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 그리스도교계의 핵심 지도자이자 제98대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윌리엄 템플의 대표작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이 새롭게 독자들을 찾는다. 1931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여드레에 걸쳐 전한 강연을 묶은 이 책은, 출간 후 한 세기가 다 되도록 기독교 신앙의 근본 물음을 다루는 현대판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사회참여의 뿌리가 된 신앙의 본질
사람들은 흔히 템플을 평신도의 권한을 넓힌 ‘생명과 자유 운동’을 이끌고, 영국 복지 국가 건설의 주춧돌을 놓은 사회참여적 지도자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이전에 철저한 신학자이자 성직자였던 템플의 진면목을 깊이 조명한다.
그가 평생토록 온 마음을 쏟아 관심을 기울인 것은 ‘그리스도의 의미’와 ‘신앙에 기반을 둔 삶의 모습’이었다. 그의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는 단순한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바로 이 깊은 신학적 고뇌와 믿음에서 흘러나온 필연적인 결과물이었음을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확실성이 아닌 ‘모험’으로서의 믿음
강연이 열렸던 1931년의 옥스퍼드는 신앙에 호의적인 자리가 아니었다. 과학주의가 우주의 광막함을 설파하며 인간을 한없이 작게 만들었고, 전쟁의 상처는 짙은 허무주의를 불러왔다. 신을 믿을 근거보다 믿지 않을 근거를 찾기 쉬웠던 회의론의 한복판에서, 템플은 신의 존재를 수학 공식처럼 증명하려 들지 않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인 우리로부터 가장 고귀한 역량을 끌어내어 행동하게 만드는 동력은 확실성이 아니라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모험에서 솟아납니다.”
그는 신앙을 완벽한 지적 확실성이 아니라 ‘삶을 건 모험’이자 탐색으로 규정한다. 우주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시작해 개인의 회개와 기도를 거쳐 다시 공동체로 나아가는 그의 논리는, 단상에서 청중을 직접 마주하며 내뿜는 특유의 생동감과 굳건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혼란의 시대를 돌파하는 영적 나침반
템플이 마주했던 허무를 향한 기울어짐, 자본을 앞세우는 흐름, 신앙을 미신으로 몰아붙이는 과학주의는 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방향을 바꾸지 않은 채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세계와 삶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며, 그를 온전히 따르는 삶이란 무엇인가? ◆혼란의 시대 속에서 교회는 어떤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가?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은 과거의 낡은 자료가 아니라, 시대를 돌파할 지혜를 갈구하는 이들에게 늘 곁에 두고 새겨야 할 영적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