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6년 넘게 수감 중인 무슬림 음악가 야하야 샤리프-아미누(Yahaya Sharif-Aminu)의 대법원 심리가 또다시 연기됐다.
국제 법률인권단체 국제 자유수호연맹(ADF International)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대법원은 최근 예정됐던 샤리프-아미누 사건 심리를 며칠 앞두고 취소했다. 법원은 새로운 심리 지침에 따라 먼저 접수된 사건들을 우선 심리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으며, 새로운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카노(Kano)주 출신의 수피(Sufi) 무슬림 음악가인 샤리프-아미누는 자신이 직접 작사한 노래 가사를 왓츠앱(WhatsApp)에 게시했다가 일부에서 이를 신성모독으로 간주하면서 2020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국제 자유수호연맹(ADF)은 사형 사건은 원칙적으로 대법원에서 우선 심리 대상이며, 사건 당사자들 역시 이미 수정된 준비서면을 모두 제출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번 심리는 지난 2월 지정된 일정으로,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시행 중인 신성모독 사형법의 위헌 여부를 다룰 본안 변론 일정을 확정하기 위한 절차였다.
이번 심리가 열렸다면 해당 사건에 대한 두 번째 대법원 심리가 됐을 예정이다. 첫 번째 심리는 지난해 9월 열렸으며, 당시 카노주 정부 측 변호인은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유지한다면 공개 처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건 관계자들은 지난해 11월까지 모든 수정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국제 자유수호연맹(ADF)의 국제종교자유 담당 수석변호사 숀 넬슨(Sean Nelson)은 “야하야 사건의 심리가 지연되는 하루하루는 단지 자신의 신앙을 노래 가사로 평화롭게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원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새로운 심리 일정을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국제사회에도 나이지리아 정부가 헌법과 국제법상 종교의 자유 의무를 준수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리프-아미누는 2020년 3월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 가사를 왓츠앱(WhatsApp)에 공유한 뒤 체포됐다.
게시물이 공개된 직후 성난 군중은 그의 가족 집에 불을 질렀으며, 같은 해 8월 10일 북부 나이지리아의 샤리아(이슬람 율법) 법원은 변호인의 조력 없이 재판을 진행한 뒤 교수형을 선고했다.
이후 2021년 1월 카노주 고등법원은 원심 재판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취소했지만, 동일한 신성모독법에 따라 다시 재판을 받도록 명령했다. 해당 법률은 여전히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항소법원이 2022년 재심 결정을 유지하자 샤리프-아미누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현재까지 보석 없이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변호인단은 신성모독법이 나이지리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는 물론 국제인권규범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샤리프-아미누 측 수석 변호인인 국제인권변호사 콜라 알라피니(Kola Alapinni)는 “신성모독법은 오랫동안 소수 무슬림과 기독교인, 기타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며 “그는 이미 너무 오랫동안 정의를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는 2023년 4월과 2025년 2월 두 차례 긴급 결의안을 채택해 샤리프-아미누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촉구했다. 특히 두 번째 결의안에서는 나이지리아가 전 세계 신성모독법 폐지를 주도할 것을 요구했다.
2024년 5월에는 유엔 특별보고관 알렉산드라 잔타키(Alexandra Xanthaki), 나질라 가네아(Nazila Ghanea), 아이린 칸(Irene Khan)이 공동성명을 통해 샤리프-아미누 사건을 사례로 제시하며 신성모독죄에 대한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
유엔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도 그의 구금이 국제인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실무그룹은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모두 침해됐다며 그의 석방을 권고했다.
또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재판소는 올해 4월 샤리프-아미누 사건을 근거로 나이지리아의 신성모독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6월 나이지리아를 공식 방문한 유엔 종교 또는 신앙의 자유 특별보고관 나질라 가네아도 카노주의 신성모독법이 나이지리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성모독죄에 사형을 규정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나이지리아를 포함해 7개국에 불과하다.
ADF 인터내셔널은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샤리프-아미누의 손을 들어줄 경우 북부 나이지리아의 샤리아 기반 신성모독법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기독교 개종자와 소수 무슬림, 기타 종교적 소수자들에게 보다 강력한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