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동성혼인 관계를 ‘사실혼과 유사한 생활 공동체’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동성 커플을 사실혼과 마찬가지로 법적 보호 대상으로 인정한 건데 동성 결합에 관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법원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내린 판결이란 점에서 부작용이 극심할 거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2부는 지난 5일 동성 파트너 원고 A씨가 파트너 B씨가 C씨와 불륜 관계라며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뒤집고 위자료 1천만 원 및 지연 이자 지급 판결을 내렸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결정적인 사유가 A씨와 B씨의 관계가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라는 데 있다.
2심 재판부가 이들을 ‘동성 간에 형성된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로 본 이유는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상호 혼인 의사와 정신·육체·경제적 결합을 통해 사실혼과 유사한 형태를 이루고 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사실혼처럼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관계로 본 건데 현행 법률에서 인정하지 않는 동성혼을 자의적으로 인정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차별, 위법하다고 판단한 지난 202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 법리를 그대로 준용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의 판결은 ‘사회보장 수급권’이라는 공법 영역의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이걸 사적 관계 사이의 손해배상이라는 민사 영역에까지 확장 준용했다면 법·규정의 취지와 범위를 넘은 과도한 법 해석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에 없었던 ‘유사 사실혼’이라는 새로운 법적 개념을 도입했다. 법적 혼인관계가 아니고 혼인관계에 준하는 사실혼도 아니다 보니 ‘유사’란 용어를 빌린 것으로 해석된다.
교계는 이번 판결이 혼인과 가족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매우 잘못된 판단이란 입장이다. 동반연 등 동성애에 반대하는 700여 단체는 “입법부가 동성 결합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라는 새로운 법적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사법부의 입법 영역 침해를 규탄하고 나섰다.
사법부는 오직 법에 근거에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권력이다. 그런 사법부가 현행법에도 없는 자의적 해석으로 판결을 내리면 그 법은 무의미해지고 법체계의 혼란이 초래된다.
특히 동성혼 문제는 우리 사회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사안이다. 그런데 사회적 합의도 없고 국회 입법이 시작되지 않은 민감한 문제를 법적 근거 없이 사법부가 먼저 건드렸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법이 있고 법원이 있는 것이지 법이 없으면 법원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번 판결에 법원 스스로 현행법을 무가치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