 아직 생명이 남아 있을 때 촬영했다”며 “문과 벽에는 앞으로 열릴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야외 공용 공간에는 조명이 켜져 있었으며 식당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식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트리니티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기존 고객의 웹사이트가 아닌 별도의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해야 했다. 학교가 폐교하면서 자체적으로 디지털 투어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부는 학교의 역사와 유산,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으로 페르두라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페르두라스가 공식적으로 공개되기 전부터 일부 졸업생들은 가상공간을 통해 모교를 다시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그들이 느낀 것은 우리가 만든 것에 대한 경외감이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장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감이었다”며 “우리가 모든 방문자에게 그런 감정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삶을 바꾼 대화를 나눴던 복도를 다시 걸어보고, 첫 시험을 준비했던 방이나 힘든 시기에 기도했던 장소를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졸업생들이 자녀와 손주들에게 가상 캠퍼스를 보여주며 “이곳이 나를 형성한 장소다. 이곳에서 나는 지금의 내가 됐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부는 “학교가 문을 닫으면 캠퍼스도 사라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바꾸고 싶다”며 “폐교가 반드시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건물의 벽을 넘어 지속되는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