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나이지리아 연방법원이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고 강제 결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여성을 체포한 이슬람 종교경찰의 행위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8월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DI는 해당 판결이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에서 종교적 규범을 강제해 온 이슬람 종교경찰의 권한 한계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 단체 자유수호연맹(ADF)에 따르면, 가명 ‘사라(22)’로 알려진 여성은 지난 2025년 나이지리아 카노주에서 가족들의 학대와 강제 결혼 요구를 피해 집을 떠났다. 이후 '아바라'로 알려진 기독교 가정에 머물며 기독교로 개종했다.
이에 사라의 형제들은 카노주의 이슬람 종교경찰인 '히스바(Hisbah)'와 공조해 사라를 강제 구인했다. 사라는 4일 동안 구금된 상태에서 구타를 당하며 강제 결혼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을 받았다. 풀려난 사라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 2026년 1월 아바라 가족의 도움을 받아 조스 지역으로 거처를 옮겼다.
연방법원, 종교경찰의 기본권 침해 인정 및 손해배상 명령
사라를 돕던 아바라 가족은 사라의 형제들에 의해 납치 혐의로 고발당했다. 아바라 가족은 지난 2월 26일 카노주 법원에 기소되어 현재까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사라는 2월 24일 인근 주의 연방법원에 기본권 침해 구제 청원서를 제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심리를 진행한 연방법원은 지난 5월 26일 사라의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카노주 당국과 이슬람 종교경찰 히스바를 향해 기독교 개종이나 결혼 거부를 이유로 사라를 체포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종교경찰의 조치가 인간의 존엄성과 헌법이 보장하는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며, 나이지리아 당국이 사라에게 재정적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지원한 자유수호연맹 측은 이번 판결이 이슬람 종교경찰의 권력 남용에 제동을 건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수호연맹 숀 넬슨 글로벌 종교 자유 담당 수석 변호사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 히스바 경찰이 기독교인을 포함한 비무슬림에 대해 어떠한 사법적 관할권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북부 종교적 긴장과 남겨진 법적 분쟁
사라는 재판 결과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을 선택한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으며, 기독교인이 될 자유를 인정받고 이슬람 종교경찰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어 다행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라를 보호했던 아바라 가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카노주 법원에서 납치 혐의로 기소된 아바라 가족은 현재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자유수호연맹 측은 이들 가족이 사라를 납치한 것이 아니라 폭력적이고 위험한 상황에서 탈출하도록 도왔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검찰의 기소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의 복잡한 종교적 사법 체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카노주를 비롯한 북부 여러 주에서는 나이지리아 연방의 일반 경찰 및 사법 시스템과 함께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기반한 히스바 조직이 병행 운영되고 있다. 히스바는 무슬림 사회 내에서 이슬람 규범 준수를 장려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나, 타인에게 개종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 북부의 기독교 개종자 및 소수 종교인들은 신성모독법과 종교적 폭력의 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왔다. 자유수호연맹은 신성모독 혐의로 19개월간 수감되었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로다 자타우 사건 등을 언급하며 나이지리아 내 기독교 개종자들이 겪는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번 연방법원의 판결은 기독교 개종자에 대한 종교경찰의 부당한 법 집행을 막는 주요 판례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