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땅을 예비하신 후에 곡식을 주시는 하나님
성경
시편 65편 9~13절
서론
하나님은 왜 먼저 땅을 준비하시는가?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할 때 대부분 결과를 먼저 구합니다. 질병의 회복을 구하고, 자녀의 형통을 바라며, 사업의 번창과 삶의 문제들이 속히 해결되기를 기도합니다. 눈앞에 풍성한 열매가 맺히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도는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아시는 아버지이시며, 자녀에게 좋은 것으로 채워 주기를 기뻐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순서로 일하신다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열매를 원하지만, 하나님은 먼저 땅을 준비하십니다. 우리는 응답을 기다리지만 하나님은 그 응답을 감당할 믿음과 인격을 먼저 빚으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다윗은 추수의 기쁨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곡식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는 수확 이전에 메마른 땅을 돌보시고, 물을 대시며, 풍성한 열매를 준비하셨던 하나님의 손길을 바라봅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하루아침에 열매를 주시는 분이 아니라, 먼저 우리의 마음 밭을 다듬으시고 믿음의 뿌리를 깊게 내리게 하신 후에 열매를 허락하십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세 가지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첫째, 하나님은 지금 내 삶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는가? 둘째, 왜 하나님은 결과보다 준비의 과정을 먼저 허락하시는가? 셋째, 우리는 그 기다림의 시간을 어떤 믿음으로 지나가야 하는가? 본문은 그 답을 분명하게 말씀합니다.
본론
Ⅰ. 하나님은 먼저 우리의 삶을 예비하십니다
본문은 “땅을 돌보사”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돌보사’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파카드’는 멀리서 바라본다는 뜻이 아니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찾아와 삶에 개입한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언제나 찾아오심에서 시작됩니다. 메마른 땅이 스스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없듯이, 죄와 상처로 굳어진 인간의 마음도 스스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먼저 찾아오십니다.
범죄한 뒤 나무 사이에 숨은 아담에게 하나님은 “네가 어디 있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디 있느냐.”(창세기 3:9)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와, 모든 것을 탕진하고 돌아오는 아들을 달려가 품에 안는 아버지의 모습도 잃어버린 자를 먼저 찾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요한일서 4:19) 오늘 우리가 예배의 자리에 나온 것도 우리의 의지만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부르신 은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하나님은 내 형편을 모르시는 것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나님은 골방에서 흘리는 눈물과 병상에서 내쉬는 신음을 아십니다. 방황하는 자녀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부모의 아픔과 앞날을 염려하는 청년의 두려움도 헤아리십니다. 다윗은 고백합니다.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시편 56:8) 하나님이 돌보신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형편을 관찰하신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한 마음 가까이에 오셔서 회복을 위하여 친히 일하신다는 의미입니다.
찾아오신 하나님은 이어서 “물을 대어 심히 윤택하게” 하십니다. 가뭄으로 굳어진 땅은 바로 갈아엎을 수 없습니다. 먼저 물을 대어 흙을 부드럽게 해야 씨앗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상처와 실패, 배신과 두려움으로 굳어진 마음은 훈계만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먼저 성령의 생수가 부어져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에스겔 선지자를 통하여 약속하셨습니다.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에스겔 36:26) 굳은 마음은 돌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예배를 드려도 감동이 없고, 죄를 지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며, 말씀을 들어도 “내 이야기”가 아니라 “저 사람이 들어야 할 말씀”으로만 생각합니다.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허물만 쉽게 발견합니다. 고집이 강하여 자신의 생각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충고를 받으면 순종하기보다 변명부터 합니다. 하나님보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더 신뢰하며, 감사보다 불평이 많고, 사랑보다 시기와 질투가 마음을 지배합니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굳은 마음입니다.
