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과 소신 안 밝히고 표만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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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정책질의 결과가 발표됐다. 17개광역시도악법대응본부 등 전국 700개 단체가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시도지사, 교육감 후보 들을 대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낙태법 개정안’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정책적 가치관을 검증한 결과라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단체는 지난 26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2026 지방선거 후보자 정책질의 결과발표 기자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 등 핵심 의제에 대한 후보자들의 응답 결과를 공개했다. 결론부터 말해 응답자 대부분이 반대 견해를 밝혔으나 아예 질의 자체를 외면한 후보가 훨씬 많았다는 점이 실망스럽다.

질의 항목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동성결혼 합법화 △성평등 조례 △학생인권조례 △혐오표현 규제 조례 △만삭 낙태 개정 법률안 등 6개 핵심 의제다. 이에 대해 설문에 응한 시도지사 후보자 12명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만삭 낙태 개정 법률안’에 대해 91.7%가, 동성결혼 합법화, 성평등 조례, 혐오표현 규제 조례에 대해서도 83.3%가 반대한다고 했다.

이번 정책 질의는 5월 7일부터 21일까지 15일간 전국 광역시도 단체장 및 교육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전체 조사 대상자 112명 중 98명에게 질의서가 전달됐음에도 답변이 돌아온 건 시도지사 후보 26.1%(46명 중 12명), 교육감 후보 36.5%(52명 중 19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처럼 응답률이 저조했던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도지사 후보 전원이 응답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진보당, 정의당 등도 7명 모두 무응답이었다. 반면에 자유통일당과 국민연합 후보들은 100%,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똑같이 42.9%의 응답률을 보여 보수 진보진영 간 뚜렷한 편차를 보였다.

진보 계열의 소수당은 그렇다 쳐도 여당인 민주당 후보 중에 단 한 사람도 응답자가 없었다는 건 다소 놀랍다. 질문 자체가 자당 의원들이 줄곧 발의해 온 ‘차별금지법’ 등 민감한 주제들이라 어떤 대답을 해도 선거에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유권자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행태로 비칠 수 있는 부분 또한 선거에 보탬이 되진 않을 것이다.

당적 표기가 없는 교육감 후보군도 이와 비슷해 전국 시도 교육감 후보자 52명 중 응답자가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19명(36.5%)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경우 차별금지법, 학생인권조례, 만삭 낙태 개정 법률안, 성평등 조례 등에 대해 반대했으나 보수 진영 후보들의 통상적인 견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번 정책질의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우리 사회 중요한 핵심 의제에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 지를 유권자에게 알리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상당수의 후보자가 질의를 기피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그 의미를 반감시켰다. 특히 진보진영에서 여러 쟁점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되지만, 자신이 가진 정책 소신을 당당하게 드러내지 않은 채 선거를 치르려는 것 자체가 유권자에 대한 기만이다. 유권자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방법은 이제 투표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