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성도를 ‘생활순교사’로 깨우는 풀뿌리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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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칼럼 시리즈③] 일본 선교, ‘생활선교’로 다시 길을 찾다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한국교회는 지난 수십 년간 다각적인 대일 선교를 펼쳐왔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쏟아 부은 열정과 헌신은 일본 선교 역사에 많은 족적을 남겼지만 열매는 다소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 대일 선교가 봉착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위기의 일본 교회를 일으켜 세울 가장 본질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으로 포항 기쁨의교회(담임 박진석 목사)가 추진해 온 ‘생활선교(생선) 운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2026년 7월 히로시마 방주교회와 협력하여 개최한 "제1회 Japan 생선 컨퍼런스"는 한국교회가 주도하는 선교에서 벗어나 일본 현지 교회가 복음화의 주체로 일어서게 만든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

생활선교 운동의 핵심은 '선교 주체와 방식의 근본적 전환'에 있다. 기존 선교가 한국교회나 외부 선교사 중심의 외부 투입형이었다면, 생활선교는 일본 현지 교회의 성도 개개인(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을 삶의 현장에 파송된 독립적 선교사로 깨우는 '자생적·내부 발현형 풀뿌리 운동'이다.

이 운동이 일본 선교의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 되는 이유는 세 가지 핵심 가치에서 비롯된다.

첫째, 외부에 대한 거부감을 허무는 '내부 발현적 접근'이다. 문화적·심리적 경계심이 강한 일본인들에게 외부 거대 조직의 과시형 선교는 거부감을 주기 쉽다. 반면, 현지 일본인 성도가 자신의 가정, 학교, 직장, 지역사회라는 삶터에서 거룩한 '생활수도사'로 살아가며 관계를 맺고 복음을 살아낼 때, 일본 사회 특유의 깊은 정서적 장벽은 자연스럽게 무너진다.

둘째, 현지 성도들을 '생활순교사'로 거듭나게 하는 정체성의 혁명이다. 생활선교는 안일한 종교 활동에 안주하는 명목상의 신자(Nominal Christian)를 거부한다. 포스트모더니즘과 강력한 세속화의 압박 속에서,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며 삶 속에서 복음을 증언하는 '생활순교사'의 태도를 요구한다. 컨퍼런스에서 전해지는 말씀과 간증은 열매가 더딘 환경에서 "그저 살아가기만 하는 것 같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던 성도들에게 "내가 살아내는 일상과 견뎌내는 삶 자체가 하나님께 드려지는 거룩한 선교"라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일본인 스스로의 열정과 헌신을 끌어올린다.

셋째, 지속 가능한 '자생적 선교 생태계'의 구축이다. 외부 재정이나 일회성 이벤트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선교는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그러나 생활선교는 성도의 일상 전체를 하나님 나라 사역(Kingdom Ministry)으로 바라보게 한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는 일본 전역에서 새로운 생활선교 운동에 뜻을 모은 수많은 사역자와 성도들이 함께 참여하여, 일본 열도 전역을 잇는 거룩한 영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러한 자생적 네트워크는 서로에게 강력한 영적 동력이 되며, 외부의 도움이 끊겨도 현지 교회가 스스로 부흥하고 선교를 이어나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토대가 된다.

요약하자면, 포항 기쁨의교회가 보여준 일본 선교는 한국교회의 세력을 확장하거나 주도권을 쥐려는 선교가 아니다. 일본 교회가 스스로 일어서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선교다. 고난과 연단 속에서도 기쁨으로 십자가를 지는 성도들의 거룩한 삶이야말로, 종교에 무감각해진 현대 일본인들에게 복음의 실제적 능력과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한국교회가 맞이한 위기 극복의 열쇠와 일본 복음화의 대안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교회가 본질인 복음으로 돌아가 성도의 일상을 선교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현지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삶의 현장에 파송된 '생활순교사'로 깨워, 그들의 일상과 헌신을 통해 밑바닥에서부터 복음의 능력이 피어오르게 만드는 '생활선교 운동'. 이것이야말로 마지막 때에 일본 땅을 살리고 나아가 세계 교회를 살릴 가장 지혜롭고 본질적인 선교적 돌파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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