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80세 가톨릭 은퇴 주교 등 성직자 4명 일시 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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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기독교 탄압 지속 논란
후안 아벨라르도 마타 게바라(80) 주교가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니카라과 마나과의 엘 치포테 교도소에 구금되었다. ©YouTube/La Prensa Nicaragua

니카라과에서 80세의 로마가톨릭 은퇴 주교를 비롯한 가톨릭 지도자 4명이 당국에 의해 일시 구금되면서 기독교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종교자유단체 세계기독연대(CSW)에 따르면, 에스텔리 교구 은퇴 주교인 후안 아벨라르도 마타 게바라(Juan Abelardo Mata Guevara) 주교는 지난 6월 29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국가경찰에 의해 처음 구금됐다.

마타 게바라 주교는 이후 수도 마나과에서 약 210km 떨어진 최고보안 교도소로 이송됐다가 같은 날 저녁 석방됐으나, 다음 날 오전 다시 구금돼 오후 4시까지 억류됐다.

2020년 은퇴한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해 온 마타 게바라 주교는 구금 하루 전인 6월 28일 라 크루스 델 칼바리오 교회(La Cruz del Calvario Church)에서 저녁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설교에서 해외로 추방되거나 가택연금을 당한 니카라과 기독교 지도자들에 대한 정부의 처우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CSW는 주교가 석방된 이후에도 그의 자택 주변에 경찰이 계속 배치돼 있으며, 현지 소식통들은 당시 설교 내용이 정부와 협력하는 교회 내부의 정보원들에 의해 경찰에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라 크루스 델 칼바리오 교회의 프란시스코 모랄레스 신부(Father Francisco Morales), 산투아리오 디비노 니뇨 본당(Santuario Divino Niño Parish)의 리고베르토 델가디요 산체스 신부(Father Rigoberto Delgadillo Sánchez), 그리고 부제 윌프레드 아라우스 로드리게스(Deacon Wilfred Aráuz Rodríguez)도 지난 6월 30일 약 12시간 동안 구금됐다. 특히 아라우스 로드리게스 부제는 복면을 쓴 인물들과 함께 있던 경찰서장이 직접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나과 대교구 보좌주교인 실비오 호세 바에스(Silvio José Báez) 주교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에스텔리 교구 은퇴 주교인 형제 후안 아벨라르도 마타 주교를 정권 경찰이 공격한 것에 깊은 분노를 느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비겁한 행위는 범죄적 독재정권의 나약함과 비이성을 드러낼 뿐”이라고 비판했다.

CSW도 마타 게바라 주교와 다른 성직자들에 대한 처우를 규탄했다. 이 단체는 지난 한 달 동안에만 니카라과에서 개신교와 가톨릭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의적 구금 사례 12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2025년 한 해 동안 니카라과 정부가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종교자유 침해 사례가 모두 309건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CSW의 옹호국장이자 미주지역 책임자인 애나 리 스탱글(Anna Lee Stangl)은 성명을 통해 “니카라과 당국은 마타 게바라 주교와 그의 동료들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하고, 자택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국가의 인권 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종교 지도자들을 표적으로 삼는 일을 멈추고,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해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2026년 세계 기독교 박해 감시목록(World Watch List)에서 니카라과는 기독교 박해가 가장 심한 50개국 가운데 32위에 올랐다.

오픈도어는 니카라과에서 기독교인들이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세력’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다니엘 오르테가(Daniel Ortega) 공동 대통령과 그의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Rosario Murillo)의 권위주의적 통치 아래 점점 더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오르테가-무리요 정부는 유엔과 미주기구(OAS)의 여러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탈퇴한 상태다.

니카라과 교회는 현재 오르테가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몇 안 되는 기관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특히 2018년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당시 성직자들은 학생들을 향한 경찰의 폭력을 공개적으로 규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