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적 투자이다. 경제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면 그 발전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결국 국가의 경쟁력은 교육의 수준을 넘어 사람의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기간에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국민의 근면성과 교육열이 있었다. 한국 부모들은 가난한 시절에도 자녀만큼은 제대로 교육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러한 한국의 교육열을 여러 차례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2009년 미국의 교육혁신 캠페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부모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녀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려는 강한 열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의 경제성장과 교육열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미국도 배울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에는 더욱 직접적으로 한국의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언급하면서 “한국에서는 교사를 국가를 세우는 사람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칭찬한 것은 한국의 모든 교육방식, 특히 이른바 ‘주입식 교육’ 자체가 아니었다. 그가 높이 평가한 것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교사를 존중하는 문화, 부모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었다. 이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1. 한국 교육의 힘은 기초학력과 성실성에 있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기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읽고 쓰는 능력, 수학의 기본, 영어의 어휘와 문법, 역사와 과학의 기본지식 등은 반복해서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창의성도 결국 지식이라는 재료가 있어야 발휘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수는 없다. 피카소가 그림의 기본을 몰랐던 것이 아니며,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의 기본을 무시했던 것도 아니다. 뛰어난 창의성 뒤에는 오랜 시간의 공부와 훈련이 있었다. 한국의 교육열과 성실성은 대한민국 발전의 중요한 밑거름이었다. 그러므로 한국의 교육을 ‘주입식’이라는 한 단어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암기와 반복, 기초훈련에는 분명한 가치가 있다.
문제는 암기가 목적이 될 때 발생한다. 학생이 시험에 나오는 답만 외우고 “왜?”라는 질문을 하지 못한다면 교육은 지식의 전달에 머물게 된다.
2. 한국 교육의 한계는 ‘정답 중심’에 있다.
한국 교육이 비판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우리 교육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과 시험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정답을 빨리 찾는 훈련에는 익숙하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를 놓고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습니까?” “교과서에 뭐라고 나와 있습니까?” “시험에 어떤 답을 써야 합니까?” 이런 질문은 정답을 찾는 데는 유용하지만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 어떤 정보를 믿을 것인가, 여러 답 가운데 무엇이 옳은가, 그리고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진다. 따라서 한국 교육은 ‘많이 아는 교육’에서 ‘깊이 생각하는 교육’으로 발전해야 한다.
3. 미국 교육에서 배울 것은 질문과 토론이다.
미국 교육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대표적인 장점은 질문과 토론이다. 학생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왜 그렇게 생각하니?” “그 주장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니?” 이런 질문을 통해 학생은 자기 생각을 만들고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특히 대학 교육에서는 토론, 발표, 에세이,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학생의 논리적 사고와 표현능력을 중요하게 다룬다. 이런 교육은 창의성,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데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미국식 교육에도 약점은 있다. 자율성과 자유로운 사고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기본적인 지식과 훈련이 약해질 수 있다. 기초가 없는 창의성은 때때로 깊이가 부족하다. 따라서 미국 교육 역시 우리가 무조건 따라야 할 정답은 아니다.
4. 해외 유학을 경험한 젊은 세대가 한국의 주입식을 거부하는 이유?
최근 미국 등 서구권에서 유학한 젊은 세대 가운데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육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 학생이 좋은 학생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미국에서는 때로 선생님의 주장에 질문하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학생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해외 유학을 경험한 젊은이가 한국의 획일적인 교육방식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모두 버리는 것도 옳지 않고, 과거의 교육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는 것도 옳지 않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택이 아니라 융합이다.
5. ‘한국의 성실성’과 ‘미국의 창의성’을 융합하자
미래의 교육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 기초는 철저하게, 사고는 자유롭게. 공부는 열심히, 질문은 과감하게. 지식은 정확하게, 활용은 창의적으로. 한국의 교육열과 성실성은 우리의 자산이다. 미국의 토론과 창의성은 우리가 배울 자산이다. 둘 중 하나를 버릴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결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학의 공식을 철저히 배우게 하되 그 공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게 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가르치되 그 역사에서 오늘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토론하게 해야 한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게 하되 암기한 단어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성경을 암송하게 하되 그 말씀이 오늘 나의 삶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질문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6. 선비정신과 창의정신을 함께 살려야 한다.
우리에게는 서구에서 배워야 할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는 오랫동안 학문을 존중하고 자신을 수양하며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여겼던 선비정신이 있었다. 선비는 단순히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배운 것을 자신의 인격으로 만들고,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하며, 공동체를 위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다. 오늘날 우리 교육이 다시 회복해야 할 것도 바로 이러한 정신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넘어 바르게 사는 사람, 많이 아는 사람을 넘어 책임지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여기에 미국식 창의교육의 장점을 더한다면 한국 교육은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의 성실성에 미국의 창의성을 더하고, 한국의 기초교육에 미국의 토론교육을 더하며, 한국의 교육열에 인성교육과 공동체 정신을 더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대한민국 교육은 세계가 배울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주입에서 질문으로, 지식에서 지혜로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 교육만을 대한민국 발전의 장애물이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한국의 교육열과 부모의 헌신, 교사에 대한 존중, 기초학력과 성실한 학습문화는 대한민국을 성장시킨 중요한 힘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정해진 문제의 정답을 빨리 찾아내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창의산업의 시대에는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해결책을 찾아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제 한국 교육은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
주입에서 질문으로, 암기에서 사고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지식에서 지혜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한국의 교육열과 성실성을 버려서는 안 된다. 한국의 ‘열심히’와 미국의 ‘다르게 생각하기’를 만나게 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공동체를 위해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 교육이 이제 과거의 장점은 계승하고 한계는 극복하며, 세계의 좋은 교육을 우리 현실에 맞게 창조적으로 융합하기를 기대한다. “기초는 한국에서 배우고, 창의성은 세계에서 배우자. 그러나 교육의 최종 목표는 지식이 아니라 사람이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어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잠언 1:7)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 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양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