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 시장은 화려한 사운드와 세련된 편곡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 공동체, 우리 교회의 고유한 고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장신대학교 예배찬양사역대학원 22기 재학생 4명이 모인 CCM 프로젝트 그룹 ‘마디 프로젝트’는 한국적 찬양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며 의미 있는 앨범을 발매했다. 이 앨범은 지난 23년간 전문 예배 사역자를 배출해 온 서울장신대 예배찬양사역대학원에서 이승호 교수가 진행한 송라이팅 세미나의 ‘기말고사’이자, 산업화된 CCM 생태계에 던지는 교육적 도전의 산물이다.
“해외 번안곡은 산업주의적 사고”… ‘우리다움’ 찾아가는 교육
이번 앨범의 제작을 이끈 이승호 교수는 한국교회가 부르는 찬양의 현실을 향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 교수는 강찬, 김영범, 마커스워십, 브라운워십, 유은성 축복의 사람 등 다수 CCM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바 있다.
이 교수는 “한국 CCM 생태계가 주로 해외의 유명한 곡을 그대로 가져와 번안하고 흉내 내고 교회들도 이것을 자주 부르는데, 이것은 획일성에 갇힌 산업주의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가 추구하는 교육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담임목사가 온 교인의 삶을 살피며 심방하고 그 대화의 결과값으로 설교를 빚어내듯이, CCM도 아티스트가 속한 교회 공동체의 삶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매년 매 학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각자의 공동체와 관계에서 겪는 이야기를 내러티브로 구성하고 그것을 음악으로 번역해 보자는 ‘잔소리’를 학생들에게 자주 해왔다”며 “각자의 삶이 녹아있는 노래를 짓는 경험을 가진 사역자가 교회마다 한 명씩만 있어도 그것은 한국 CCM 생태계에 큰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삶의 현장에서 빚어낸 4개의 신앙 고백
‘마디 프로젝트’는 “한 사람의 고백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하나님의 다양한 은혜를, 각자의 마디를 이어 붙여 온전한 찬양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있고 한다. 먼저 박민정 씨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곡을 썼다. 박 씨는 “남편을 먼저 보낸 친구를 생각하며 곡을 썼는데, 왕이 아닌 비천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우리의 아픔을 직접 체험하신 예수님을 담고 싶었다”며 “그녀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와 영원을 향한 소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강다은 씨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터널에서 말씀을 붙잡았던 경험을 노래했다. 강 씨는 “인생에서 더 이상 일어설 수 없겠다고 느낀 무너진 시기에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 41장 10절)는 말씀을 하나님이 떠오르게 하셨다”며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아와 붙잡고 계신 하나님을 담담하게 고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씨의 곡 ‘곁에’는 성도들의 깊은 공감을 얻어, 실제 자신이 속한 교회 주일 찬양대 특송으로 선정돼 연주된 바 있다.
최승란 씨는 욥기 강해 설교를 통해 얻은 위로를 곡에 녹였다. 최 씨는 “고난이 그저 상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깊이 드러나는 회복의 과정임을 믿는다”며 “아무 소망이 보이지 않아 울었던 시간들을 하나님께서 다시 노래할 수 있게 회복시켜 주셨기에,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다시 걸어갈 용기를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백찬민 씨는 누가복음 15장의 첫째 아들을 상상하며 곡을 썼다. 백 씨는 “노력해야만 사랑받는다는 율법주의적 강박에 갇혀 아버지 곁에서도 사랑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첫째 아들을 보며 나를 발견했다”며 “결국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이미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일방적이고 넘치도록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AI 시대, 인간 사역자가 가야 할 길
이승호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를 마치며, AI가 음악을 찍어내는 시대에 왜 ‘인간’이 음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답을 제시했다. “AI 시대에 인간이 음악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나다움’과 ‘우리다움’을 진실하게 담아내는 체험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물론 CCM 사역자로서 생계를 꾸리는 것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하지만 이승호 교수는 “우리가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그 과정에서 우리가 공유하는 감정적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해졌다”며 “이 힘이 나와 공동체의 서사가 담긴 작품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