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대일 선교의 발자취: 열정과 공헌, 그리고 주도형 선교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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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칼럼 시리즈②] 일본 선교, ‘생활선교’로 다시 길을 찾다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한국교회는 역사적 아픔과 갈등의 상흔을 극복하고 "복음으로 원수를 사랑하고 치유한다"는 거룩한 사명감 아래 지난 수십 년간 다각적인 대일 선교를 펼쳐왔다. 대형 문화집회부터 제자훈련, 미디어 방송, 현지 교회 개척, 단기선교, 인도적 구호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가 쏟아부은 열정과 헌신은 일본 선교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대표적인 공헌은 '대형 문화전도 집회'와 '제자훈련 시스템'의 이식이었다. 온누리교회가 주도한 『러브소나타』는 기독교에 거부감이 강한 일본인들에게 클래식, K-Culture, 간증을 결합한 최고 수준의 문화 이벤트를 선보임으로써 전도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도쿄, 오사카, 삿포로 등 주요 도시에서 30회 이상 개최되며 수십만 명의 일본인에게 복음을 접할 기회를 제공했고, 교파를 초월한 일본 현지 교회들의 연합 네트워크를 이끌어냈다. 또한 사랑의교회의 『CAL 세미나』는 고령화되고 위축된 일본 목회자들에게 "평신도를 깨운다"는 제자훈련 철학을 전수하여 교회 체질 개선을 도왔다.

미디어와 현지 개척 사역 역시 중요한 축이었다. 2006년 개국한 CGNTV 일본 지사는 24시간 일본어 기독교 방송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와 고령층에게 영적 창구가 되어주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도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일본 전역에 수십 개의 교회를 개척하며 역동적인 성령 운동을 이식했고, 수많은 청년들이 한글교실과 아웃리치를 통해 현지 교회를 도왔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현장으로 달려가 보여준 한국교회의 진정성 있는 봉사와 구호 활동은 마음을 닫았던 일본 주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공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수행해 온 일본 선교의 기본 구조는 ‘한국교회 및 외지 선교사 주도(외부 투입형)’ 방식이었다는 한계를 지닌다. 대형 자본과 인력을 동원한 프로그램 중심, 단기 행사 중심의 접근은 외부의 이벤트가 끝난 뒤 현지 교회가 스스로 소화해 내기에 벅찬 일회성 행사로 흘러갈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일본 사회는 타인의 사생활이나 영역을 침범하는 일, 그리고 외부 문화의 갑작스러운 유입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는 특성(메이와쿠 문화)을 지닌다. 한국교회가 주도하는 과시형·세몰이식 선교 방식은 일시적인 관심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일본인 특유의 촘촘한 정서적 장벽과 세속화의 벽을 근본적으로 뚫어내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화려한 프로그램이 지나간 자리에 현지 성도들이 여전히 수혜자나 관객으로 머물러 있다면, 외부 지원이 줄어들 때 선교 동력은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현지 교회가 외부 선교사나 한국교회의 재정·인적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자생적이고 지속 가능한 선교 생태계가 구축되기 어렵다.

더욱이 포스트모더니즘과 강한 무종교 문화 속에서 "교회 인원 늘리기"나 "외부 영향력 이식"을 목표로 하는 기존 선교 전략은 한계에 부딪혔다. 열매가 더딘 일본 땅에서 사역하는 현지 목회자와 성도들은 "아무리 전도해도 교회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무력감에 빠지거나, 단순한 '살아남기'에 급급한 명목상의 신앙으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한국교회가 주도권을 내려놓고, 일본 교회가 스스로 일어서도록 돕는 선교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외부에서 복음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본 현지 성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스스로 사명자로 서게 만드는 '내부 발현적 선교'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계속>

#안승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