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페이스 코버넌트’ 10년 평가… “종교·공공기관 협력 강화 기여”

영국에서 지난 10년간 추진돼 온 ‘페이스 코버넌트(Faith Covenant)’가 신앙 공동체와 공공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독립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역 위기 상황 속에서 신속한 대응 체계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번 평가 보고서 ‘페이스 코버넌트 10년(Ten Years of the Faith Covenant)’은 FaithAction과 APPG on Faith and Society의 의뢰로 작성됐으며, 최근 영국 웨스트민스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공개됐다. 행사에는 국회의원과 종교·자선단체 지도자, 지방정부 관계자, 정부 파트너들이 참석했다.

페이스 코버넌트는 2014년 영국 버밍엄에서 처음 도입됐다. 지방의회와 종교 단체 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틀로 설계됐으며, 현재까지 1,2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영국 내 33개 지방자치 구역이 참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해당 협약이 “신앙 공동체와 공공기관 간 관계를 강화하는 데 의미 있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협력 활동에 “더 큰 구조와 정당성, 가시성”을 부여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포용적 평가센터(Centre for Inclusive Evaluations)의 댄 레인지(Dan Range) 박사와 오렐리 프렌츠(Aurélie French) 박사가 수행했으며, 코번트리 대학교(Coventry University)가 학문적 협력을 제공했다.

연구진은 특히 위기 상황에서 페이스 코버넌트의 가치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지방정부와 종교 네트워크 간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다만 보고서는 이 협약이 “한 번의 합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상징적 선언에 머무르기보다 지속적인 협력 모델로 운영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강력한 리더십과 명확한 운영 구조, 적극적인 조정 시스템,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지는 지역에서 가장 큰 성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헌신적인 실무자와 운영위원회, 지방정부 고위 관계자의 지원이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정기 회의와 신뢰받는 지역 연결망 역시 장기적인 협력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지역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 이해관계자 협의를 진행한 평가 결과, 기존의 관계망 역시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확인됐다. 응답자의 89%는 사전에 형성된 관계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상당수 지역은 공식 협약 체결 이전부터 활발한 종교 간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보고서는 신뢰 구축이 페이스 코버넌트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기존에 비공식적으로 존재하던 관계들이 협약을 통해 공식화되면서 종교 단체들이 시민사회 안에서 더 큰 신뢰와 인정을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여러 지역에서 지방정부와 종교 지도자들은 이 협약이 공중보건과 사회통합, 긴급 대응, 지역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소통과 협력의 “통로”이자 “틀”, “권한 부여 장치”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겨울철 위기, 지역 갈등 상황 속에서 기존 협력 관계가 실제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한 도시에서는 이미 구축된 신뢰 기반의 소통 체계를 통해 종교 단체들이 봉쇄 기간 중 취약계층 주민들을 위한 자원봉사 조직과 식량 지원 활동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64%는 해당 협약이 지역 내 공동 위기 대응을 더 쉽게 만들었다고 답했으며, 75%는 지역사회 안에서 종교 기반 단체의 신뢰도와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페이스 코버넌트의 가치는 재정 지원보다 영향력과 관계 형성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종교 공동체들이 공공기관이 단독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신뢰 기반 지역 네트워크와 자원봉사 역량, 깊은 공동체 연결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반면 연구진은 지역별로 협약의 효과 차이가 크다고 경고했다. 핵심 인물의 지속적인 참여와 지방정부의 제도적 지원, 가용 자원 여부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소수 지도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인사 교체 시 협력 동력이 약화되고 조직 경험이 단절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과 인력 부족 역시 주요 과제로 꼽혔다. 중앙 차원의 별도 예산 지원 체계가 없는 만큼, 상당수 활동이 지역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86%는 인력과 역량 부족 문제가 협약 운영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적절한 지원이 이뤄질 경우 페이스 코버넌트가 높은 비용 대비 효과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지난 10년간 페이스 코버넌트는 지방정부와 종교계 간 협력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해당 협약을 획일적 국가 모델이 아닌, 각 지역 상황에 따라 다르게 구현되는 “유연한 협력 프레임워크”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범 행사에서 APPG on Faith and Society 의장인 조 프랭클린(Zöe Franklin)의원은 공동체가 직면한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협력 모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랭클린 의원은 “사회 통합이 점점 위협받고 있다”며 “불평등 심화와 팬데믹의 여파, 생활비 위기, 국제 정세 등이 지역사회와 국가 차원 모두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관과 공동체 간 신뢰 역시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 코버넌트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신뢰와 대화, 협력을 위한 장기적 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오렐리 프렌츠(Aurélie French) 박사는 변화하는 영국 정책 환경 속에서 종교 공동체가 여전히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종교 공동체는 지역사회 통찰과 사회통합,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동원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며 “지방정부 개편 과정에서도 지속성과 기존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향후 페이스 코버넌트의 발전 방향을 정부의 새로운 사회통합 전략과 지방정부 개편, 시민사회 협약(Civil Society Covenant) 등과 연결 지어 분석했다. 연구진은 종교 참여가 더 넓은 시민사회 구조 안에 지나치게 흡수될 경우 고유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국가 차원의 리더십 강화와 지역 운영 구조 개선, 참여 지역 간 학습 네트워크 확대, 장기 운영을 위한 전담 자원 확보 등을 권고했다. 이 밖에도 보다 명확한 책임 체계와 협약 가시성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영국 사회보장부 장관인 스테판 팀스(Sir Stephen Timms)는 보고서 서문에서 “페이스 코버넌트가 부문 간 협력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많은 성과가 이뤄졌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모델은 기념하고 강화하며 더욱 발전시켜야 할 가치가 있다”며 “정부와 지방의회, 종교 단체 모두가 이번 보고서의 통찰과 제언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