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년부터 개인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신용카드 매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의 우대 공제율을 낮추고 연간 공제 한도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현행 1.3%인 우대 공제율은 1.2%로 조정되고, 1000만원인 우대 한도는 종료돼 기본 한도인 500만원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조정은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담겼다. 소비자를 주로 상대하는 업종 가운데 직전 연도 공급가액 합계가 10억원 이하인 개인사업자와 요건을 충족한 간이과세자가 대상이다. 신용카드 매출전표와 현금영수증 등을 발행하거나 정해진 전자결제 수단으로 대금을 받은 금액의 일정 비율을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에서 빼주는 제도다.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46조'는 연간 500만원과 공제율 1%를 기본 기준으로 두면서 2026년 말까지 각각 1000만원과 1.3%를 한시적으로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정부안은 우대 공제율을 1.2%로 낮춰 2029년 말까지 3년 더 유지하되, 1000만원의 우대 한도는 연장하지 않는 내용이다.
일부 자영업자는 현재보다 공제액이 줄어드는 만큼 결과적으로 납부할 부가가치세가 늘어나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확대된 한시 우대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자영업자에게 세금을 새로 부과하는 증세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 1.3%·1000만원에서 1.2%·500만원으로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는 매출에 부과될 부가가치세 자체를 면제하는 제도가 아니다. 사업자가 카드나 현금영수증 등으로 받은 공제 대상 금액에 공제율을 곱한 뒤, 계산된 금액을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에서 차감하는 구조다. 공제 가능액이 납부할 세액을 넘더라도 초과분을 돌려받는 환급 제도는 아니다.
이 제도는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하고 자영업자의 과세표준을 투명하게 파악하기 위해 1994년 도입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공제율 우대가 한시적으로 도입됐고, 2019년부터는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연간 우대 한도가 1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이후 적용 기한이 여러 차례 연장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졌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실제 세 부담 변화는 사업장별 카드·현금영수증 매출과 매입세액, 기존 납부세액에 따라 달라진다. 공제 대상 결제액과 납부세액이 충분해 현행 1000만원 한도를 모두 적용받는 사업자는 공제 가능액이 최대 500만원 줄 수 있다. 반면 기존 공제액이 500만원에 미치지 못한 사업자는 한도 축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공제 한도에 이르지 않는 사업자도 공제율이 1.3%에서 1.2%로 낮아지는 데 따른 공제액 감소는 발생할 수 있다. 재정경제부가 연간 카드 매출 약 4억원까지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한 것은 이 구간에서는 새 한도 500만원이 대체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공제 대상 금액과 납부세액은 사업장마다 달라 실제 증감액도 일률적이지 않다.
◈ 편의점주들이 한도 축소에 민감한 이유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민생 지원을 확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세금 부담을 늘린다는 취지의 반응이 이어졌다. 편의점처럼 매출 규모는 크지만 상품 매입비와 임차료,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은 매출액만으로 실제 수익과 부담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편의점을 운영했던 곽대중 전 개혁신당 대변인도 필명 ‘봉달호’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편의점 업종이 이번 개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국 편의점의 평균 연 매출을 약 6억5000만원, 수도권은 약 7억500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를 근거로 매출 상위 일부 점포를 제외한 전국 편의점의 약 90%가 공급가액 10억원 이하 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곽 전 대변인은 연 매출 9억9000만원인 편의점을 가정해 세 부담 변화를 계산했다.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공급가액을 9억원, 상품 매입비를 공급가액의 70%인 6억3000만원으로 잡으면 매출세액 9000만원에서 매입세액 6300만원을 뺀 기본 납부세액은 2700만원이 된다고 봤다.
여기에 카드 결제 비중을 95%로 가정하면 공제 대상 금액은 9억4050만원이 된다. 현행 공제율 1.3%를 적용한 공제 계산액은 약 1223만원이지만, 1000만원 한도에 따라 세액공제 후 납부세액은 1700만원이 된다. 개편 뒤에는 1.2%를 적용한 공제 계산액이 약 1129만원이더라도 500만원 한도가 적용돼 납부세액이 2200만원으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이 사례에서 공제액 차이는 500만원이다. 곽 전 대변인은 1인당 15만원의 민생 지원금과 비교하면 일부 자영업자의 세 부담 증가 폭이 더 클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계산은 상품 매입비와 카드 결제 비중을 단순화한 사례로, 임차료와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구조와 매입세액 공제 규모에 따라 실제 납부액은 달라질 수 있다.
◈ 재정경제부는 한시 우대 정상화 설명… 1.2%는 2029년까지 유지
재정경제부는 지난 5일 신용카드 매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조정이 한시 특례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등에 대응해 확대했던 우대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며, 특정 자영업자에게 세금을 새로 부과하는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카드 결제와 현금영수증 발급이 보편화되면서 제도 도입 당시 핵심 목적이던 세원 양성화의 필요성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점도 개편 배경으로 들었다. 다만 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을 고려해 2027년부터 곧바로 기본 공제율 1%로 돌아가지는 않고, 이보다 높은 1.2%의 우대 공제율을 2029년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연간 공제 한도 500만원은 공제율 1.2%를 기준으로 카드 매출 약 4억원 수준까지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영세 자영업자는 우대 한도 종료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카드 매출이 이 수준을 넘고 기존 공제액이 500만원을 초과했던 사업자는 공제액 감소에 따라 납부세액이 늘 수 있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의 1000만원 우대 한도는 올해 말 종료되고 2027년부터 500만원의 기본 한도가 적용된다. 다만 세제개편안은 관련 법률 개정과 국회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최종 시행 내용은 입법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