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대법원이 지난 2014년 기독교인 부부를 산 채로 화형에 처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피의자 3명에게 증거 불충분과 수사 부실을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고 8월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지난 13일 지난달 9일 피의자 3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의 구체적인 법리적 근거를 담은 26쪽 분량의 판결문을 공개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2016년 대테러 법원의 사형 선고와 2019년 5월 라호르 고등법원의 사형 원심 유지 판결이 모두 뒤집혔다. 샤자드 아마드 칸 대법관 등 3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범죄의 잔혹성은 인정하지만, 검찰이 피고인들의 유죄를 입증할 신뢰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증거 불충분과 초기 수사 허점 지적
대법원은 숨진 샤자드 마시와 샤마 비비 부부가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모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 과정의 치명적인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해 부부의 유가족 중 누구도 사건의 공식 고소인으로 나서지 않았으며, 수사 초기 작성된 목격자 조서에 서명한 유가족이 없다는 점을 들어 범행 현장에 핵심 목격자가 부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한, 목격자들이 주범으로 지목한 무함마드 이르판의 이름이 경찰의 최초 정보 보고서(FIR)에 누락된 점도 문제 삼았다. 법원은 피고인들에게서 화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벽돌 가마 근처 작업 시 착용하는 보호용 나막신이나 젖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들의 범행 가담 여부에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단 하나의 정황이라도 피고인의 유죄에 합리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면, 피고인은 의심의 이익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피고인 3명을 즉각 석방할 것을 명령했다. 아울러 이 사건에 연루된 다른 용의자 102명의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에 대해서도 펀자브주 정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2014년 폭도에 의한 기독교 부부 살해 사건 배경
피해자인 마시와 비비 부부는 지난 2014년 11월 4일 펀자브주 카수르 지역의 코트 라다 키샨에서 신성모독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군중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뒤 벽돌 가마에 던져져 숨졌다. 당시 부부는 피신처 지붕을 뚫고 난입한 폭도들에게 끌려 나갔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폭도들의 규모에 밀려 사태를 제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을 오랫동안 추적해 온 현지 기독교계 형사 전문 변호사 라자르 알라 라카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파키스탄 형사 사법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했다. 그는 치밀한 공판 준비와 증거 수집의 실패가 결국 기소 유지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해 가해자들의 무죄 방면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이 소수 종교를 억압하거나 개인의 재산을 탈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기독교 박해 감시 기구인 오픈도어즈는 2026년 기준 파키스탄을 기독교 박해가 가장 심각한 전 세계 50개 국가 중 8위로 선정하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