반대로 부드러운 마음은 성령의 음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살아 있는 마음입니다. 말씀을 들으면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죄를 깨달으면 즉시 회개합니다. 하나님의 뜻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을 줄 알고, 다른 사람을 정죄하기보다 이해하고 품으려 합니다. 감사가 불평을 이기고, 용서가 미움을 이기며, 순종이 계산보다 앞섭니다. 환경이 어려워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작은 말씀에도 기꺼이 순종하려는 마음이 바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부드러운 마음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우리의 굳은 마음을 제거하신다는 것은 단순히 성격을 온순하게 만들어 주신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지 않던 심령을 생명력 있는 옥토로 바꾸시고,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살아 있는 마음으로 새롭게 하신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경하시는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하나님은 굳은 마음을 정죄하는 데 그치지 않으시고 새롭게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말씀을 읽어야 합니다. 말씀은 내 생각과 고집을 비추어 깨뜨리고,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도록 마음을 부드럽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예배드려야 합니다. 예배는 내가 삶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인이심을 인정하며, 높아진 자아를 내려놓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으로 마음을 녹이시고, 기도로 메마른 영혼을 적시며, 예배를 통해 다시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십니다. 그 은혜가 마음 깊이 스며들면 고집과 교만이 약해지고, 말씀의 씨앗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드러운 마음으로 변화됩니다.
예수님도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요한복음 7:37) 영혼의 메마름은 더 많은 소유나 성공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직 그리스도께 나아가 성령의 생수를 마실 때 속사람이 살아납니다.
본문은 계속해서 “하나님의 강에 물이 가득하게 하시고”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잠시 내렸다 사라지는 소나기가 아닙니다. 돈과 권력과 명예, 사람의 인정은 언젠가 마릅니다. 환경을 의지하면 상황이 바뀔 때 함께 흔들립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강은 마르지 않습니다. 그 근원이 하나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을 물가에 심어진 나무에 비유했습니다. “가무는 해에도 걱정이 없고 결실이 그치지 아니함 같으리라.”(예레미야 17:8)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에게도 더위와 가뭄은 찾아옵니다. 그러나 뿌리가 하나님의 강에 닿아 있기 때문에 영혼이 마르지 않고, 시련 속에서도 마침내 열매를 맺습니다.
본문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이같이 땅을 예비하신 후에 그들에게 곡식을 주시나이다.”(시편 65:9) 성경은 하나님을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이라고 부릅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모리아 산에 올랐을 때, 하나님께서는 마지막 순간에 숫양을 예비해 두셨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그곳 이름을 ‘여호와 이레’라 하였고, “여호와의 산에서 준비되리라”(창세기 22:14)고 고백했습니다. 하나님은 문제가 생긴 후에 허둥지둥 해결책을 찾으시는 분이 아니라, 먼저 준비하시고 예비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왜 하나님은 먼저 땅을 예비하신 후에 곡식을 주실까요? 그 이유는 준비되지 않은 땅은 씨앗을 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13장에서 단단하게 굳은 길가에 떨어진 씨앗은 땅속에 들어가지 못한 채 새들에게 먹히고, 흙이 얕은 돌밭에 떨어진 씨앗은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여 햇볕이 뜨거워지면 곧 말라 버립니다.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호세아 10장 12절) 그러므로 묵은 땅은 먼저 기경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밭고랑에 물을 넉넉히 대시고 단비로 땅을 부드럽게 하실 때, 씨앗은 비로소 깊이 뿌리내리고 풍성한 곡식으로 자라게 됩니다.
영적인 원리도 같습니다. 하나님은 축복보다 사람을 먼저 준비하십니다. 응답보다 믿음을 먼저 세우시고, 사명보다 인격을 먼저 다듬으십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큰 축복을 받으면 오히려 교만해지고 하나님을 떠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먼저 우리의 마음을 기경하시고, 성령의 생수로 적시시며,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드러운 심령으로 변화시키신 후에 비로소 삶의 열매를 허락하십니다. 하나님의 축복은 결코 늦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준비가 완성되는 때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모세는 가나안에 들어갈 백성에게 경고했습니다. “네 소유가 다 풍부하게 될 때에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염려하노라.”(신명기 8:13-14) 그래서 하나님은 축복을 주시기 전에 그 축복을 감당할 사람을 먼저 준비하십니다. 곡식을 주시기 전에 감사할 마음을 만드시고, 높이시기 전에 겸손을 가르치시며, 많은 것을 맡기시기 전에 충성을 훈련하십니다.
