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가 그려온 ‘차별금지법’의 밑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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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기해 공개한 성과자료집과 이른바 ‘123대 국정과제’ 추진 실적에 ‘차별금지법’ 입법 추진 내용이 언급됐다. ‘모두의 존엄과 권리가 보장되는 인권선진국’을 국정 목표로 법제화 토대 마련 차원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아 펴낸 ‘국민이 만든 대전환의 길’엔 현 정부의 123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인권 선진국’을 실현하기 위한 단계가 설정됐다. “평등법(차별금지법) 국회 입법 발의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해외 차별금지법제의 시행 사례 및 영향 실태조사’를 추진하면서 혐오표현과 차별방지 법제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차별금지법’ 법제화의 전 단계로 “혐오표현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혐오표현대응과를 신설하고, ’혐오차별 방지 기본계획’을 수립·시행(2026년 2월)해 취약 계층 보호 성과를 창출했다”라고 자평했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원 및 국회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1차 ‘혐오표현 판단기준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출범 1주년을 기해 공개한 국정 과제 추진 실적 자료에 ‘차별금지법 법제화’ 관련 내용을 자세히 수록한 건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반드시 법제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당시 ‘인권선진국’ 실현을 위한 과제를 설정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지만 정부가 ‘차별금지법’ 법제화를 위해 이토록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일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교총 등 교계 기관을 방문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계의 주장을 잘 알고 있다”며 “이 일은 속도를 낼 시급한 일도 아니고, 국민적 합의 과정이 필요한 만큼 교계의 목소리를 잘 존중하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총리도 과거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또 입법부 수장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교계 인사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진보당 손솔 의원과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소수당이 발의한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하기까지 했다. 이래놓고 법제화를 위한 단계별 맞춤 전략을 짜고 있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느냐는 말로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굳이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란 소릴 듣더라도 한국교회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의 말은 범인(凡人)과 달라야 한다. 그 자체가 국민에 대한 신의와 약속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그려온 ‘차별금지법’ 법제화의 밑그림 그 어디에도 그런 신중함과 고민이 엿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사회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충분히 성숙된 다음에 논의하겠다” “교계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반영하겠다”던 이 대통령의 약속이 그새 허공으로 사라진 것일까. 새 정부의 목표인 ‘인권 선진국’은 결국 국민 모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이룩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