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대폭 축소하라고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SNS에 북한 김정은과 좋은 관계임을 과시하며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건 지난 1기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훈련 시작 몇 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축소를 지시하진 않았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 개시 직전에 대폭 축소를 지시한 배경이 궁금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에 동참할 의향을 물었는데 한국이 “No thanks라고 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걸 한국이 거절한 데 따른 불만이 이번 연합 훈련 축소 지시로 연결됐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취지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축소를 지시했든 한미 동맹의 대비 태세를 약화시키게 될 거란 점은 분명하다. 반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며 대남 핵 공격까지 공언한 북한엔 사기를 북돋워 줄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다. 청와대는 훈련 축소에 대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채 “북·미 정상 간 우호적 관계가 의미 있는 북·미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미·북 대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가 이뤄지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미·북 대화와 북한의 핵 공격을 대비하는 건 별개 문제다. 한·미 간의 연례적인 방위 훈련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수단이란 점에서 그 균형이 무너지면 한반도는 긴장이 완화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조될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유사시 양국 군이 함께 싸우기 위한 지휘체계와 작전능력을 검증하는 연합방위태세 핵심 수단이다. 북한을 무력으로 굴복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6.25와 같은 북한의 남침을 대비해 매년 연합훈련을 통해 방위 태세를 점검하고 능력을 향상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 훈련이 축소되면 유사시 대응능력에 차질이 생기고 안보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내일 당장 전시작전통제권 회수를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며 큰소리치고 있다. 전쟁의 승패는 호언장담이 아니라 얼마나 방위 태세를 굳건히 했냐에 달렸다. 동맹이 흔들리면 안보도 흔들린다. 한반도 평화는 말이 아니라 수호할 힘과 대비 태세로 지켜진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