창세기 39장에서 요셉은 총리가 되기 전에 종살이와 감옥을 지나야 했고, 사무엘상 16장에서 다윗은 왕이 되기 전에 들판과 광야에서 훈련받았습니다. 하나님은 자리를 먼저 주신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감당할 사람을 먼저 세우셨습니다. 기도의 자리로 부르신 것이 우선입니다.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시간보다 먼저 일하십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것 같아도 하나님은 이미 가장 좋은 때와 가장 좋은 방법을 예비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응답이 늦어진다고 하나님께서 나를 잊으셨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곡식을 거절하시는 것이 아니라, 곡식보다 먼저 땅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열매를 주시는 분이기 전에 땅을 예비하시는 분입니다. 우리의 눈은 곡식을 바라보지만, 하나님의 손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땅을 일구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기다림은 버려진 시간이 아니라 풍성한 추수를 위한 하나님의 예비의 시간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권면합니다. “너희에게 인내가 필요함은 너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하신 것을 받기 위함이라.”(히브리서 10:36) 여기서 ‘하나님의 뜻을 행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때를 신뢰하며 끝까지 믿음으로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속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구원과 은혜, 그리고 믿음의 사람에게 허락하시는 모든 약속의 성취를 말합니다.
하나님은 인내 없는 축복을 주시지 않으십니다. 먼저 믿음을 세우시고, 순종을 배우게 하신 후에, 가장 좋은 때에 약속하신 열매를 허락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시편 65편이 말하는 “이같이 땅을 예비하신 후에 그들에게 곡식을 주시나이다.”라는 하나님의 원리입니다.
Ⅱ. 하나님은 우리의 삶을 다듬고 자라게 하십니다
(이랑을 평평하게 하시고, 단비로 부드럽게 하시며, 싹에 복을 주심)
9절이 땅 전체를 기름지게 하시는 근원적인 준비라면, 10절은 씨앗이 뿌려질 실제 삶의 자리를 세밀하게 다듬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여줍니다. “밭고랑에 물을 넉넉히 대사 그 이랑을 평평하게 하시며 또 단비로 부드럽게 하시고 그 싹에 복을 주시나이다.”
9절에서 하나님의 강에 가득했던 물이 이제 구체적인 밭고랑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추상적인 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가정의 갈등 속으로 흐르고, 자녀의 문제 속으로 들어가며, 사업의 어려움과 육체의 질병, 관계의 상처 속까지 스며듭니다.
하나님은 “그 이랑을 평평하게” 하십니다. 쟁기질한 밭은 울퉁불퉁합니다. 흙덩이가 솟아 있고 깊이 파인 고랑도 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물이 한쪽으로만 흐르고 씨앗도 고르게 자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농부는 이랑을 고르게 다듬어 물이 밭 전체에 골고루 스며들게 합니다.
우리에게도 하나님께서 반드시 다루셔야 할 거친 모서리들이 있습니다. 쉽게 분노하는 성품, 남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참견하는 습관, 다른 사람의 은사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 끊임없이 남을 판단하고 험담하는 입술,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어 하는 욕심, 내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는 완악함입니다. 이는 우리 안의 교만과 완고함은 낮추시고, 상처와 결핍으로 깊이 팬 자리는 은혜로 채우신다는 의미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성격이라고 말하고,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합리화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들을 성령의 열매를 가로막는 돌과 가시로 보십니다. 돌은 말씀이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는 마음의 완고함을 상징하고, 가시는 말씀과 함께 자라다가 결국 열매를 막아버리는 세상의 염려와 욕심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오래 교회를 다녔어도 이런 마음을 그대로 품고 있다면 사랑과 희락과 화평 대신 불평과 원망이 자라고, 오래 참음과 온유 대신 분노와 다툼이 열매 맺게 됩니다. 예배는 드리지만 삶은 변하지 않고, 말씀은 듣지만 순종하지 않으며, 기도는 하지만 관계는 여전히 깨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열매 맺는 신앙이 아니라 씨앗만 품고 있는 신앙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말씀과 관계, 그리고 삶의 여러 사건을 통해 우리를 다듬으십니다. 때로는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게 하시고, 나보다 부족해 보이는 사람에게 배우게 하시며, 내가 옳다고 확신했던 생각을 내려놓게 하십니다. 그 과정은 아프지만,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은혜가 삶의 한 부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적시도록 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손길입니다.
