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교회사학회가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의 호남지역 선교 입국 134주년을 기념해 초기 호남선교의 역사적 의미와 신학적 유산을 되짚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초기 선교사들의 사역을 단순히 역사적 사건으로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호남지역 교회 형성과 한국 장로교회의 성장 과정에서 이들이 남긴 신앙적·신학적 유산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호남교회사학회는 3일 오후 전북 정읍시 소재 정읍서광교회에서 ‘호남선교의 섭리사관’을 주제로 2026년 하계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는 호남교회사와 한국 장로교 역사에 관심을 가진 관계자들이 참석해 초기 호남선교의 과정과 주요 선교사들의 사역을 살펴보고, 오늘날 교회가 계승해야 할 선교적 유산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개회예배와 학술강연으로 진행됐다. 개회예배 사회는 김밝음 목사(보성사랑의교회)가 맡았으며, 정읍서광교회 김기철 목사가 신명기 32장 6~7절을 본문으로 ‘옛날을 기억하라’는 제목의 말씀을 전했다.
김기철 목사는 설교에서 하나님께서 역사를 통해 자신의 백성을 인도해 오셨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교회 역시 믿음의 선배들이 남긴 발자취를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호남선교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과거를 단순히 회상하는 차원을 넘어 오늘의 선교를 위한 신앙적 책임과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예배는 배홍섭 서광교회의 기도와 김정두 목사(완도선교교회)의 축도로 마쳤다.
◆ 유진 벨과 C. C. 오웬, 호남선교 개척과 교회 형성의 역사 조명
이어진 학술세미나에서는 호남교회사학회가 준비한 세 편의 발표가 진행됐다. 발표에서는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의 호남지역 선교가 어떤 과정을 거쳐 확대됐는지 살펴보는 한편, 주요 선교사들의 사역과 그들이 한국교회에 남긴 신학적·선교적 유산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첫 번째 발표는 광신대학교 교회사 이재근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는 ‘전남 기독교의 개척자 유진 벨의 생애와 사역, 유산’을 주제로 발표하며 유진 벨(Eugene Bell, 한국명 배유지) 선교사의 생애와 호남지역 선교 활동을 조명했다.
이번 발표는 한국교회총연합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과 공동으로 추진한 ‘한국교회 선교사 전기 시리즈’ 사업의 일환으로 출간된 평전 『전라도 기독교의 아버지 유진 벨』(2022)의 내용을 학술논문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재근 교수는 유진 벨을 ‘전남 기독교의 아버지’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유진 벨은 1895년 한국에 입국한 이후 목포와 광주에 차례로 선교지부를 개척하면서 전라남도 지역의 복음화 기반을 마련했으며, 동료 선교사인 클레멘트 카링턴 오웬(Clement Carrington Owen)과 함께 전남 각 지역에 교회를 설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고 했다.
이어 “유진 벨의 사역은 복음전도에만 머물지 않았다. 목포 영흥학교와 광주 숭일학교를 설립해 교육을 통한 선교에도 힘을 기울였으며, 복음전도와 교육선교를 함께 추진했다”며 “또한 평양신학교 교수와 노회장, 총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 장로교회의 제도적·신학적 성장에도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발표에서는 유진 벨의 선교 유산이 개인의 사역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소개됐다. 윌리엄 린튼(인돈)과의 결혼을 통해 형성된 벨-린튼 가문을 통해 선교적 유산이 이어졌으며, 이후 스티브 린튼과 존 린튼 등을 통해서도 그 유산이 계승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벨-린튼 가문을 한국선교 역사에서 오랫동안 선교 유산을 계승해 온 대표적인 선교사 가문으로 소개하면서 호남교회가 이러한 신앙의 유산을 미래세대에 전수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C. C. 오웬 선교사의 사역과 역사신학적 의미가 다뤄졌다. 총신대학교 역사신학 한동수 교수는 ‘C. C. 오웬(Clement Carrington Owen)의 호남지역 선교사역과 역사신학적 평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 교수는 미국 남장로회가 한국 선교에 참여하게 된 과정과 전라도 지역이 남장로회의 선교지로 배정된 배경을 살펴본 뒤 오웬 선교사의 활동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했다.
그는 “미국 남장로회는 1892년 한국에 입국한 이후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확대했다”며 “1895년 전주를 시작으로 1896년 군산, 1900년 목포, 1904년 광주, 1913년 순천에 선교지부를 설치하면서 호남지역에 대한 선교를 체계적으로 확장해 나갔다”고 했다.
한 교수는 오웬 선교사의 사역을 목포 시기와 광주 시기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는 “목포에서는 유진 벨과 함께 선교지부를 세우고 복음전도와 교회개척에 집중했으며, 이후 광주로 사역지를 옮긴 뒤 1905년부터 1908년까지 호남지역 교회 성장의 중요한 시기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오웬 선교사가 유진 벨과 함께 미국 남장로회의 호남선교를 이끌었던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며 “오웬은 1909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사역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가 보여준 헌신은 이후 호남교회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웬의 선교활동이 단순한 교회 개척에 머물지 않았다”며 “순회전도와 제자양육, 지역교회 조직, 토착 지도자 양성 등을 선교전략으로 삼았으며, 이러한 활동이 이후 한국 장로교회의 자립과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 레이놀즈 선교사와 한국 장로교회의 신학적 기반 재조명
세 번째 발표에서는 윌리엄 데이비드 레이놀즈(William D. Reynolds) 선교사의 선교신앙과 호남선교의 역사적 의미가 다뤄졌다.
