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평화 회의 마치고 귀가하던 마니푸르 목회자 3명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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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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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부족 간 갈등 중재 앞장서 온 지도자들 매복 공격에 희생... 지역 사회 충격과 애도
지난 5월 13일, 인도 북동부 지역의 지속적인 폭력 사태로 영향을 받은 부족 공동체 간의 대화와 화해를 주제로 열린 평화·교제 콘퍼런스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이 마니푸르주 추라찬드푸르에 모였다. 이 모임 직후, 세 명의 침례교 목회자가 귀가하던 중 매복 공격을 받아 숨졌다. ©Courtesy of Evangelical Fellowship of India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부족 기독교 공동체 간의 오랜 갈등을 봉합하고 평화를 도모하기 위한 회의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침례교 목회자 3명이 지난 5월 13일(이하 현지시각) 매복 공격을 받아 무참히 살해됐다고 5월 14일 보도했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5명 이상이 중상을 입었으며, 인도 전역의 주요 기독교 단체들과 지방 정부는 일제히 충격과 분노를 표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마니푸르주에서는 2023년 5월부터 저지대 계곡의 힌두교 다수파인 메이테이족과 주변 산악 지대에 거주하는 기독교 소수 부족인 쿠키-조족 간의 치명적인 민족 갈등이 계속되어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마니푸르 산악 지대에 사는 또 다른 기독교 부족인 나가족과 쿠키-조족 사이에서도 유혈 충돌이 빚어지는 등 갈등 양상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암담한 상황 속에서 인도의 타두침례교회(TBAI) 소속 고위 지도자들인 희생자들은 남부 지역 추라찬드푸르에서 열린 교단 총회 및 연합 평화 회의를 마치고 북쪽의 캉포크피로 이동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사건 당일 오전 10시 25분경 임팔-타멩롱 고속도로의 코침과 코틀렌 마을 사이에서 신원 미상의 무장 괴한들이 이들이 탄 차량 행렬을 기습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십자가의 사랑으로 분쟁의 골을 메우려 했던 평화의 사도들

CDI는 이번 공격은 무엇보다도 인도 마니푸르의 민족 간 갈등을 중재하고 화해를 이끌어내려던 기독교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그 충격이 크다고 밝혔다. 사망한 이들은 타두침례교회의 회장이자 마니푸르 침례교 대회 전 총무였던 붐탕 시틀하우 목사, 재정 및 청년 담당인 카이고울룬 루붐 목사, 그리고 총괄 목사인 파오굴렌 시틀하우 목사로 확인됐다.

특히 붐탕 시틀하우 목사의 죽음은 이 지역에 깊은 슬픔을 남겼다. 그의 어머니는 현재 쿠키-조족과 갈등을 겪고 있는 롱메이 나가족 출신이었고, 작고한 그의 아버지는 평생을 롱메이 나가족 선교에 바치며 쿠키족 찬송가를 롱메이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이런 가정적 배경 덕분에 붐탕 목사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인도 마니푸르 지역 내 쿠키족과 나가족 기독교인들 사이를 오가며 가장 활발하게 가교 역할을 해 온 인물이었다. 그는 숨지기 불과 하루 전날에도 양측 기독교 지도자들과 마주 앉아 평화로운 공존과 대화를 촉구하는 회의를 가졌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의 비보가 전해지자 인도 기독교계는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도 복음주의 연맹(EFI)의 비자예시 랄 사무총장은 "비무장 상태의 교회 지도자들이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살해당한 것은 끔찍한 비극"이라며, 당국에 신속한 수사와 가해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인도 북동부 기독교 연합 포럼(UCFNEI)의 알렌 브룩스 대변인 역시 "북동부 교회는 오늘 위대한 지도자이자 무엇보다도 평화의 사람을 잃었다. 시틀하우 목사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최전선에서 지칠 줄 모르고 일했던 분이었다"라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무차별 총격의 배후를 둘러싼 진실 공방과 혼란

사건 직후 무장 괴한들의 정체를 놓고 각종 단체들 간의 치열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쿠키-조족 관련 단체들은 나가족 반군인 젤리앙롱 연합 전선(ZUF) 소속 파벌이 메이테이 반군 세력과 결탁해 매복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건을 "쿠키족의 평화 구축 노력을 정면으로 겨냥한 계획적인 테러"로 규정했다.

그러나 지목당한 ZUF 측은 자신들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오히려 인도 정부와 휴전 중인 다른 나가족 반군 세력(NSCN-IM)이 자신들의 이름을 도용해 저지른 짓이라며 역공을 펼쳤다. 거론된 반군 세력들 모두가 개입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현재까지 배후 세력의 실체는 오리무중에 빠져 있다.

이와는 별개로 마니푸르 내 나가족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연합 나가 위원회(UNC)는 이번 테러를 강하게 규탄하는 한편, 사건 발생 몇 시간 뒤 쿠키족 마을에서 나가족 주민 약 20명이 인질로 잡혔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들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혼란을 틈타 또 다른 종족 갈등과 보복 행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폭력에 대한 단호한 대처와 기독교적 용서의 호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마니푸르주 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윰남 켐찬드 싱 주총리는 수요일 밤늦게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 위로하고, 주 정부 차원에서 모든 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싱 주총리는 성명을 통해 "무장 괴한들의 이번 비겁한 테러 행위는 희생자 가족뿐만 아니라 주 전체를 파괴하는 짓"이라며 가해자들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천명했다. 현재 분노한 주민들이 주요 고속도로를 차단하는 등 시위가 번지며 지역 일대에 비상경계가 내려진 상태다.

슬픔에 잠긴 교계 지도자들은 폭력 대신 사랑과 용서의 기독교 정신을 잃지 말자고 당부하고 있다. 120만 명의 성도를 보유한 인도 북동부 침례교 협의회(CBCNEI)의 남셍 마락 사무총장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우리의 정체성은 부족이나 민족의 분열보다 훨씬 크다. 우리는 부서진 세상에서 치유와 평화의 도구가 되도록 부름받았다"며 부족 간의 장벽을 뛰어넘을 것을 호소했다.

나갈랜드 침례교회 협의회(NBCC) 역시 유가족과 지역 사회에 복수심을 거둘 것을 간곡히 당부하며, 테러범들을 향해 "우리는 당신들이 저지른 끔찍한 짓을 규탄하지만 악을 악으로 갚지는 않겠다. 정의 앞에 무릎을 꿇고 회개하여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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