하나님은 또한 “단비로 부드럽게” 하십니다. 폭우는 씨앗을 쓸어가지만 단비는 흙을 적셔 생명을 살립니다. 하나님의 은혜도 대개 극적인 사건보다 조용히 찾아옵니다. 말씀 한 구절이 마음을 붙들고, 한 사람의 따뜻한 위로가 다시 일어설 힘이 되며, 오랜 기도 가운데 굳었던 생각이 조금씩 바뀝니다.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을 위해 기도하게 되고, 불평하던 입술에서 감사가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변화가 더디다고 생각하지만, 단비를 맞은 땅이 소리 없이 부드러워지듯 하나님은 가장 적절한 때와 방법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십니다.
마침내 본문은 “그 싹에 복을 주시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곡식의 시작은 거대한 열매가 아니라 작고 연약한 싹입니다. 사람들은 완성된 결과만 바라보지만 하나님은 이제 막 시작된 작은 믿음도 귀하게 여기십니다.
처음으로 기도하기 시작한 것, 말씀을 읽기 시작한 것, 미워하던 사람을 용서하기로 결단한 것, 낙심 가운데도 말씀 한 구절을 붙드는 것, 이것이 하나님께서 복 주시는 믿음의 싹입니다.
그 싹이 아직 작다고 무시하지 마십시오. 겨자씨처럼 작은 믿음에도 하나님의 생명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면 그 연약한 싹은 자라 마침내 풍성한 곡식이 됩니다. 하나님은 작은 시작을 귀하게 여기시며, 그 믿음의 싹을 풍성한 추수로 완성하시는 분이십니다.
Ⅲ. 갈아엎는 시간이 회복의 시작입니다
왜 반드시 마음 밭을 기경해야 합니까? 농부는 좋은 씨앗을 구했다고 곧바로 뿌리지 않습니다. 먼저 밭의 상태부터 살펴봅니다. ‘기경(起耕)’이란 오랫동안 묵어 단단해진 땅을 갈아엎어 씨앗을 심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입니다. 겉면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흙을 깊이 뒤집고, 돌과 잡초의 뿌리를 제거하여 물과 공기가 스며들게 하는 과정입니다.
성경에서 기경은 농사일을 넘어 영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교만과 고집으로 굳어진 마음을 회개로 깨뜨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면을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 마침내 여호와께서 공의를 비처럼 너희에게 내리시리라.”(호세아 10장 12절) “너희 묵은 땅을 갈고 가시덤불에 파종하지 말라.”(예레미야 4장 3절)
우리의 영혼도 이와 같습니다. 교회에 오래 다닌다고 해서 마음이 저절로 좋은 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앙이 습관으로 굳어지고, 처음의 감격이 사라지며, 말씀이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아니라 익숙한 지식으로만 남을 수 있습니다. 예배를 드리면서도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내려놓지 않고, 말씀을 들으면서도 순종하지 않는다면 심령은 점차 완고해집니다.
기경되지 않은 마음에는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납니다. 하나님보다 사람의 시선을 더 의식하고, 은혜보다 비교가 앞서며, 감사보다 불평이 많아집니다. 다른 사람의 허물은 쉽게 발견하면서 자신의 죄에는 둔감해지고, 남의 일에는 간섭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내면은 돌아보지 않습니다. 누군가 인정받으면 시기하고, 자신이 칭찬받지 못하면 낙심하며, 작은 말에도 상처받고 분노합니다.
시기와 질투, 간섭과 험담, 원망과 불평은 성령의 열매가 아니라 돌보지 않은 심령에서 자라나는 잡초입니다. 잡초는 저절로 무성해지지만, 좋은 곡식은 농부의 세심한 손길을 통해서만 결실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열매를 요구하시기 전에 먼저 우리의 마음을 다루십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큰 은혜를 받아도 그것을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환경과 형편이 달라져도 내면이 새로워지지 않으면 삶의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직분이 높아지고 재물이 많아지며 사역이 커진다 해도, 마음 밭이 그대로라면 그 자리에서 교만과 다툼과 욕심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맡기시기 전에 그것을 바르게 감당할 사람으로 먼저 빚어 가십니다.
