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좇다 생긴 빚… 그런데 그 빚이 저를 살렸어요”

교회일반
인터뷰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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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WFM 재정사역연구소 소장 구영민 목사
구영민 목사. ©노형구 기자

여의도 금융가에서 5,000억 원을 운용하던 베테랑 펀드매니저가 이제는 작은 교회를 살리고 올바른 재정 관리를 전하는 목회자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WFM 재정사역연구소를 이끄는 구영민 목사의 일생은 돈에 대한 끝없는 갈망과 좌절, 그리고 이를 통한 회심의 여정 그 자체다. 최근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인근 한 카페에서 구영민 목사를 만나 그의 회심의 여정을 들었다.

돈을 향한 동경, 그 애증의 시작

구영민 목사는 개척교회 목사의 아들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가난했던 가정환경 탓에 돈은 그에게 항상 ‘동경의 대상’이자 애증의 존재였다. 그는 자신의 유년 시절과 돈에 얽힌 기억을 이렇게 고백했다. “제가 돈을 너무나 갖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가난했기 때문에 돈에 대한 애틋함, 애증, 증오가 있었죠. 저한테 돈은 항상 그런 관계였어요. 늘 내 수중에 없고, 그러니까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그는 돈이 없어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서러움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항상 참으며 지내야 했어요. 부모님은 개척교회 목사님이셨고 누나들도 있었기에, 돈 달라고 하기도 힘들었어요.” 이러한 결핍은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스스로 돈을 벌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차라리 내가 이렇게 돈을 버니까 내가 공급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내가 일을 하면 되는구나라는 거에 대해서 눈을 뜬 거죠.”

화려한 여의도 시절과 찾아온 위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돈을 벌며 경제적 독립의 기쁨을 맛본 구 목사는 점차 더 큰돈을 좇기 시작했다. 돈을 향한 갈망이 커질수록 그는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금융의 메카인 여의도에서 활동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진로의 최종 목표로 삼았다.

2004년, 대학 졸업 후 3수 끝에 마침내 증권사에 입사한 그는 10년 동안 5,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로서, 매년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재직 기간 동안 연봉과 성과급으로만 총 100억 원을 수령했을 정도로 금융권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자신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 고객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정직하지 못한 행태가 숨어 있었다. 당시 구 목사는 부모님의 거듭된 경고를 받았지만 이를 외면했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너 너무 건방져졌다고, 돈도 그만 벌라고 너무 교만해졌다고, 그러다 큰일 난다’고 계속 신호를 주셨거든요.”

그는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말한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함은 넘어짐의 앞잡이’(잠언 16장 18절)이라는 성구로 교만한 자들에게 하나님은 부를 가져가신다는 말을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너무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이 정도는 봐주시겠지, 좀 봐주시겠지 하면서 그 선을 계속 넘나들었어요.” 결국 하나님은 그에게 엄중한 징계를 내리셨다. 2012년 한 고객으로부터 130억 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했고, 법원의 최종 판결로 50억 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정직이라는 이름의 회심과 새로운 사명

그에게 찾아온 빚을 갚아나가는 3년의 시간은 그야말로 혹독한 광야였다. 그는 처절하게 하나님께 매달렸다. “그 3년은 정말 광야였어요. 죽을 것 같았죠. 하나님 앞에 엎드려서 ‘하나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날마다 처절하게 울며 기도했어요. 내 야망이 무너지고 빚밖에 남지 않은 인생을 보며 비로소 하나님을 정면으로 마주했죠.”

그는 하나님 앞에서 거짓을 회개하고 정직하게 빚을 갚아나가기로 결심했다. 증권사에서 일할 때 자신의 탐욕을 섞지 않고 정직하게 데이터를 설명하며 투명하게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나님이 더 큰 회사로의 이직 기회를 열어주시고,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원고의 탕감이라는 은혜까지 베풀어주셨다.

“3년 동안 죽으라고 갚았어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죠. 성실하게 돈을 갚아나가는 모습을 보고 그분은 저한테 소송을 취하하고 탕감을 해주셨어요. 이게 성경적인 은혜라는 걸 깨달았죠. 하나님이 제 정직함을 보시고 그분 마음을 움직이신 거예요.” 그 빚은 그를 정직한 청지기로 변화시킨, 말 그대로 ‘살린 사건’이었다.

구 목사가 초등학교 6학년 수련회 당시 방언을 받으며 하나님께 드렸던 ‘목회자가 되겠다’는 서원을 20년 만에 실천하게 된 계기도 바로 이 사건이었다. “증권사에서 10년 동안 아등바등 번 돈이 와르르 사라지고 결국 남은 게 빚밖에 없는 등 돈을 좇은 인생을 살다 보니 정말 허무하더라고요. 그때 하나님이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 하셨어요. 그 빚이 저를 살린 하나님의 선물과도 같은 사건이었죠. 이제 하나님 앞에서 진짜 남는 장사를 해야겠다. 이것은 바로 ‘영혼 구원’이라고 깨달았던 것이죠.”

구 목사는 2015년 서울신대 M.div 과정에 입학해 이후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으며 현재 ‘재정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의 사명: ‘재정 복음’으로 작은 교회를 세우다

그는 WFM 재정사역연구소를 통해 이 시대의 크리스천들에게 진정한 ‘돈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지금은 단순히 돈을 어떻게 벌고 모으느냐를 가르치는 게 아니에요. 성경이 말하는 재정의 원리를 깨닫게 하는 ‘재정 복음’ 강연을 하고 있죠. 성도들이 돈의 노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사용하는 청지기가 되도록 돕는 일입니다.”

WFM재정사역연구소의 세미나 모습. ©WFM재정사역연구소

사역의 핵심 중 하나는 작은 교회들을 돕는 플랫폼 구축이다. “작은 교회들이 겪는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마련한 이 플랫폼은 교회 재정 투명성을 높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작은교회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성도 및 자원을 실시간으로 매칭하고 있습니다.” 구 목사는 이어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재정 세미나와 자립 코칭을 병행하며 교회가 건강한 재정 구조를 갖추도록 돕는 것이 이 플랫폼의 최종 목적입니다.” 이는 돈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정직하게 흘러갈 때 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그의 확고한 철학에서 비롯된다.

돈은 ‘주기 위함’으로 흘려보내야 한다

구 목사는 돈이 ‘나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 재정 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돈은 받기 위함이 아니라 주기 위함으로 흘려보내야 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다시 채워주십니다.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 목사님도 인쇄업 등을 통해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죽을 때 23파운드만 남기고 다 흘려보내셨죠. 웨슬리는 일생동안 어렵고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면서 살았는데, 놀랍게도 그 과정에서 본인 자신도 풍요롭게 살았습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성경적 재정관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웨슬리의 재정 교훈은 최대한 열심히 벌고, 최대한 많이 모으되, 최대한 많이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받기 위해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주기 위해서 돈을 흘려보내면 하나님이 그 사람의 그릇을 더 크게 하시고, 더 채워주십니다.”

끝으로 구 목사는 돈을 다루는 방식이 곧 그 사람의 믿음을 보여준다고 조언한다. “내 주머니에만 쌓아두려 하면 돈은 결국 칼이 되어 나를 찌르지만, 기도하고 기대하고 기다리면 그리고 이웃을 위해 흘려보내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이게 제가 재정 사역을 하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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