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노인 돌봄 전문가 “조력 존엄사, 침묵 깨고 논의 나서야”

마르쿠스 뮐러 박사, 취리히주 투표 앞두고 기독교계와 사회에 생명 가치 성찰 촉구
©pixabay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스위스 취리히주가 조력 존엄사(안락사) 허용 여부를 묻는 주민 투표를 준비하는 가운데, 현지의 노인 돌봄 전문가가 기독교계와 사회를 향해 조력 존엄사에 대한 침묵을 깨고 적극적인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8월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스위스 노년 옹호 단체 '이니셔티브 프로 에이징(Initiative Pro Aging)'의 설립자인 마르쿠스 뮐러 박사는 최근 스위스 복음주의 연맹에 기고한 논평을 통해 조력 존엄사 논쟁을 단순한 정책적 찬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뮐러 박사는 12년 이상 레미스뮐레 센터에서 고령자 및 임종 환자들을 돌본 경험을 바탕으로, 부서지고 연약해진 삶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이 스위스 조력 존엄사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수의 표결에만 의존하며 투표 결과를 수동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위스 사회와 기독교 교회가 삶과 죽음에 대해 대화하는 법을 지금 당장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주의 속 훼손되는 생명의 가치 지적

뮐러 박사는 1950년대 이후 서구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 가치관의 극적인 변화를 분석했다. 과거 금기시되던 규범들이 해체되고 개인의 주관적 행복과 자기 결정권이 지배적인 도덕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 사회가 번영과 기술 발전을 거치며 모든 것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흡수했지만, 노화와 죽음만큼은 이러한 진보의 논리를 거부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력 존엄사는 삶의 고난을 견디기보다 피하도록 만드는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건강과 웰빙, 그리고 자기 결정권이라는 가치가 인간 삶의 일차적 척도가 되면서, 병들고 연약한 생명은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뮐러 박사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생명을 절대적으로 옹호할 문화적 기반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위스 조력 존엄사가 야기하는 세 가지 사회적 고통

뮐러 박사는 도덕적 설득만으로는 여론을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하며, 노인이 조력 존엄사를 선택할 때 발생하는 세 가지 실제적 고통을 거론했다. 첫째는 관계의 단절이 부르는 고통이다. 개인의 선택이라는 명분 아래 수십 년간 맺어온 관계가 종결될 때 남겨진 이들은 극심한 무력감과 상실감을 겪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둘째는 노인을 짐으로 여기는 사회적 압박이다. 그는 노인들이 요양원 등에서 죽음을 은연중에 종용받는 두려움은 단순한 망상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스스로 선택한 죽음과 사회 환경에 의해 조장된 죽음 사이의 거리가 매우 짧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대를 넘어 남겨지는 정신적 유산의 문제를 제기했다. 다음 세대는 윗세대가 고난과 쇠락의 시기에도 삶을 포용했는지, 아니면 어려움에 대처하지 못하고 도피를 선택했는지를 묻게 될 것이라며, 죽음은 결코 개인만의 사적인 영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교회의 역할과 생명 존중 언어 회복 호소

뮐러 박사는 스위스 기독교 교회가 개인의 신앙생활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의 마지막을 공동체가 함께 감당하는 공적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독교 교회가 수행해야 할 역할로, 고난과 부서짐에 건강하게 대처하는 훈련의 장이 될 것과 활력뿐만 아니라 연약함 속에서도 생명을 축하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상실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미래에 대한 소망을 기르고, 삶이 항상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성과주의의 폭정에서 벗어나 무조건적인 생명 긍정을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논평의 마지막에서 뮐러 박사는 친척이나 이웃이 조력 존엄사를 언급하는 등의 현실적인 딜레마 상황을 제시하며, 이에 대한 기독교계의 침묵을 비판했다. 그는 침묵은 중립이 아니며, 무거운 결정의 짐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의 결정만 무기력하게 기다리는 대신 지금 당장 지인과 공동체 사회 안에서 스위스 조력 존엄사와 생명에 관해 대화할 언어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