첫째, 말씀 앞에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설교를 들으면서 “저 말씀은 저 사람이 꼭 들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말씀은 다른 사람을 고치는 칼이 아니라 먼저 내 심령을 수술하는 하나님의 메스입니다. 말씀은 내 배우자를 바꾸기 위해 주시는 것이 아니며, 자녀나 성도를 판단하라고 주시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말씀으로 먼저 나를 다루십니다. 예배를 마칠 때마다 “오늘 하나님께서 내 안에서 무엇을 고치라고 말씀하셨는가?”를 스스로 물어보십시오. 남의 죄를 찾는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자신의 죄를 보는 사람은 반드시 변화됩니다.
둘째, 마음속에 오래 묵은 죄를 그대로 두지 말아야 합니다. 밭은 한 번만 갈아엎는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땅은 다시 굳고 잡초가 돋아납니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된 상처, 용서하지 못한 마음, 비교 의식, 인정받고 싶은 욕망, 남을 험담하는 습관, 남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참견하는 태도를 방치하면 영혼을 서서히 잠식합니다. 작은 미움은 큰 분노가 되고, 작은 욕심은 탐심이 되며, 작은 교만은 하나님보다 자신을 더 의지하는 마음으로 자라갑니다. 그러므로 죄가 습관으로 굳어지기 전에 뽑아내야 합니다. 회개는 단순히 죄를 인정하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 없이 살아온 삶의 방향을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결단입니다.
셋째, 들은 말씀을 반드시 하나라도 순종으로 옮겨야 합니다. 씨앗은 창고에 보관한다고 열매를 맺지 않습니다. 반드시 흙에 심겨야 생명이 시작됩니다. 말씀도 머릿속에만 쌓아 두면 지식은 늘어나지만 삶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많이 아는 사람보다 말씀을 한 구절이라도 실천하는 사람을 기뻐하십니다. 오늘 들은 말씀 가운데 단 한 가지라도 실천해 보십시오. 미워했던 사람에게 먼저 안부를 전하고, 불평 대신 감사를 선택하며, 가족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섬길 일을 피하지 않는 작은 순종이 믿음의 뿌리를 내리게 합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언제나 작은 순종에서 시작됩니다.
넷째, 하나님께서 나를 다루시는 시간을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농부가 밭을 갈아엎을 때 흙은 뒤집히고 깨지고 흩어집니다. 밭의 입장에서는 파괴처럼 보이지만 농부에게는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하나님께서도 때로는 실패를 통해 교만을 꺾으시고, 기다림을 통해 인내를 가르치시며, 사람과의 갈등을 통해 사랑과 용서를 배우게 하십니다. 우리의 계획이 무너지고 자존심이 깨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망하게 하시려고 뒤집으시는 것이 아니라 더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기경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습니까?”라고 묻기보다 “하나님께서 이 일을 통해 내 안의 무엇을 고치고 계시는가?”를 물어보십시오. 그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기경의 시간을 회복의 시간으로 바꾸는 사람입니다.
결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기경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농부가 해마다 밭을 갈듯이 우리도 날마다 말씀 앞에서 자신을 살피고, 회개하며,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의 심령을 옥토로 만들어 가시는 과정입니다.
기경은 선택이 아니라 풍성한 추수를 위한 필수 과정입니다. 하나님의 쟁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 손길은 우리를 상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굳어진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새로운 생명을 일으키기 위한 것입니다. 오늘도 말씀 앞에 자신을 내려놓으십시오. 준비된 심령에 말씀의 씨앗이 깊이 뿌리내리면, 때가 되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하실 것입니다.
마무리 기도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 우리의 굳은 마음을 제거하시고 성령에 민감한 부드러운 마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말씀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시고, 회개와 순종으로 날마다 마음 밭을 기경하게 하옵소서. 우리 삶을 갈아엎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원망하지 않게 하시고, 풍성한 열매를 위한 사랑의 준비임을 믿게 하옵소서. 예비하신 후에 곡식을 주시는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며, 때를 따라 아름다운 믿음의 열매를 맺는 삶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최원호 목사 (서울 상봉동 은혜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