호남교회사학회와 한국교회법연구소 소재열 박사는 ‘호남선교를 위한 레이놀즈 선교사의 선교신앙 계승’을 주제로 발표했다. 소 박사는 먼저 한국 개신교 선교의 기점과 관련한 기존 역사 서술을 살펴보면서 한국교회 선교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소 박사는 “한국 천주교가 이승훈이 1784년 북경에서 영세를 받은 사건을 선교 기념의 중요한 기점으로 삼고 있는 것과 비교해 한국 개신교의 경우에는 초기 한국인들의 자발적인 신앙 활동과 성경 번역, 복음전도 및 교회 설립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덜 조명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인 최초의 세례와 성경 번역 참여, 복음전도 활동 등이 알렌의 입국보다 앞서 있었으며, 선교사가 아닌 한국인들에 의해 소래교회가 설립됐다”며 “한국 개신교 선교가 1884년 이전부터 이미 시작됐음에도 미국 북장로회가 알렌의 1884년 입국을 자신들의 선교 역사에서 중요한 기점으로 정리하면서 선교사 중심의 역사 기록이 한국 선교사의 정설처럼 자리 잡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9회 총회(합동)가 평신도 의료 선교사였던 알렌이 아니라 1885년 입국한 목사 선교사 언더우드를 선교 기점으로 기념한 사례도 언급했다.
소 박사는 “그동안 호남선교에 대해서는 선교사 측의 기록뿐 아니라 한국 장로교회와 호남지역 역사신학자들이 작성한 연구논문을 통해 방대한 연구가 축적돼 왔다”며 “미국 남장로회 선교회의 한국 선교와 선교사 파송, 초기 선교활동 등에 대한 자료가 지난 130여 년 동안 상당 부분 축적됐으며, 이제는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 서술의 관점과 의미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레이놀즈 선교사에 대한 연구 역시 지난 100년 동안 상당한 자료가 축적됐다고 소개했다. 소 박사는 선교사 측에서 작성한 자료뿐 아니라 최근 한국인 학자들이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등을 통해 미국 남장로회 호남선교와 레이놀즈 선교사를 어떤 관점과 역사관으로 서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구 자료도 소개했다.
이와 함께 역사신학자와 조직신학자들이 레이놀즈를 어떻게 평가해 왔는지도 살펴봤다. 특히 George T. Brown의 『A History of the Korea Mission, Presbyterian Church, U.S. From 1892 to 1962』(1963)를 주요 연구 자료로 소개했다.
브라운 박사(한국 이름 부명광 선교사)는 미국 남장로회 계열 신학교인 유니온신학교에 해당 연구를 제출했으며,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미국 남장로교회(PCUS)의 한국 선교 70년과 호남지역 선교 역사를 다뤘다. 이후 이 연구는 『Mission to Korea』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판됐으며, 한국어판은 『한국 선교 이야기: 미국 남장로교 한국선교 역사 1892-1962』(동연, 2010)로 출간됐다.
소 박사는 “브라운의 연구에서 한국 장로교회, 특히 호남교회의 급성장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성경 중심의 복음전도, 네비우스 선교정책의 채택, 한국인 지도자 양성과 자치 원칙, 교육·의료선교와 복음전도의 균형 등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연구는 미국 남장로교회의 호남선교와 한국 장로교회 형성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돼 왔으며, 최근에는 초기 선교사료가 추가로 발굴되면서 기존 역사 서술을 보완하거나 수정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남장로교회의 한국 파송 동기와 선교 역사 서술 방식을 둘러싼 연구자들의 논의도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레이놀즈 선교사에 대해서는 “한국어 성경 번역과 조직신학 교육, 평양신학교 교수 사역 등을 통해 한국 장로교회의 신학적 기초를 세운 인물이라는 평가가 제시됐다”며, 특히 그의 선교가 단순히 복음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경 중심주의와 개혁주의 신학을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자생적인 성장과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했다는 점이 강조됐다.
소 박사는 호남선교의 역사를 선교사 개인의 열정만으로 설명하기보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루어진 역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레이놀즈 선교사가 남긴 선교신앙을 오늘날 한국교회가 다시 살펴보고 계승해야 할 중요한 신앙적 자산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초기 남장로회 선교사들이 교회 개척뿐 아니라 교육과 의료, 성경번역, 신학교육 등을 함께 추진하면서 복음의 토대를 세웠다”며 “오늘날 호남교회 역시 이러한 선교신앙을 계승해 다음 세대와 지역사회를 향한 새로운 선교적 비전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 초기 호남선교의 유산, 오늘의 교회와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
이번 학술세미나는 유진 벨과 C. C. 오웬, 윌리엄 레이놀즈 등 호남선교를 대표하는 주요 선교사들의 생애와 사역을 역사신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각 발표에서는 선교사들의 개별적인 활동뿐 아니라 교회개척과 교육, 의료, 성경번역, 신학교육, 토착 지도자 양성 등이 서로 연결된 형태로 진행됐다는 점이 다뤄졌다.
발표자들은 초기 호남선교가 단순히 외국 선교사들의 활동으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형성과 성장, 지도자 양성, 신학적 토대 구축으로 이어진 역사적 과정이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특히 유진 벨과 오웬의 교회개척과 교육선교, 레이놀즈의 성경번역과 신학교육 및 신학적 기여를 통해 호남지역에 복음과 교회의 기반이 형성됐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참석자들은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이 오늘날 호남교회의 성장과 한국 장로교회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한 선교사들이 남긴 신앙과 선교정신을 현재의 교회가 어떻게 계승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나타냈다.
한편, 호남교회사학회는 앞으로도 호남지역 기독교 역사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초기 선교사들의 자료를 발굴하고 관련 학술연구를 이어가면서 한국교회의 역사적 정체성과 선교적 사명을 보다 깊이 조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