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몰락한 정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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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과 정치권력, 그리고 국민의 신뢰
양기성 교수

역사를 돌아보면 세금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정치권력과 국민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였습니다. 솔로몬 시대의 무거운 부담과 이스라엘 왕국의 분열, 프랑스 루이 16세 시대의 재정위기와 프랑스 혁명, 영국 대처 수상의 인두세 논란은 서로 다른 시대와 정치체제의 이야기이지만 한 가지 공통된 교훈을 줍니다. 국민에게 부과하는 부담이 공정하지 못하고, 권력이 국민의 신뢰를 잃을 때 정치적 위기가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성경은 세금과 정치권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1. 성경은 세금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시의 세금 문제를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옳지 아니하니이까”라고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태복음 22:21> 이 말씀은 국가가 세금을 거둘 수 있는 현실적인 권한을 인정하는 동시에, 국가의 권력보다 하나님의 주권이 더 높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세금이라는 제도 자체를 무조건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교육, 복지, 국방과 사회질서를 위해 재정을 필요로 합니다. 문제는 세금을 어떻게 거두느냐, 그리고 거둔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세금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정부가 세금을 사용할 때에는 자기 돈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맡겨진 돈이라는 청지기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2. 성경이 요구하는 것은 ‘공의’입니다.

성경에서 정치지도자와 통치자에게 반복해서 요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의와 정의입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가서 6장 8절) 세금정책에도 이 원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국민에게 세금을 걷는다면 공정해야 합니다.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한다면 권력자도 함께 희생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민에게 절약을 요구한다면 정부도 먼저 낭비를 줄여야 합니다. 성경적 정치의 핵심은 힘으로 국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공의로 국민을 섬기는 것입니다.

3. 권력자는 소유자가 아니라 청지기입니다.

성경은 인간에게 맡겨진 모든 것을 하나님의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땅과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중에 거하는 자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시편 24편 1절) 국가의 재정도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창조질서 안에 있습니다. 정치지도자가 국민의 세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유재산처럼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권력자는 국가의 주인이 아닙니다. 국민의 세금도 권력자의 돈이 아닙니다. 정치권력은 하나님과 국민 앞에서 맡겨진 책임을 수행하는 청지기입니다. 성경은 청지기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을 이렇게 말씀합니다.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린도전서 4:2) 따라서 좋은 정부란 세금을 많이 걷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서 거둔 세금을 가장 정직하고 지혜롭게 사용하는 정부입니다.

4. 세금보다 무서운 것은 ‘신뢰의 붕괴’입니다.

국민은 세금 자체보다 불공정한 세금과 낭비되는 세금에 더 크게 분노합니다. 성경은 지도자에게 정직과 공의를 요구합니다. “왕은 정의로 나라를 견고하게 하나 뇌물을 억지로 내게 하는 자는 나라를 멸망시키느니라.”(잠언 29:4) 얼마나 놀라운 말씀입니까. 나라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정의입니다.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그 권력은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정부가 정직하고 공정하며 국민의 희생을 먼저 생각한다면 국민은 어려운 세금 부담도 이해하고 함께 감당할 수 있습니다.

5. 예수님이 가르치신 정치권력은 ‘섬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상의 권력자들과 하나님의 나라를 섬기는 지도자의 차이를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마태복음 23:11)

이 말씀은 오늘날 정치지도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원칙입니다. 정치권력의 목적은 국민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금도 국민을 억압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공동선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되, 그 과정에서 국민을 존중하고 부담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권력이 커질수록 책임도 커져야 합니다.

6. 성경은 가난한 자와 약자를 잊지 말라고 합니다.

성경의 조세와 경제에 대한 가르침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가난한 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정신입니다. 구약의 율법은 추수할 때 밭의 일부를 남겨 가난한 사람과 나그네가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레위기 19장 9~10절은 가난한 자를 위해 곡식을 모두 거두지 말고 남겨두라고 가르칩니다. 이것은 현대의 조세제도와 그대로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성경의 경제윤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분명히 보여줍니다. 성경적 경제정의는 강한 자만을 위한 경제가 아니라 약한 자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그러므로 정부가 세금을 통해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는 문제도 단순히 ‘세금을 많이 걷느냐 적게 걷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과 정의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7. 그러나 국민도 세금의 의무를 피해서는 안 됩니다.

성경적 관점은 정부만을 비판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13장)에서 국가의 권세와 납세의 의무를 언급합니다. “모든 자에게 줄 것을 주되 조세를 받을 자에게 조세를 바치고 관세를 받을 자에게 관세를 바치며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하며 존경할 자를 존경하라.”(로마서 13:7) 그러므로 기독교 시민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정당한 세금을 정직하게 내는 것은 시민의 책임입니다. 탈세와 편법을 통해 자신의 부담만 줄이려는 태도 역시 성경적인 자세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공정하게 거두어야 하고, 국민은 정직하게 납부해야 합니다. 이것이 성경적 조세윤리의 균형입니다.

결론: 세금의 정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지기의 정의’입니다.

솔로몬 시대의 무거운 세금 부담은 이스라엘 왕국의 분열을 촉진했습니다. 프랑스 루이 16세 시대의 재정위기와 불공정한 조세제도는 프랑스 혁명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대처 수상의 인두세 역시 강력한 정치지도자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되었습니다. 물론 어느 한 사건도 세금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역사적 사례들은 세금과 국민의 신뢰가 정치권력의 운명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누구의 돈인가?” 국민이 내는 세금은 정치인의 돈이 아닙니다. 정권의 돈도 아닙니다.

국민의 땀과 수고로 마련된 공동체의 재원입니다. 그리고 성경적 관점에서 보면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치지도자는 세금을 거두는 권력자 이전에 청지기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에게 세금을 요구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투명해야 합니다.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권력자가 먼저 책임져야 합니다. 국민에게 절약을 요구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낭비를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세금을 사용할 때에는 언제나 공의와 정직과 사랑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마태복음 23:11) 이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권력의 원리입니다.

정치권력의 본질은 지배가 아니라 섬김입니다. 세금의 본질은 착취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책임입니다. 국가재정의 본질은 권력자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청지기적 관리입니다.

결국 정권을 살리고 나라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세금의 많고 적음만이 아닙니다. 공의로운 세금, 정직한 재정, 책임 있는 정치, 그리고 국민의 신뢰가 나라를 세웁니다.

그러므로 정치지도자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국민의 지갑을 가볍게 할 수는 있어도 국민의 신뢰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세금은 국민의 돈이고, 예산은 국민의 땀이며, 정치권력은 그것을 관리하는 청지기입니다.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라.”(미가 6:8)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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