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폭 2년 새 2.5배 급증… 신체폭력도 6년 만 최고

푸른나무재단 실태조사 발표… 도움 요청 줄고 방관 문화 심화
비영리단체(NGO) BTF푸른나무재단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뉴시스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학교폭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체폭력 비중은 최근 6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사이버폭력 역시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비영리단체 BTF푸른나무재단은 19일 서울 서초구 재단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초·중·고교생 847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올해 초에는 보호자 521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도 함께 이뤄졌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6.2%로 집계됐다. 가해 경험은 2.5%, 목격 경험은 10.5%였다.

교급별로는 초등학생 피해 경험 비율이 12.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중학생 3.4%, 고등학생 1.6%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 경험 역시 초등학생이 5.2%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1.4%, 고등학생 0.2%로 조사됐다. 목격 경험 또한 초등학생이 17.8%로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초등학교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지난 2023년 4.9%에서 지난해 12.5%로 약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폭력 비율 역시 2년 전 10.6%에서 17.9%로 상승하며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23.8%로 가장 많았고, 신체폭력 17.9%, 사이버폭력 14.5%가 뒤를 이었다.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초등학생들은 몸놀이와 폭력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난처럼 시작된 행동이 어느 순간 폭력으로 인식돼 신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등학생들은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처음 접하면서 ‘학폭’이라는 개념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게임 중심 사이버폭력 확산

사이버폭력은 온라인게임을 매개로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온라인게임 관련 피해 경험 비율은 2024년 16.2%에서 2025년 39.9%로 급증했다.

온라인게임은 사이버 갈취와 강요 피해 장소 1위로 나타났으며, 사이버 성폭력 피해 장소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온라인게임 피해 학생의 온·오프라인 중복 피해 경험률은 95.7%로 전체 평균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재단은 온라인게임 공간이 단순한 놀이 영역을 넘어 현실 인간관계와 연결된 복합 폭력의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석민 푸른나무재단 과장은 “과거 사이버폭력이 메신저와 채팅방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실시간 음성대화 기능이 있는 온라인게임 안에서 갈등과 욕설, 성적 괴롭힘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은 경쟁과 승패 구조 속에서 책임 전가가 쉽게 이뤄지는 환경”이라며 “욕설과 공격적 표현이 장난이나 감정 표현 정도로 축소되는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피해 이후 도움 요청은 줄어든 반면 방관 문화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 피해와 반복 가해는 2023년 이후 각각 약 1.4배 증가해 지난해 각각 54.4%, 35.9%를 기록했다.

하지만 피해 후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49.4%에 그쳤다.

‘피해 이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3.0%로 2023년보다 약 3배 증가했다.

폭력을 목격한 뒤에도 ‘가만히 있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54.6%에 달했다.

특히 방관 이유로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몰라서’라고 답한 비율은 2023년 12.6%에서 2025년 27.0%로 크게 늘었다.

“사과와 관계 회복 중요”… 예방교육 실효성 과제로

이번 조사에서는 학교폭력 해결 과정에서 가해 학생의 사과와 반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피해가 해결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는 ‘가해 학생에게 사과를 받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50.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피해 이후 가장 필요한 도움 역시 ‘가해 학생의 사과’라는 응답이 70.8%에 달했다.

가해 학생들 또한 폭력을 멈춘 가장 큰 이유로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반성해서’를 꼽았다.

다만 피해 이후 쌍방 신고 경험은 2023년 40.6%에서 2025년 52.6%로 증가해 학교폭력 분쟁이 확대되는 흐름도 확인됐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실효성 역시 과제로 지적됐다. 모든 학교폭력 유형을 학교폭력으로 정확히 인식한 학생 비율은 64.0%에 그쳤다.

예방교육이 ‘매우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학생 가운데 피해 학생을 도운 비율은 68.0%였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의 도움 행동 비율은 31.9%에 불과했다. 예방교육 만족도는 지난해 72.0점에서 올해 69.8점으로 하락했다.

재단은 단순 정보 전달 중심 교육을 넘어 실제 행동 역량과 공감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 보호자인 박지연(가명) 씨도 참석했다. 박씨는 “아이의 학교폭력을 뒤늦게 알게 됐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며 “증거 영상을 보고도 믿기 어려웠고, 아이 혼자 오랜 시간 고통을 견뎌왔다는 사실에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폭력을 겪은 아이는 결국 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현재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며 “지금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힘들어하는 피해 학생들과 보호자들을 위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푸른나무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학교폭력 대응 체계 강화,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지원 확대, 방관 문화 개선 등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안했다.

재단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실태를 정확히 알리는 것”이라며 25년째 전국 단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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