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빼먹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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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
신성욱 교수

여호수아 9장에 보면 이스라엘이 난공불락이었던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고, 실패를 딛고 아이 성까지 함락하며 가나안 중부 지역을 장악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소문은 가나안 전역에 퍼졌고, 가나안의 부족들은 공포에 질려 이스라엘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을 맺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나안 족속 중 하나였던 기브온 주민들은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음을 직시했다. 그들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아닌 속임수를 선택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진멸령을 내리셨고, 오직 ‘멀리서 온 민족’하고만 화친할 수 있다는 신명기 20장에 나오는 율법의 예외 조항을 교묘히 이용하기로 한다.

그들은 해어진 전대, 찢어져서 기운 가죽 포도주 부대, 낡고 기운 신, 낡은 옷을 입고, 곰팡이가 난 떡을 준비해 마치 아주 먼 나라에서 오랜 여행을 거쳐 온 것처럼 위장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먼 곳에서 여호와의 소문을 듣고 왔다며, 화친 조약을 맺어달라고 간청한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그들의 몰골과 곰팡이 난 떡을 보고 속아 넘어가, 여호와의 이름으로 그들을 살려주겠다는 화친 조약을 맺는다.

그러나 불과 사흘 뒤, 기브온이 바로 자신들의 이웃인 가나안 땅 주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백성들은 지도자들에게 원망을 쏟아내지만, 이미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했기 때문에 조약을 파기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이 그들을 쉽게 믿은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그들에게 질문했다. 증거를 살펴보았다. 가져온 양식도 확인했다. 모든 것이 그들의 말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였다. 증거는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였다.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그들은 화친 조약을 맺었다.

그런데 성경은 여호수아서에서 가장 안타까운 말씀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기록한다. “무리가 그들의 양식을 취하고는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수 9:14).

사흘 뒤 진실이 드러났다. 기브온 사람들은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바로 하나님께서 언약을 맺지 말라고 명하셨던 이웃 백성이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이스라엘은 여호와 앞에서 맹세했기 때문에 그 언약을 지켜야 했다. 그들은 철저히 조사했다. 하지만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았다.

우리도 종종 같은 실수를 한다. 우리는 정보를 모은다. 선택지를 비교한다. 사람들의 조언을 구한다. 논리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칠 때가 있다. 하나님께 묻지 않는 것 말이다. 여호수아 9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이 장의 초점은 기브온의 교활함보다 이스라엘의 기도 없는 결정에 있으며, 인간의 분별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아무리 철저한 조사와 분석도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일을 대신할 수는 없다. 모든 결정이 선과 악 사이의 선택은 아니다. 때로는 가장 위험한 일임에도 겉보기에는 옳아 보이기에 하나님께 물어보지도 않고 선택하는 것이다.

창세기 12장의 아브라함도 기근이 들자 하나님께 물어보지도 않고 애굽으로 내려가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사무엘이 이새에 집에 가서 맏아들 엘리압의 외모와 키를 보고 왕으로 기름부으려 했을 때에도 하나님께 물어보지 않고 결정했다가 낭패를 볼 뻔했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잠언 3:5).
하나님께 기도하는 짧은 순간이 인간의 모든 지식이나 논리나 경험보다 더 분명한 길을 보여 줄 수 있다. 조사만 하지 말고, 먼저 기도하라(Don't just investigate. Pray first).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