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이하 태여연)이 윤용근 국회의원(국민의힘)과 함께 오후 1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낙태약물과 관련해 한 발언을 비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법 개정 이전이라도 낙태약물 사용을 의사의 양심과 재량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게 불완전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보다는 이걸 결정하지 않고 방치해서 해외에서 아무런 처방도 관리도 없이 (낙태약물을) 사서 투약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라고 했다.
윤용근 의원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태아는 가장 약한 생명이며 국가가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존재”라며 “사회적 합의와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낙태약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출생 극복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낙태약 도입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법과 제도, 의료 안전체계를 먼저 마련한 뒤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은호 신부, 초기 임산부 한아름 씨, 장지영 교수(이화여대 서울병원) 등이 참석해 각각 종교계, 당사자, 의료계의 입장에서 의견을 밝혔다.
태여연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태아 생명과 산모의 건강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주는 전문의약품인 낙태약물 사용을 낙태의 원칙을 정하는 형법 개정도 없이, 또 낙태의 절차를 정하는 모자보건법의 개정도 없이 의사의 양심과 재량에 맡겨 허용하라는 것은 국정책임자로서 상상을 초월하는 무법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낙태약물의 안전성 문제도 제기했다. 태여연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낙태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낙태약물을 사용한 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추가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낙태약물 부작용에 대한 조사 결과와 안전성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궁외 임신의 경우 낙태약물로 정상적인 낙태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으며, 출혈과 복통, 나팔관 파열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불완전 유산, 대량 출혈, 패혈증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본에서는 의사의 관리 아래 낙태약물을 투약하거나 투약을 위해 산모를 입원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여연은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와 이번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낙태죄를 규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주장하며,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입법 공백을 계속 방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태아의 생명과 산모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낙태 문제를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행정적 절차로서 추진하려는 행정 편의주의로서 사후 발생할 수 있는 폐해와 혼란을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태여연은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함께 고려하는 입법을 요구했다면서, 정부가 태아 생명 보호를 외면한 채 편법적인 방법으로 낙태약물 도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대체입법, 의학적 안전성 검증 없는 낙태약물 도입은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강행 시 전면 거부 운동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대통령의 발언은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70여 개 단체로 구성된 태여연은 “이재명 대통령의 무책임한 낙태약물 허용 발언을 강력히 규탄하며,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형법 및 모자보건법의 개정 없이 행정적 절차만으로 만삭낙태를 허용하고 낙태약물 사용을 추진하려 한다면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모든 수단을 통하여 강력히 대응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