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케냐 연례 국가 조찬 기도회가 지난 5월 28일(현지시각) 나이로비 사파리 파크 호텔에서 열렸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번 행사에는 정치 지도자, 성직자, 외교관, 주요 기업인 등이 참석해 조기 선거 운동과 선거 조작 의혹으로 격화된 정치권의 갈등을 완화하고 국가적 화해를 도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케냐 국가 조찬 기도회의 핵심 의제는 '용서와 화해'였다. 연단에 나선 주요 인사들은 정치권이 당파적 이익을 내려놓고 국가적 단합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2027년 케냐 총선과 관련한 선동적인 발언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2027년 케냐 총선 앞두고 평화 선거 및 정치 갈등 완화 호소
윌리엄 루토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재선 가능성을 둘러싼 정계의 추측에 입장을 밝히며 정국의 안정을 당부했다. 루토 대통령은 차기 선거가 어떠한 폭력 사태 없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임기 여부는 신의 뜻에 달려있으며 그 결과가 어떻든 케냐는 국가로서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차기 대선이 아직 1년 이상 남은 시점임에도 정치권 안팎에서 향후 선거의 무결성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사를 주관한 아마손 킹기 상원의장 역시 케냐가 과거 선거 주기마다 반복했던 정치적 적대감과 갈등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킹기 의장은 분열이 고착화되기 전에 국가적 화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정치 지도자들의 절제된 언행을 요구했다. 모세스 웨탕굴라 하원의장 또한 대독 된 연설문을 통해 공직자들에게 투명성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케냐 청년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짚으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최근 여야 정치인들이 잇따라 선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찬 기도회가 정치적 완충 역할을 시도했다고 분석했다.
케냐 국가 조찬 기도회 비용 공개 판결과 시민사회 비판
행사의 외형적 화합 분위기와 별개로 이번 케냐 국가 조찬 기도회를 둘러싼 비용 투명성 논란과 시민사회의 비판도 제기됐다. 최근 케냐 대법원은 의회를 향해 연례 국가 조찬 기도회 개최에 사용된 예산 및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렘파아 소이얀카 변호사가 2025년 3월 상하원 서기국을 상대로 조찬 기도회의 비용과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세부 정보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의 결과다. 다만 대법원은 해당 행사가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국가 조찬 기도회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인들이 기도회 현장에서는 국민 화합을 연출하지만 행사가 종료된 직후에는 다시 양극화된 정치 공방을 재개한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일회성 행사가 실질적인 윤리적 국정 운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007년 선거 폭력 사태 교훈 및 정치권의 도덕적 쇄신 요구
케냐 국가 조찬 기도회는 다니엘 아랍 모이 전 대통령의 24년 장기 집권이 끝나고 음와이 키바키 행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직후인 2003년 처음 도입됐다. 미국의 조찬 기도회 모델을 차용한 이 행사는 다양한 배경의 지도자들이 모여 국가적 과제를 논의하는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1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2007년 선거 폭력 사태 이후 평화와 국가적 치유는 이 행사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가 됐다. 이후 정치적 대립이 극심했던 2013년, 2017년, 2022년 선거 시기에도 조찬 기도회를 통한 평화 유지 호소가 반복됐다. 행사에 참석한 현지 성직자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일수록 기도를 통한 화합의 자리가 필수적이라고 행사의 취지를 옹호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성 의원들은 헌법 개정이나 정치적 타협에 앞서 공직자 개개인의 도덕적 쇄신과 책임감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정치권의 자성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주변국 대표단 및 외국 외교관들이 대거 참석해 동아프리카 지역 내 케냐의 외교적 입지를 재확인했다. 정계 안팎에서는 2027년 케냐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적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이번 국가 조찬 기도회의 통합 메시지가 실제 정치 현장에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